"싸도 용서 안 돼" 황당한 저가항공사들
2014-08-2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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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국제공항에서 중국 선양(瀋陽)으로 가기 위해 대기 중인 이스타항공 여객기. 이스타항공
'날아 다니는 버스라 생각해'
[경제산업팀 이동훈-김승일-임재랑] = 국내선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한 저가항공. 머지 않아 국내 하늘길은 저가항공사들 판이 될 게 분명하다.
시장점유율과 함께 소비자 불만도 급증하고 있다. 항공여객 품질수준이 바닥을 뚫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미 '날으는 버스'로 치부할 단계를 넘었다. 불만과 불편에서 그치지 않고,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저가항공을 탔던 한 네티즌은 "자리가 좁아 몸이 불편한 건 참겠는데, 기분 나쁜 건 못 참겠더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서 제주항공을 이용해 한국에 오는 동안 수화물칸에 실은 캐리어 손잡이가 파손된 걸 발견했다. 그러나 제주항공 측은 '(파손 부위가) 액세서리라서 보상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말에 화가 난 승객은 온라인 게시판에 이 같은 불만을 쏟아냈다.
이 밖에도 제주항공에 대해서는 '캐리어 파손'에 불만을 터뜨린 승객들이 유독 많았다. SNS 이용자들은 '제주항공이 승객들의 캐리어를 함부로 던진다'고 주장하며 불만을 드러냈다.
@egogo139 앗 에고님 일본가? 제주항공 거기 화물 험하게 다뤄서 캐리어 고장 대박 잘난다더라 주의해///
— 스키아&とやか (@tmzldk) 2014년 6월 11일
제주항공 욕 좀 해 볼 까. 캐리어자물쇠가 없어서 끈으로 묶어놨는데 왜 다 풀어놓지요? 무려 일행은 선그라스가 분실되었고. 자물쇠사서 캐리어 묶었더니. 망할 네임택은 왜 때간거야 -_- 처음 타본 제주항공인데 첫인상이 최악이었다
— 똘이:b (@Ram_DD22) 2013년 9월 29일
아무리 '싸니까'하며 참는 데도 한계는 있다. 기내에서 왕 대접을 받는 데 익숙해진 승객들은 이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주 황당한 사건, 사고들이 이어지면서 SNS와 온라인에선 이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4일 한 트위터러(@lsb2452)는 저가항공 진에어를 타고 방콕에서 인천까지 오면서 겪은 끔찍한 경험을 자신의 트위터에 썼다. 비상구 옆 좌석이 젖혀지지 않아 꼼짝없이 30cm 폭 공간에 갇혔다고 그는 주장했다.
@JINAIR_LJ 여러분~~~~진에어 절대 타지마세요 어제LJ002로 방콕서 인천타고왔는데 비상구쪽좌석이라구 의자가 뒤로 넘어가지도않고...앞좌석에선 우리 쪽으로 뒤로 좌석 넘겨서 우리좌석은 폭이 30cm도 안돼서 숨을 쉬기조차도 힘든 좁은 좌석
— 이샛별 (@lsb2452) 2014년 8월 24일
"승객은 '서비스 아닌 방어' 대상?"
"기내 화장실을 유료화하거나, 아예 없앨 수도 있다. 없애면 그 자리에 좌석 6개를 더 배치할 수 있지 않은가." 이는 '불친절이 성공 비결'이라는 비웃음까지도 철저하게 비웃으며 승승장구한 아일랜드의 저가항공사 라이언에어 CEO인 마이클 오리어리의 말이다.
국내 저가항공 업계가 이를 모방해 가는 건 아닌가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적어도 승객들이 따뜻한 서비스의 대상에서 멀어져가고 있는 건 확실하다. 그 대표적 경우가 '진에어, 장애인 서약서 날인 사건'이다.
진에어는 지난 5월 장애인 승객이 탑승하기 전 건강상태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서약서 날인을 강요해 물의를 빚었다. 이런 황당한 요구를 받은 변모 씨는 당장 건강 상 어떤 문제를 일으킬 상황이 아니었다. 진에어측은 만약의 사태까지 예상해 미리 방어한 셈이다.
파손된 캐리어 손잡이가 액세서리라는 주장도 방어를 위한 억지다. 티켓 예약 취소에 대한 위약금 역시 항공사 이익만을 보호하려는 방어장치다.
자연히 소비자단체마다 저가항공사에 대한 불만이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다. 지난 20일 한국소비자연맹 소비자상담센터가 작년 한 해 접수한 관련 불만 건수는 6214건이나 됐다. 이는 그 전 해인 2012년의 4579건에 비해 35.7% 증가한 추세다.
위약금·수수료 과다, 환급 지연, 연락 불통 등 계약 관련 불만이 56.4%로 가장 많았다. 운항취소나 지연출발 등 운송서비스 불완전이행(15.6%), 추가요금 청구 등 부당행위(11.3%)가 그 뒤를 이었다.
상반기 1만6675건 지연 운항… 고의적 지연이 더 문제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항공사의 국내선 지연운항 건수는 1만 6675건으로 전년 대비 33.5%(4187건) 늘었다. 또 27일 국토교통부가 1∼6월 기체 정비 문제로 1시간 이상 지연 출발, 결항한 항공편을 집계했다. 이 결과 이스타항공이 1269편 가운데 14편(1.10%)이 지연 운항해 지연·결항률 1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이어 티웨이항공 0.29%, 아시아나항공[020560] 0.26%, 진에어 0.23%, 제주항공0.22%, 에어부산 0.15%, 대한항공 0.11% 순이었다.
정비불량, 공항혼잡이나 기상조건만이 지연 이유가 아니었다. 한 사람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이륙시간을 한참 지나서도 ‘손님이 오고 있다면, 기다린다’는 어이없는 ‘친절’을 베풀기도 한다.
지난 13일 한 트위터러(@cooksook)는 제 때 도착하지 못한 승객을 기다리느라 두 시간 반이나 고의로 이륙을 지연시킨 이스타항공에 불만을 드러냈다.
탑승구에서 비행기까지 버스타고 가야하는데 버스에 사람이 꽉 들어차있는데도 못온 사람들 기다린다고 삼십분을 서 있게 만든 이스타항공아---!! 비행기 안에서는 두 시간 가까이 대기하게 만든 이스타항공아-- 뭐 패널티 받는 거 없어영?
— ㅅㅅ (@cooksook) 2014년 8월 13일
비교적 넉넉한 연속 흑자를 기록해 온 제주항공을 제외하면 저가항공사들은 지난해부터 '턱걸이 흑자'로 전환했다. 그래서 이륙할 때 보이는 빈자리가 곧 경영의 적신호다. 예약을 취소하면 최고 7000원까지 위약금을 물리는 것도 다 그 때문이다. 이는 저가항공사의 주된 민원 요인이 되고 있다.
'가격은 조금 싸고, 품질은 많이 떨어진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푸념이 무리가 아니다. 최근 부산-김포 노선 저가항공을 처음으로 타 본 사업가 이모 씨(51)는 "기내식값을 따로 낸 건 아주 낯 선 경험이었다"면서 "20분 가량 지연 출발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태도에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부산을 자주 오가는데, 10분이라도 일찍 손님을 만나려고 비행기를 타 왔지만, 지연출발을 경험한 후부터는 KTX를 타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