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왜 잔치를 벌였을까?” 전투 전날 술과 고기를 먹은 진짜 이유

2025-04-3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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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논리처럼 보인 전략, 알고 보니 생존의 기술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이미지.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이미지.

동아시아 전쟁사를 들여다보면 중요한 전투를 앞두고 지휘관이 병사들에게 술과 고기를 베푼 사례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얼핏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이 결정이 사실은 병사들의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었다는 분석이 최근 온라인에서 주목받고 있다.

과거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왔던 '왜 전근대 병사는 굳이 전투 전날에 술과 고기를 먹었는가'라는 분석 글이 최근 에펨코리아 등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다시 회자하고 있다.

글쓴이 A 씨는 "현대인도 고기와 술을 많이 먹은 다음 날엔 컨디션이 떨어진다"며 "전투에 승리한 뒤 축하주를 마시는 게 합리적이지 않으냐”는 단순한 의문에서 출발했다.

"내일 죽을 수도 있으니 마지막 날이 될 수도 있는 오늘 먹고 마시는 즐거움을 제공하고 심리적인 사기도 올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는 A 씨는 "그런데 나이를 먹으니 이 행위는 지극히 이성적인 전략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주장했다.

A 씨에 따르면 술과 고기 그리고 전근대 농경 사회 병사들의 주식이었던 탄수화물의 조합은 속성으로 체중을 불리는 가장 효율적인 식단이다. 현대인은 살이 찔지 걱정하지만, 전근대의 일반 병사들-주로 평민 이하 계층-은 기본적으로 말라 있었다.

그는 "성인 남성이 마라톤을 완주하면 보통 2~5kg 체중이 빠진다고 한다. 전투도 마찬가지"라며 "사극 영화와 드라마에선 전투가 2시간 안팎으로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4~5시간은 기본이고 7~8시간, 심지어 다음 날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체력 소모가 극심한 상황에서 병사들의 에너지 비축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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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사례로 A 씨는 고려와 거란이 맞붙은 귀주대첩을 언급했다.

그는 "당시 양측은 2박 3일 동안 밤낮으로 싸웠다. 마라톤 한 번에 몇 kg이 빠진다는데, 이 전투에 참여한 병사들의 체력 소모는 우리가 일상에서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현대인은 안전한 환경에서 정신노동이나 시스템화된 육체노동을 한다. 이때 숙취나 몸의 무거움은 업무 효율에 방해가 된다. 그러나 전근대 병사에게는 그런 개념이 없었다”며 “그들은 수십 kg의 장비를 메고 몇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싸워야 했고, 눈앞의 적을 직접 찔러야만 살아남았다”고 강조했다.

즉, 숙취는 단지 견디면 되는 문제일 뿐이고, 진짜 위험은 ‘에너지 고갈’이었다.

A 씨는 “싸우고 싶어도 몸에 힘이 없으면 못 싸우고, 살고 싶어도 못 산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술과 고기는 단백질과 지방, 칼로리를 보충해 전투력을 높이기 위한 과학적인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실제 전투는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활동이다.

당시엔 전투 중 식사를 하기 어렵거나 식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전날 미리 영양을 축적하는 전략이 필요했다. 다만 술의 경우 과음을 막기 위해 일정 수준의 통제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실전 경험이 많은 지휘관들은 병사들의 사기를 올리면서도 전투에 지장이 없도록 음주를 조절하는 기술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또 당시 병사들은 술에 대한 내성이 높았을 가능성도 있다.

결국 전투 전날의 술과 고기 대접은 단순한 향응이 아니라, 병사들의 심리적 안정과 신체적 준비를 위한 전쟁 대비책의 일환이었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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