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이 돈 빠져나가고 있다”… SKT 유심 사태, 고령층 피해 심각
2025-04-2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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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지나쳤던 고령층의 통신 피해 실태가 잇따라 폭로 중
SKT 유심 해킹 사태가 예상치 못한 ‘순기능’을 낳았다. 평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동전화 부가서비스를 점검하게 되면서, 일부 이용자들이 부당 가입된 유료 서비스를 발견하는 일이 이어진 것이다.

한 누리꾼은 SNS를 통해 "엄마의 티월드에 접속해 유심 보호 서비스를 가입하려다 유료 부가 서비스 목록을 확인하게 됐다"고 밝혔다. 놀랍게도, 사용한 적 없는 각종 유료 서비스가 다수 가입돼 있었고, 매달 약 4만 3684원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가입 시점조차 기억나지 않는 이 서비스들은 아마도 휴대전화 개통 당시 등록된 것으로 추정된다.
비슷한 경험을 한 다른 이용자들도 “차가 없음에도 블랙박스 관련 부가 서비스에 가입돼 있었다”, “앱 다운로드나 본인 인증 중에 모르는 사이 유료 가입이 됐다”는 사례를 공유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 10월까지 고령 소비자의 이동전화 서비스 관련 피해 구제 신청은 542건에 달했다.
이 중 계약 불이행(33.2%), 위약금 과다 부과(19.4%), 부당한 유료 서비스 가입(17.2%), 청약 철회 거부(11.4%) 등이 주요 사유로 집계됐다.
디지털 활용 능력이 낮은 고령 소비자들이 계약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구두 약속 사항이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아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해킹 사태를 계기로 SKT는 70세 이상 장애인·국가유공자·시각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전화 안내 및 대행 가입 서비스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온라인 가입이 어려운 많은 이들은 대리점 앞 대기라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IT 유튜버 잇섭(ITSub)은 "취약계층을 위한 방문 서비스나 유심 택배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으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도 이헌승 의원이 "디지털 취약계층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당국의 적극적 지도·감독"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