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7억 달성…기생충 꺾고 미국서 역대 최고흥행 등극한 뜻밖의 한국 영화

2025-04-29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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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CG-VFX 전문 기업 모팩 스튜디오가 제작한 3D 애니메이션

최근 할리우드에서 한국 제작사가 만든 성경 영화가 이례적인 돌풍을 일으키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영화 '기생충'의 기록까지 돌파한 상태다.

영화 '킹 오브 킹스' 예고편 / 유튜브 'Angel'
영화 '킹 오브 킹스' 예고편 / 유튜브 'Angel'

지난 28일 제작사 '모팩스튜디오'에 따르면 영화 '킹 오브 킹스'는 지난 27일 누적 수익 5451만 달러(한화 약 787억 원)를 달성해 '기생충'의 최종 매출액인 5384만 달러(한화 777억 원)를 뛰어넘었다. 이로써 '킹 오브 킹스'는 미국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중 가장 흥행한 작품에 올랐다.

장성호 모팩스튜디오 대표가 각본을 쓰고 연출한 이 영화는 찰스 디킨슨의 '우리 주님의 생애'를 바탕으로 예수의 탄생부터 부활까지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케네스 브래나, 우마 서먼, 벤 킹즐리, 피어스 브로스넌, 포리스트 휘터커 등 유명 배우진이 목소리를 맡아 열연을 펼쳤다.

영화는 이미 지난 11일(현지 시각) 북미 개봉 후 잭 블랙과 제이슨 모모아 주연의 '마인크래프트 무비'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른 뒤 꾸준히 관객수를 높여갔다. 실제 관람객의 평점을 토대로 산정하는 '시네마스코어'에서는 A+를 받으며 긍정적인 반응까지 얻었다.

이후 영화는 역대급으로 낮은 드롭율을 기록하며 스크린 수를 300개 이상 확대한 2주 차에 북미 박스오피스 누적 수익 4533만 달러(한화 642억 원)의 누적 수익을 달성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기록을 방불케 하는 성적이다. '킹 오브 킹스'는 개봉 3주 차에도 스크린 3175개를 유지한 채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킹 오브 킹스' 예고편 중 한 장면 / 유튜브 'Angel'
'킹 오브 킹스' 예고편 중 한 장면 / 유튜브 'Angel'

영화는 한국 CG-VFX 전문 기업 모팩 스튜디오가 제작한 3D 애니메이션이다. 김우형 촬영감독은 공동 제작을 맡았으며 영화 '최종병기 활', '명량', '1987' 등에서 음악을 담당한 김태성 감독이 작곡에 참여했다.

종교적 주제를 다룬 '킹 오브 킹스'의 흥행에는 미국 주요 명절인 부활절 시즌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미 배급을 맡은 에인절 스튜디오가 '키즈 고 프리'(Kids Go Free) 캠페인을 통해 어른 1명 티켓 구매 시 어린이 1명은 무료입장을 할 수 있다는 마케팅 전략을 펼친 것이 가족 단위 관객들의 관심을 끌며 티켓 판매를 크게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킹 오브 킹스'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킹 오브 킹스'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장 감독은 지난 28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런 놀라운 성과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돌이켜보면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주님이 함께하지 않으셨다면 절대 이룰 수 없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의 영화는 말썽꾸러기 막내아들에게 진정한 왕이 누구인지 말해주며 시간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은 영국 작가 디킨스의 소설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는 디킨스가 생을 통해 보여준 모습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장 감독은 "디킨스가 영국 국민에게 사랑받았던 이유 중 하나가 서민을 위해 수많은 낭독회를 했다는 점이다. 그냥 책을 읽어주는 게 아니라 배우가 연기하듯 생동감 넘치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어린 아들에게 예수님 얘기를 실감 나게 전해줄 땐 아이가 이야기 세상에 빠져든 것처럼 반응했다고 한다. 교회 한 번 안 가보고 성경 한 번 안 읽어 본 사람도 빠져들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라고 매체에 설명했다.

이를 위해 그는 2015년 집필을 시작해 완성까지 10년이 걸렸다고 했다. 이뿐만 아니라 실제 교회 목회자와 예일대 총신대 소속 신학자 등으로 구성된 자문단과 함께 성경적 오류를 점검하고 언어·문화적 장벽을 넘어 관객들을 사로잡기 위해 디즈니 출신 작가와도 협업했다. 그는 "자신은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성공을 거둘 줄은 몰랐다"라고 털어놨다.

영화 '킹 오브 킹스' 예고편 속 한 장면 / 유튜브 'Angel'
영화 '킹 오브 킹스' 예고편 속 한 장면 / 유튜브 'Angel'

미국 연예 전문 매체 '버라이어티'는 "'킹 오브 킹스'는 타깃 관객층 사이에서 연금술과 같은 탁월한 감정적 공감을 끌어내고 있으며, 부활절 휴일과 개봉 시기를 맞춘 것은 완벽한 타이밍이었다"고 평가했다. 미국 영화 전문 매체 '콜라이더' 역시 '킹 오브 킹스'의 성과는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또 '포브스'는 '가디언'의 레슬리 펠페린이 "최고의 성경 대서사시에는 못 미치지만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또한 미국 영화 매체 '헤이유가이즈'의 린다 매릭의 말을 인용해 "독특한 내러티브 구조와 뛰어난 성우진, 진정성 있는 감정이 가족과 신앙적 관객 모두에게 어필한다"라고 했다.

영화 '킹 오브 킹스' 예고편 속 한 장면 / 유튜브 'Angel'
영화 '킹 오브 킹스' 예고편 속 한 장면 / 유튜브 'Angel'

해외 영화 정보 사이트 'IMDb'에 달린 관객 리뷰에는 "감동적이고 가족 친화적이며, 성우진의 연기가 뛰어나다",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어필하는 따뜻한 작품", "음악과 애니메이션이 감정적인 순간을 잘 살렸다" 등 호평도 달렸다. 다만 "조금 교훈적이고, 캐릭터 활용이 고르지 않다"는 지적도 일부 있었다.

영화는 연말까지 약 90개국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유튜브, Angel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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