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날것으로 먹어야... 삶아서 먹으면 절대 안 되는 한국 나물 (영상)
2025-04-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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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무침, 물김치 재료로 쓸 수 있는 한국 나물
괭이밥, 어떤 식물이고 어디서 자랄까
괭이밥(Oxalis corniculata)은 괭이밥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이다. 높이는 10~30cm 정도로 자라며, 땅속 뿌리가 옆으로 뻗어 강한 생명력을 자랑한다. 잎은 클로버와 비슷해 종종 혼동되지만, 자세히 보면 하트 모양의 소엽 3개로 이뤄진 것이 특징이다. 5~8월에 잎 겨드랑이에서 긴 꽃자루가 나와 지름 8mm 정도의 노란 꽃 1~8개가 산형 꽃차례로 핀다. 꽃잎은 5장이며, 꽃이 지면 로켓 모양의 꼬투리가 달려 씨앗을 사방으로 튕겨낸다. 이 독특한 번식 방식 덕분에 괭이밥은 쉽게 퍼져나간다.
한국에서는 제주, 전북, 경남, 경북, 강원, 경기, 함남 등 전국 곳곳에서 야생으로 자란다. 길가, 빈터, 텃밭, 화단, 심지어 아파트 주변까지,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 괭이밥이 자리 잡는다. 특히 햇볕이 잘 드는 곳을 좋아하며, 광량에 민감해 낮에는 잎이 활짝 펴지고 밤이나 흐린 날에는 접힌다. 이 현상은 수면 운동이라 불리며, 미국의 레드우드괭이밥(Oxalis oregana)에서는 더 빠르게 관찰된다.
괭이밥은 전 세계적으로 퍼진 광분포종이다. 원산지는 인도, 동남아시아, 중국 남부, 한국, 일본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적응력이 뛰어나 화분이나 정원에서도 잡초처럼 자라곤 한다. 원예식물로 개발된 품종은 ‘사랑초’라 불리며, 잎이 자주색이거나 꽃이 분홍색인 경우가 많다.
제철은 봄부터 가을까지로,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잎과 줄기를 채취해 먹을 수 있다. 특히 5~8월 개화기에는 노란 꽃과 함께 싱그러운 잎을 즐길 수 있다. 단오(음력 5월 5일)가 지나면 많은 식물에 독성이 생기지만, 괭이밥은 이때도 독성이 없어 오랫동안 식용으로 활용된다.
요리법과 그 맛, 그리고 고양이를 살린 전설
괭이밥의 맛은 새콤하다. 잎과 줄기를 씹으면 사이다처럼 톡 쏘는 신맛이 입안에서 퍼진다. 이 신맛은 옥살산(수산), 구연산, 사과산, 포도주산 같은 유기산 때문이다. 아이들은 이 맛에 매료돼 한 움큼씩 따 먹곤 한다. 하지만 신맛이 강해 생으로 과다 섭취하면 속이 쓰릴 수 있다. 그래서 요리법이 중요하다.
가장 쉬운 방법은 샐러드다. 괭이밥 50g을 깨끗이 씻어 식초 물에 3분 담갔다가 물기를 뺀다. 아몬드와 땅콩을 곱게 갈아 우유, 감식초, 국간장, 매실청을 섞은 소스를 만든다. 괭이밥에 들깻가루를 뿌리고 소스를 끼얹으면 상큼한 샐러드가 완성된다. 신맛을 줄이기 위해 레몬즙을 추가하면 놀랍게도 신맛이 중화된다.
초무침도 인기다. 괭이밥 2줌과 얇게 썬 양파 반 개를 준비한다. 고추장, 식초, 올리고당, 고춧가루, 액젓, 조선간장, 다진 마늘, 참기름, 깨소금을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괭이밥과 양파를 양념장에 버무려 접시에 담고 깨소금을 뿌리면 된다. 이 요리는 새콤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어우러져 밥반찬으로 제격이다.
물김치는 색다른 선택이다. 무를 직사각형으로 썰고 괭이밥을 손가락 한 마디 크기로 자른다. 청양고추, 마늘, 생강을 갈아 물과 섞은 뒤 체에 걸러 무와 괭이밥이 잠기도록 붓는다. 굵은 바다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따뜻한 실온에서 며칠 발효시키면 톡 쏘는 물김치가 완성된다.
중요한 점은 괭이밥을 절대 열로 조리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데치거나 끓이면 유기수산이 무기수산으로 바뀌어 몸에 담석을 만들 수 있다. 반드시 날것으로 먹어야 약효를 온전히 누릴 수 있다.
괭이밥의 이름은 고양이와 떼려야 뗄 수 없다. 과거 시골에서 쥐약을 먹고 죽은 쥐를 먹은 고양이가 괭이밥을 뜯어 먹고 살아났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로 인해 ‘고양이밥’이란 이름이 붙기도 했다. 실제로 고양이가 괭이밥을 먹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이 전설은 괭이밥의 강력한 해독력을 상징한다.
효능, 사람과 자연을 잇는 치유의 풀
괭이밥은 단순한 식용 풀이 아니다. 한방에서는 전초를 ‘작장초’라고 부르며 약용한다. 해열, 해독, 소화 촉진, 지혈, 피부병 치료 등 다양한 효능이 있다. 구체적으로 두통, 설사, 이질, 황달, 임병, 토혈, 치질, 타박상, 화상, 종기에 효과가 있으며, 잎을 짓이겨 벌레 물린 곳에 바르면 염증을 가라앉힌다.
특히 해독력은 괭이밥의 핵심이다. 알코올, 마약, 중금속 중독을 풀어주는 식물로 알려졌으며, 백혈병 같은 질환에도 효험이 있다는 얘기가 있다. 산성화된 몸을 알카리성으로 바꿔 면역력을 높이고, 간염이나 감기 예방에도 탁월하다. 자주 먹으면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속설도 있다.
괭이밥에는 레몬산, 말레인산, 포도주산, 아스코르빈산(비타민 C), 카로틴, 루틴, 옥살산 칼슘이 풍부하다. 이 성분들은 소화효소 분비를 돕고, 항산화 작용으로 몸을 정화한다. 옥살산이 많아 과다 섭취하면 신장 결석 위험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흥미롭게도 괭이밥은 불면증에도 도움을 준다. 밤에 잎을 오므리는 수면 운동은 마치 잠을 자는 듯한 모습이다. 실제로 불면증에 시달리던 이가 괭이밥을 먹고 깊은 잠을 잤다는 체험이 전해진다. 이는 괭이밥이 신경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음을 시사한다.
괭이밥은 사람 곁을 떠나지 않는 신기한 식물로도 알려졌다.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에는 자라지 않지만 사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노란 꽃을 피운다. 원주민 속설에 따르면, 아픈 사람이 있는 곳으로 식물 씨앗이 날아간다고 한다. 괭이밥은 마치 사람을 치유하기 위해 존재하는 듯하다.
꽃말은 ‘빛나는 마음’이다. 하트 모양 잎과 겸손한 모습은 사랑과 헌신을 상징한다. 그래서인지 괭이밥은 ‘사랑초’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며, 정원에서 키우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괭이밥은 한국의 자연과 사람, 그리고 동물까지 잇는 특별한 식물이다. 고양이를 살린 전설부터 사람의 건강을 지키는 약성까지, 이 작은 풀은 생명의 신비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