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사라졌다… 한여름에 감기 유행, 일본은 독감 ‘전국 유행’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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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일본 독감 유행 선언, 이상기후가 만든 변화
여름이 한창인 8월 말,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호흡기 질환 경고등이 켜졌다. 국내에서는 코로나19 지표가 다시 오르기 시작했고, 일본은 통상 겨울에나 선언하던 독감 '전국 유행'을 이례적으로 8월에 발표했다.

계절을 가리지 않는 감염병 유행이 새로운 일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년 반복되던 '겨울=독감, 여름=일반 감기'라는 공식이 최근 몇 년 새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는 셈이다.
국내 코로나19 검출률 9.1%…입원환자 4주 연속 증가
질병관리청의 '2026년 감염병 표본감시 주간소식지 33주차'를 보면, 전국 106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수집한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출률은 9.1%를 기록했다. 30주차 3.2%에서 31주차 5.9%로 오른 뒤 32주차 5.7%로 소폭 낮아졌지만, 3주 만에 다시 9%대로 재상승한 것이다. 입원환자 수도 함께 늘고 있다. 병원급 의료기관의 코로나19 입원환자는 30주차 23명에서 31주차 27명, 32주차 48명, 33주차 56명으로 4주 연속 증가했다. 3주 만에 2배 넘게 불어난 셈이다. 중증환자를 주로 치료하는 상급종합병원급 의료기관에서도 같은 기간 입원환자가 2명에서 5명, 5명, 7명으로 늘었다. 지난 7월 국내에서 확인된 코로나19 변이 가운데서는 BA.3.2의 비중이 가장 높았고, NB.1.8.1과 PQ16.1.1, RF.5 등이 뒤를 이었다.
이런 국내 상승세는 이웃 나라의 확산세와 맞물려 있다.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7월 중국에서 보고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약 52만 2000명으로 전월 대비 6배 넘게 폭증했다. 중국 전역 표본감시 병원 1041곳에서 외래·응급실을 찾은 독감 유사 증상 환자의 코로나19 양성률도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21.2%까지 올라갔다. 다만 중국 방역당국은 감염자 대부분이 경증이며, 7월 한 달간 중증 환자는 487명, 사망자는 1명에 그쳤다고 밝혔다. 국내 방역당국 역시 국내외 지표가 동시에 오르고 있지만 과거 팬데믹 때와 같은 대규모 재유행으로 번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여름 휴가철과 광복절 연휴를 거치며 국가 간 이동량이 늘어난 것이 국내 재확산의 불씨가 됐다는 분석이다. 방역당국은 올여름 코로나19 최대 유행 규모를 지난해 대비 11~48% 수준으로 예상하며, 입원환자 수 기준 정점은 최소 52명에서 최대 223명, 유행 정점 시기는 8월 넷째 주부터 9월 넷째 주 사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흐름에 대응해 질병관리청은 올해 들어 감시 체계 자체도 촘촘하게 다지고 있다. 코로나19 주간 발생현황을 살피는 표본감시 기관을 기존 의원급 300개소에서 800개소로 대폭 확대하는 계획을 발표했고, 호흡기감염병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신종 변이 바이러스 모니터링도 강화했다. 코로나19처럼 팬데믹으로 번질 수 있는 감염병에 대해서는, 유행을 무조건 억누르기보다 유행 속에서도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탄력적인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쪽으로 방역 전략의 방향도 바뀌고 있다.
日 후생노동성, 12~3월 아닌 8월에 독감 유행 선언
한국이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을 살피는 사이, 일본에서는 계절과 무관한 감염병 확산이 한발 더 나아간 모습으로 나타났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전국 약 3000곳의 표본 감시 의료기관에서 보고된 독감 환자 수가 기관당 1.11명을 기록해 전국 유행 단계 기준(1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해당 기간 보고된 독감 환자는 총 4094명이다. 독감은 통상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유행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 유행 선언은 이 시기를 두 달 이상 앞당긴 것이어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표본 감시 의료기관 1곳당 평균 환자 수가 1명을 넘으면 유행이 시작된 것으로 간주하는 일본의 판정 기준을 감안하면, 아직 절대적인 환자 규모 자체가 크지는 않지만 '시점'이 갖는 상징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조기 독감 유행은 지난해에도 있었다. 지난해 10월 3일에도 일본 후생노동성은 예년보다 약 5주 빠르게 전국적인 독감 유행을 선언한 바 있다. 당시 도쿄에서만 집단 감염 사례가 61건 보고됐고, 이로 인해 46개 학교가 휴교하는 등 전년 동기 대비 3배에 달하는 파장이 있었다. 일본의 학교보건법은 인플루엔자 감염 학생이 발생하면 증상 발현 후 최소 6일간 등교를 정지하도록 권고하고 있어,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 곧바로 학사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후생노동성은 당시 유행이 예년보다 일찍 시작된 배경으로 여름철 고온다습한 기후와 실내 밀폐 공간에서의 장시간 체류, 대규모 국제 행사에 따른 관광객 증가 등을 꼽았다. 세계보건기구(WHO) 인플루엔자 참고·연구 협력센터 부소장은 일본에서 독감 시즌이 다소 일찍 시작된 적은 있었지만, 유행병 수준의 수치가 이렇게까지 이른 시점에 나타난 것은 드문 일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같은 시기 대만에서도 인플루엔자 유사 증상 환자가 늘며 유행 기준선을 곧 넘을 가능성이 제기돼, 당국이 백신 접종을 서둘러 본격화하기도 했다. 한국인이 즐겨 찾는 두 여행지에서 동시에 독감 경고음이 울린 셈이다. 올해 8월 유행 선언 역시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서, 일본의 독감 시즌이 해마다 조금씩 앞당겨지고 있다는 우려를 뒷받침하는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름감기, 바이러스보다 '냉방병'이 원인인 경우도
국내에서 여름철 걸리는 감기는 겨울 감기와는 발생 기전이 다소 다르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여름철 감기는 특정 바이러스보다 급격한 온도 변화와 습도 차이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땀을 흘리고 기운이 떨어지기 쉬운 여름철에는 체온 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서 감기에 걸리기 쉬운데, 특히 에어컨 등 냉방기기를 자주, 오래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여름감기에 취약하다. 냉방장치는 공기 중 수분을 냉각시켜 실내 온도를 낮추는 원리이기 때문에, 1시간 이상 연속 가동하면 실내 습도가 30~40% 수준까지 뚝 떨어진다. 이렇게 건조해진 호흡기 점막이 바이러스 침투에 취약해지면서 때아닌 여름감기로 이어지는 것이다. 두통과 발열, 관절통과 근육통, 기침, 콧물, 재채기, 전신 무력감과 피로 등이 대표적인 증상으로, 감기를 단번에 낫게 하는 특효약은 없는 만큼 치료보다는 예방이 우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다만 올여름처럼 코로나19 지표까지 함께 오르는 시기에는 단순 감기와 코로나19 감염을 증상만으로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미열과 콧물, 인후통 위주로 서서히 증상이 나타나는 일반 감기와 달리, 코로나19나 독감은 갑작스러운 고열과 함께 전신 근육통, 심한 피로감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이나 만성질환자, 임신부 등 고위험군은 미열이라 하더라도 증상이 3일 이상 이어지면 자가 진단에 의존하기보다 신속항원검사 등을 통해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게 의료진의 공통된 조언이다. 회사나 학교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근무·생활하는 경우, 증상이 나타났을 때 무리하게 정상 출근·등교를 강행하기보다 하루 이틀 휴식을 취하며 전파를 최소화하는 것도 권장된다.
"계절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전문가들 상시 경각심 당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을 감염병의 계절적 패턴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기온과 절대습도가 낮을수록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서 오래 생존하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 아시아 지역에서 이상기온과 강수 패턴 변화가 잦아지면서 전통적인 겨울철 감염이라는 경계 자체가 흐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폭염 이후 급격한 기온 하락을 겪는 일본의 기후 특성이 호흡기 바이러스 확산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현상이 일본에 국한된 일회성 이변이 아니라 매년 되풀이되는 패턴으로 굳어질 경우, 겨울철에 집중됐던 국가별 방역 대응 체계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
의료계에서는 올여름 국내 코로나19가 과거 팬데믹 수준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고령층과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은 여전히 중증 위험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방역당국은 막연히 불안해하기보다 개인 건강 상태에 맞춰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흐르는 물에 비누로 손을 충분히 씻고 기침이나 재채기 예절을 지키며 증상이 있을 때는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줄이는 기본 수칙만 지켜도 감염 위험을 상당 부분 낮출 수 있다고 당부했다. 특히 이번 추석 연휴를 전후로 일본과 대만 등 해외여행 계획이 있는 경우, 출국 전 현지 호흡기 질환 유행 상황을 미리 확인하고 마스크와 손소독제, 상비약 등을 챙기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