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가지 맛이 한입에 터진다… 새콤·달콤·짭짤·매콤·씁쓸함 터지는 '과일'

2025-04-2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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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약재로, 차로, 술로 사랑받은 '인기 과일'

단맛, 신맛, 쓴맛, 짠맛, 매운맛까지 다섯 가지 맛을 한 번에 품고 있는 과일이 있다. 예로부터 약재로, 차로, 술로 사랑받은 이 과일은 ‘오미자’다.

신품종 오미자. / 뉴스1
신품종 오미자. / 뉴스1

29일 산림청 품종관리센터에 따르면, 국내 산림 신품종 725개 가운데 320개(약 44%)가 새로운 먹거리로 활용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 신품종 개발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이끌고 있다. 특히 산딸기와 오미자는 빨간색뿐 아니라 오렌지색, 노란색 등 여러 색상으로 개량했다.

이들 품종은 맛, 향, 다채로운 매력까지 갖춰 음료와 디저트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센터는 올해도 산과수, 버섯, 산채 등 식·약용 57품종에 대해 재배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2년부터 신품종 개발자에게 지식재산권을 부여하고 있으며, 산림이 국토 면적의 약 64%를 차지하는 특성상 신품종 개발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신품종 등록 건수는 73건으로, 전년 평균(30~40건)의 두 배를 넘어섰다.

윤석범 품종관리센터장은 뉴스1에 "우리 숲에서 자란 토종 식물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날이 머지않았다"며 "산림 신품종의 지식재산권 보호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오미자 자료 사진. / Nick Pecker-shutterstock.com
오미자 자료 사진. / Nick Pecker-shutterstock.com

오미자는 오미자과에 속하는 덩굴성 낙엽수, 오미자나무의 열매다. 최대 2m까지 자라는 이 덩굴식물은 산골짜기 암반지대나 습기가 적당한 비옥한 골짜기에서 무리를 지어 자란다. 한국에선 태백산, 지리산 같은 깊은 산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제주도엔 검은빛의 흑오미자가 자생한다.

잎은 타원형으로 잔톱니가 있고, 6~7월엔 붉은빛이 도는 황백색 꽃이 암수로 나뉘어 핀다. 8~9월이면 지름 1cm 정도의 둥근 열매가 붉게 익는데, 이게 바로 오미자다. 산딸기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검붉은 색을 띤다. 원산지는 중국 북부, 러시아 극동,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이다. 한국에선 문경 오미자가 유명하다.

오미자의 가장 큰 특징은 5가지 맛이다. 껍질은 달고 짭짤하며, 과육은 신맛이 강하다. 씨앗은 맵고 쓴맛, 때론 떫은맛이 섞여 나온다. 이 맛들은 한입에 어우러져 독특한 풍미를 낸다. 특히 신맛은 시트르산, 사과산 같은 유기산에서 비롯된다.

중국 ‘본초강목’은 이 5가지 맛이 오장(심장, 폐, 신장, 간, 비장)에 골고루 이롭다고 설명한다. 단맛은 비장과 위를, 신맛은 간을, 매운맛은 폐를, 쓴맛은 심장을, 짠맛은 신장을 돕는다.

오미자는 항산화 성분인 리그난(쉬잔드린, 고미신 등)이 풍부해 세포 손상을 막는다. 이에 따라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고혈압, 뇌졸중,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을 준다. 특히 쉬잔드린은 폐 염증을 억제해 기침, 가래, 기관지염 같은 호흡기 질환에 효과적이다.

오미자 차 자료 사진. / ju namy-shutterstock.com
오미자 차 자료 사진. / ju namy-shutterstock.com

‘동의보감’에는 오미자가 마른기침에 특효라고 기록됐다. 또한 오미자에 든 식물성 에스트로겐(리그난)은 갱년기 여성의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준다. 칼슘, 인, 철, 비타민 C, E가 풍부해 골다공증 예방, 피로 해소, 면역력 강화에도 좋다.

오미자는 한국과 해외 모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한국에선 오미자청, 오미자주, 오미자차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문경은 과거 석탄 도시에서 오미자로 경제 부흥을 이뤘다. 중국, 일본, 러시아에서는 약재와 음료로 쓰인다.

중국에선 ‘북오미자’로 불리며 한약재로, 일본에선 ‘고미시’라는 차로 마신다. 러시아에선 우표에 오미자를 새길 만큼 관심이 높았다. 서양에선 ‘five-flavor fruit’ 또는 ‘magnolia berry’로 알려져 건강식품으로 주목받는다.

보통 오미자는 오미자차로 소비한다. 오미자 30g을 물 1L에 넣고, 4시간 동안 우려 냉차로 마시는 형태다. 말린 오미자는 24시간 이내로 우려내면 된다. 오미자를 뜨거운 물에 우리면, 신맛과 떫은맛이 강해진다. 따라서 냉수에 천천히 우리는 게 좋다.

꿀이나 계피로 단맛을 더할 수 있지만, 설탕은 피하는 것이 좋다. 오미자청은 오미자와 설탕을 50:50 비율로 섞어 발효시킨 뒤, 체에 걸러 냉장 보관한다. 오미자주는 소주에 오미자청 찌꺼기를 넣고, 3개월간 숙성하면 향긋한 술이 된다.

오미자 술은 오미자 70g, 구기자 70g, 생강 30g, 꿀 400g을 소주 1.8L에 넣고 2개월 숙성해 만든다. 오미자화채는 오미자청에 과일과 얼음을 섞어 여름 디저트로 즐긴다. 오미자 요거트, 빙수, 주스도 인기다. 오미자잎은 어린잎을 데쳐 나물로 먹거나, 볶아서 엽차로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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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음식과 마찬가지로, 과다 섭취하면 소화불량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오미자는 신맛이 강해 위염, 위궤양, 역류성 식도염이 있는 경우 섭취를 삼가는 것이 좋다. 피부 발진, 가려움, 호흡곤란 등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어 처음 먹을 때는 소량만 섭취해야 한다.

채취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 오미자는 3~4년 차 열매가 품질이 좋다. 8~9월에 붉고 선명한 열매를 골라야 하며, 너무 단단한 열매는 신맛이 강할 수 있다. 특히 야생 오미자는 허가 없이 채취하지 말아야 한다.

오미자는 동서양 모두에서 사랑받는 과일이다. 적당히 즐기면 건강과 맛을 모두 챙길 수 있는 오미자. 지금 차로 우려내 한 잔 마셔보는 건 어떨까.

home 조정현 기자 view0408@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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