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드는 데 외국은 한 달, 한국은 5분 걸리는데 연봉 '두 배' 차이 나는 직업
2025-04-30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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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걸린다면서 5분 만에 안경 만든 안경사에게 감탄한 외국인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 방문하면 보통 길거리 음식 편의점, 한강 라면 등 K-푸드와 문화 등에 신선한 충격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들이 신세계를 접한 것처럼 놀라운 반응을 보이는 분야는 따로 있다. 음식도, 문화도 아닌 바로 안경이다.

안경을 하루 만에 맞추는 건 아무 곳에서나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하루도 아닌 30분이면 가능하다. 미국에서는 보통 2~3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한국에서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모두 안경사 덕분이다.
실제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해 이색적인 문화를 접하는 모습을 그리는 MBC every1 예능 프로그램 '어서와~한국은 처음이지?'에서는 한 외국인 출연자가 한국의 안경원을 방문해 단 5분 만에 주문을 맡긴 안경을 받고 충격에 사로잡혀 웃음을 안겼다. 15~20분 정도 걸린다는 안경사의 말에 못 믿겠다며 타이머를 세팅한 해당 외국인 출연자는 실제 그보다 훨씬 적은 5분밖에 안 걸리자 "제가 원했던 조건들을 많이 충족시킨 제품"이라며 놀라워했다.
이를 접한 프랑스인 빅투아르도 "프랑스도 안경 하나 맞추는 데 정말 오래 걸린다. 이에 래퍼 딘딘이 "(안경 만드는) 기계가 없어서 그런 거냐"라고 묻자 한 핀란드인 패널은 "(렌즈를) 다른 나라로 보내고 다른 나라에서 (렌즈를) 자르고 맞추고 다시 핀란드로 보낸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해외와 비교했을 때 한국에서 안경을 맞추는 시간이 이렇게까지 적게 걸리는 이유는 뭘까. 미국의 안경사와 한국의 안경사를 비교해 봤다.
우선 미국 안경사와 한국 안경사의 주요 업무는 기본적으로 다르다. 두 나라의 안경사 모두 시력 보정과 관련된 전문직이지만 제도와 업무 범위, 역할에 차이가 있다. 미국 안경사의 주요 업무는 안경 렌즈와 프레임, 콘택트렌즈의 조제 및 피팅과 판매 담당이다. 또 안과의사나 검안사가 발급한 처방전에 따라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맞춘다. 미국 안경사는 시력 검사나 처방 행위를 할 수 없고 반드시 검안사나 안과의사의 처방에 의존해야 한다.
또한 고객의 얼굴 형태나 눈 사이 거리 등을 측정해 얼굴형에 적합한 안경테와 렌즈를 추천한 뒤 피팅·조정 작업을 한다. 이 모든 것을 위해서는 일부 주에서 면허가 필요하며 주마다 자격 요건과 규제가 다르다. 50개 주 중에서 22개 주에서만 공식 면허가 요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한국 안경사는 시력 검사(굴절검사), 안경 및 콘택트렌즈의 처방, 조제, 가공, 피팅, 판매까지 전 과정을 담당한다. 고객의 시력 문제 상담과 문진, 자동시력검사기 등 다양한 장비를 이용한 검사부터 안경테 추천, 렌즈 가공 및 조립, 착용법 설명, 시력 보호 조언 등 업무 범위가 상당히 넓은 편이다. 한국에서 안경사가 되려면 안경사 면허가 국가 자격증으로 필수이며 안경광학과(2~4년제) 졸업 후 국가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미국과 달리 의사 처방 없이도 시력 검사와 안경 처방, 조제가 가능하며 의료적 치료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안과 진료를 권유할 수도 있다.
즉 미국 안경사는 시력 관리 체계가 분업화돼 있지만 한국은 철저히 안경사 중심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연봉의 차이는 꽤 크다. 한국의 안경사가 하는 일이 훨씬 많지만 연봉은 미국 안경사가 압도적으로 높게 받는다.
보통 한국 안경사의 연봉은 평균 3500만 원, 초임 2500~3200만 원, 경력 5년 이상일 경우 최대 4800만 원, 상위 25%는 4700만 원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안경사의 연봉은 평균 6500만 원, 초임 5200만 원, 경력자의 경우 6000만 원 이상, 상위 25%는 약 9100만 원까지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안경사의 평균 연봉보다 약 2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미국 안경사의 연봉이 높은 배경에는 실무 위주 교육 프로그램과 자격증 취득 후에도 보수교육 등 지속적인 전문성 관리 등 여러 요인이 있다.
실제 미국에는 안경광학과라는 명칭의 전공이 따로 없고 커뮤니티 칼리지나 기술학교, 일부 대학에서 안경 조제사, 콘택트렌즈 전문가 등 관련 인력을 양성하는 것으로 안경사 교육을 대신한다. 2년제나 4년제 전문 교육 과정이 있으며 최근에는 4년제로 확대하는 추세다.
졸업 후에는 각 주의 자격시험(American Board of Opticianry·ABO, National Contact Lens Examiners·NCLE)에 합격해야 하며 시험은 처방 해석과 안경 피팅·조제, 장비 사용 등 실무 중심으로 구성된다. 실무 교육(2~3년)만으로도 자격 취득이 가능한 주도 있으며 자격제도와 교육 과정은 주마다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자격증 취득 후에도 보수교육을 받는다.

한국은 전국 2~4년제 대학의 안경광학과에서 교육을 이수한 뒤 졸업까지 해야 면허 시험 응시 자격 요건이 충족된다. 안경광학과는 1984년 최초 개설 후 2002년부터 3년제 이상으로 확대됐으며 현재 4년제 학과도 증가하고 있다. 교육과정은 광학, 시과학, 안경 조제 및 가공, 시력검사, 콘택트렌즈, 실습 등 이론과 실무를 포괄한다. 졸업 후에는 국가자격시험(보건복지부 주관)에 합격해야 안경사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미국 안경사 자격시험(ABO, NCLE) 준비반 등 글로벌 자격 취득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미국의 안경사 교육 프로그램은 한국보다 더 전문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는 한국의 안경사 양성 과정의 문제 때문이다.
우선 한국은 빠른 인력 양성 중심으로 제도가 설계돼 있다. 사회에 빠르게 진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보다 시간을 들이는 미국보다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크다. 한국은 2· 3·4년제 등 다양한 교육 과정을 이수해도 동일한 국가자격시험에 응시해 같은 안경사 면허를 취득할 수 있을 정도로 국가시험 자격 요건이 단순하다. 최근에는 수험생 감소와 대학 간 경쟁으로 인해 교육 기간을 3년제에서 2년제로 줄이는 곳도 늘고 있다.
무엇보다 실무보다 이론 중심 교육의 비중이 훨씬 크다는 게 심각한 문제다. 미국은 장기간의 교육과 현장 실습을 강조하지만 한국은 최단기 교육으로 실무 적응이 가능하도록 커리큘럼이 구성돼 있다. 한국은 안경광학과 표준 교과과정 역시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 이에 대학별로 교육 내용과 기간이 상이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다만 미국은 국가 수준에서 안경사 교육과정과 자격시험이 법에 따라 표준화돼 있다. 실무 중심으로 구성된 안경사 교육도 높은 전문성의 원인 중 하나다. 2년제 Optician Development Program(ODP) 등은 실제 안경 조제, 피팅, 고객 상담 등 실무 능력 배양에 중점을 둔다. 이에 반해 한국은 이론 중심 교육 비중이 높고 실습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자격 취득 후 정기적인 보수 교육도 실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안경사와 검안사, 안과의사 등 직군이 명확히 분리되기 때문에 안경사가 안경 조제와 피팅에만 집중하며 그에 맞는 전문 교육을 심층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전문성을 높인다. 한국은 전문성 강화보다는 범위 확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평가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