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수 있는 거였어?" 시골 사람들도 화들짝 놀라는 잡초 취급 나물

2025-04-2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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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샐러드로도 먹을 수 있다는 한국 나물

쇠비름 / 국립생물자원관
쇠비름 / 국립생물자원관
들판은 물론 보도블록 틈새, 심지어 염분 가득한 땅에서도 끈질기게 뿌리를 내리는 나물이 있다. 쇠비름. 한국의 시골서 흔히 마주치는 한해살이풀인 쇠비름은 너무 흔한 까닭인지 주목받지 못하고 그저 뽑아내야 할 잡초로 여겨진다. "이게 먹을 수 있는 나물이었어?"라며 놀라는 농부도 많다. 농부들은 쇠비름이 밭을 뒤덮으면 곤란하다며 뿌리를 뽑아 던진다. 다시 땅에 닿기만 하면 뿌리를 내리며 살아날 정도로 쇠비름은 생명력이 강하다. 그러나 이 ‘미친 풀’은 단순한 잡초가 아니다. 영양가가 높고 약효가 뛰어나 다른 나라에선 샐러드나 약재로 사랑받는 식물이다. 쇠비름의 숨겨진 매력을 파헤쳐보자.
쇠비름 / 국립생물자원관
쇠비름 / 국립생물자원관

어디서나 자라는 강인한 식물

쇠비름은 쇠비름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이다. 한국 전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밭, 길가, 낮은 산간 지역, 심지어 도시의 보도블록 틈새에서도 자란다. 양지바른 곳이나 반그늘에서 잘 자라지만, 염분기가 있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강한 생존력이 특징이다. 높이는 15~30cm 정도로 자란다. 동글동글한 잎과 붉은빛이 도는 줄기가 눈에 띈다. 잎 모양이 말의 이빨을 닮았다고 해 한의학에서는 ‘마치현(馬齒莧)’이라 부르고, 오행초, 마치채 등의 이름으로도 불린다.

제철은 여름에서 초가을이다. 특히 7~9월에 가장 무성하다. 이 시기 쇠비름은 영양분을 가득 머금어 요리나 약재로 사용하기에 최적이다. 11월에 채취한 쇠비름은 약효가 강해 피부 질환 치료에 자주 쓰인다. 번식력 또한 놀랍다. 열대 지역에서는 1년에 4세대까지 번식할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다. 뽑아낸 쇠비름을 땅에 던져두면 다시 뿌리를 내릴 만큼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한다. 염분 흡수율이 높아 염도가 높은 토양에서 염분을 제거하는 데도 활용된다.

쇠비름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분포한다. 유럽에서는 중세 시절 ‘미친 풀’로 불렸다. 로마 시대부터 샐러드로 먹을 만큼 오랜 식용 역사를 자랑한다. 생화학계에서도 주목받는다. C4 광합성과 CAM 광합성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드문 식물이다. C4 광합성은 고온 건조한 환경에 적응한 식물에서 나타나는 광합성 방식이다. 일반적인 C3 광합성과 달리 이산화탄소를 4개의 탄소 화합물로 먼저 고정해 엽육 세포에 저장한 후 유관속초 세포로 이동시켜 농축된 이산화탄소로 캘빈 회로를 진행한다. 캘빈 회로란 광합성의 두 번째 단계인 암반응, 또는 탄소 고정 반응으로 불리는 일련의 생화학적 반응을 뜻한다. CAM 광합성은 매우 건조한 환경에 적응한 식물에서 나타나는 광합성 방식이다. 밤에 기공을 열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유기산 형태로 저장했다가 낮에 기공을 닫고 저장된 이산화탄소를 방출하여 캘빈 회로를 진행한다. 쇠비름은 건조한 환경에서는 CAM 광합성으로 버티고, 조건이 좋아지면 C4 광합성으로 빠르게 성장한다.

쇠비름 / 국립생물자원관
쇠비름 / 국립생물자원관

요리와 맛, 그리고 식감

쇠비름은 한국에서 나물로 즐기는 대표적인 식물이다. 가장 흔한 요리는 쇠비름나물무침이다. 데친 쇠비름에 고추장, 된장, 다진 마늘, 고춧가루, 참기름, 간깨 등을 넣어 버무려 만든다. 조리법은 간단하다.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줄기 부분을 30초, 잎까지 포함해 1분 정도 데친 뒤 찬물에 헹구고 물기를 짠다. 데친 쇠비름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양파와 고추를 곁들여 양념장에 버무려 완성한다. 이 과정은 15분 이내로 끝나며, 3인분 기준 250g의 쇠비름이면 충분하다.

쇠비름 무침 / '노정호' 유튜브 영상 캡처
쇠비름 무침 / '노정호' 유튜브 영상 캡처

맛은 독특하다. 동의보감에서는 쇠비름을 ‘독이 없고 신맛이 나며 성질이 차다’고 기록했다. 즙이 많고 미끌거리는 식감이 특징이다. 사람에 따라 신맛, 비린맛, 혹은 역겨운 맛을 느낄 수 있다. 맛이 강하지 않아 고추장이나 된장 같은 강한 양념과 잘 어울린다. 서양에서는 샐러드로 먹거나 삶아서 곁들임 요리로 활용한다. 식감은 부드럽고 아삭하다.

쇠비름 / 국립생물자원관
쇠비름 / 국립생물자원관

건강을 위한 약재로서의 가치

쇠비름은 영양가가 높고 약효가 뛰어나다. 인체에 필수적인 무기질과 오메가-3 지방산 함량이 풍부해 현대인에게도 주목받는다. 항균 작용이 강해 염증을 완화하며, 여드름이나 아토피 같은 피부 질환 치료에 효과적이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피부 건조, 이뇨, 월경 불순, 강장에도 도움을 준다. 예로부터 쇠비름을 찧어 천연 선크림이나 화상 치료제로 사용한 기록도 있다.

약재로는 주로 11월에 채취한 쇠비름을 사용한다. 이 시기 쇠비름은 약효가 가장 강하다. 말려서 차로 우려내거나 즙으로 만들어 먹는다. 성질이 차서 몸에 열이 많은 사람에게 특히 좋다. 또한 염분 흡수력이 높아 염도가 높은 토양에서 재배하면 환경 정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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