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왔지?... 대낮에 여고 운동장에 출몰한 2미터 크기 멸종위기 동물

2025-04-30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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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획하면 최대 3년 징역 또는 수백만 원 벌금 부과되는 한국의 멸종위기종

2023년 강원 태백시 장성광업소 인근에 출몰한 초대형 구렁이. / 뉴스1
2023년 강원 태백시 장성광업소 인근에 출몰한 초대형 구렁이. / 뉴스1
전남 여수시 안산동 한 여고 운동장에 길이 약 2m 대형 뱀이 나타났다.

30일 전남소방본부와 여수소방서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 57분쯤 뱀이 출몰했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소방당국이 도착했을 때 교사 10명이 운동장 데크 안에 있는 뱀을 보고 있었다. 다행히 뱀에 물린 사람은 없었다.

뱀은 길이 약 2m로 상당히 큰 편이었다. 소방당국은 데크 안에 있는 뱀을 꺼내려 했지만 산 쪽으로 도망쳐 포획하지 못했다. 소방 관계자는 "뱀이 다시 나타나면 재신고해 달라"고 당부하고 철수했다. 현재까지 재신고는 없다.

운동장에 나타난 뱀은 구렁이로 보인다.

구렁이는 한국에 서식하는 뱀 중 가장 크며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돼 있다. 길이는 보통 2m 안팎이지만 드물게 3m까지 자란다. 검은색, 황색, 갈색 등 다양한 색을 띠며 몸통엔 가로무늬와 얼룩무늬가 선명하다. 독이 없고 온순해 설치류, 조류, 양서류 등을 먹는다.

2021년 6월 4일 대구시 수성구 외곽에 있는 한 저수지 부근에서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된 길이 약 1m50cm의 크기의 황구렁이가 발견된 적이 있다. / 뉴스1
2021년 6월 4일 대구시 수성구 외곽에 있는 한 저수지 부근에서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된 길이 약 1m50cm의 크기의 황구렁이가 발견된 적이 있다. / 뉴스1

먹이를 조여 죽인 뒤 통째로 삼키는 습성이 구렁이 특징이다. 산림, 논밭, 하천 주변, 돌담, 농가 근처 등 다양한 환경에 적응해 산다. 특히 쥐를 잡아먹어 예부터 농가에선 반가운 존재였다. 민속적으론 재산과 풍요의 상징, 집안의 수호신으로 여겨져 구렁이가 집에 나타나면 길조로 여겼다. 하지만 남획, 서식지 파괴, 보신문화로 개체수가 줄어 2012년부터 보호받는다. 포획하면 최대 3년 징역 또는 수백만 원 벌금이 부과된다. 최근 인천 강화도, 석모도, 선갑도, 영흥도와 치악산 국립공원 등지에서 서식지 보호와 인공 증식 사업이 진행 중이다.

구렁이 출몰은 여수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강원도 영월 금강공원에서도 구렁이가 나타났다. 지난 21일 오전 70대 여성 A 씨가 공원에서 산책 중 소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길이 약 2m 구렁이를 발견했다. A 씨는 "소나무 줄기를 타고 올라가는 검은 생명체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구렁이가 머리를 아래로 한 채 천천히 기어오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2023년 강원 태백시 장성광업소 인근에선 초대형 구렁이가 출몰한 바 있다. 수 미터 길이 뱀이 나뭇가지를 휘감은 모습을 주민이 촬영했다. 일부 언론은 구렁이의 길이가 8m에 이른다고 전하기도 했다. 아나콘다급 크기라 합성 사진 논란까지 일었다. 실제로 일부 파충류 전문 유튜버가 사진이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한 매체가 추가 사진을 공개하며 뱀 출몰 장소의 나무가 실존한다고 반박했다. 파충류 전문 유튜버는 인근에서 구렁이 허물을 발견했으나 8m보다는 훨씬 작다고 했다.

당시 논란으로 인해 구렁이는 최대 3m를 넘기 어렵지만 극히 드물게 더 큰 개체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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