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구리+염소 기묘한 생김새... 인천 송도에서 발견된 야생동물의 정체

2025-04-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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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놀라게 한 야생동물의 정체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도심 공원에서 발견된 감염 너구리. / 연합뉴스
인천 송도국제도시 도심 공원에서 발견된 감염 너구리. / 연합뉴스
인천 송도국제도시 도심 공원에서 발견된 너구리와 염소를 섞어 놓은 듯한 동물의 정체가 너구리로 밝혀졌다.

최근 송도 수변공원과 센트럴파크 일대에서 온몸에 털이 빠진 기묘한 모습의 동물이 자주 목격되며 주민들 사이에서 궁금증과 우려가 커졌다. 털이 거의 없는 앙상한 모습의 동물은 처음엔 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낯선 외형을 띠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 동물이 개선충에 감염된 한국 너구리라고 결론 내렸다.

너구리 / 연합뉴스
너구리 / 연합뉴스

너구리는 너구리속에 속하는 개과 동물이다. 한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전국적으로 산림, 농경지, 하천 주변에서 발견된다. 몸길이는 약 50~68cm, 꼬리 길이는 13~18cm 정도다. 회색빛 또는 갈색빛 털과 안면 마스크를 쓴 듯한 얼굴의 독특한 검은 무늬가 특징이다.

너구리 / 연합뉴스
너구리 / 연합뉴스

너구리는 잡식성이다. 과일, 곤충, 작은 포유류, 새알, 식물 뿌리 등을 먹는다. 야행성 동물로 주로 밤에 활동하고 낮에는 굴이나 나무 틈에서 쉰다. 겨울철엔 동면에 가까운 저체온 상태로 에너지를 절약한다. 개과 동물 중 드문 특성이다. 사회적 성향이 강해 작은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특히 가족 단위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너구리는 도시화된 환경에도 적응력이 뛰어나다. 도심 공원이나 하천 주변에서도 종종 목격되는 이유다. 송도와 같은 신도시에서도 농경지나 산림지 개발로 기존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도심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동물은 지난 23, 24일 송도 모 고등학교 인근 수변 산책로에서 연합뉴스 카메라에 포착됐다. 영상과 사진 속 동물은 머리와 꼬리 일부를 제외하고 털이 거의 빠진 상태였다.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너구리는 인기척에도 즉시 도망가지 않고 카메라를 잠시 응시하다 느린 걸음으로 수풀 속으로 사라졌다. 건강한 너구리와는 확연히 달랐다.

연합뉴스가 촬영한 자료를 검토한 서문홍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사는 이 동물이 개선충에 감염된 너구리라고 밝혔다. 그는 과거 푸에르토리코에서 '추파카브라'로 불린 괴생물이 사실 개선충에 걸린 코요테였던 사례를 언급하며, 너구리도 털이 빠지면 전혀 다른 동물로 오인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도심 공원에서 발견된 감염 너구리. / 연합뉴스
인천 송도국제도시 도심 공원에서 발견된 감염 너구리. / 연합뉴스

개선충은 기생성 진드기가 일으키는 피부 질환이다. 피부 표층에 굴을 파고 들어가 알을 낳는데, 이 과정에서 심한 가려움증과 염증을 유발한다. 감염된 동물은 털이 빠지고, 피부가 두꺼워지거나 궤양이 생기며, 심하면 체중 감소와 면역력 저하로 이어진다. 개선충은 너구리, 여우, 개, 코요테 등 다양한 포유류에 감염된다. 종 간 전염도 가능하다. 너구리의 경우 단체 생활을 하는 습성 때문에 한 마리가 감염되면 무리 내 다른 개체로 빠르게 퍼질 수 있다.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전파되며, 감염된 동물의 굴이나 접촉한 환경에서도 일정 기간 생존할 수 있다. 사람에게도 전염될 수 있지만, 인간의 경우 동물에서 온 개선충은 대개 피부 깊숙이 침투하지 못해 일시적인 가려움증을 일으키고 자연 소멸한다. 다만 감염 동물과 빈번한 접촉은 피하는 게 안전하다.

개선충 감염은 너구리 개체의 건강 상태와 서식지 환경이 좋지 않을 때 더 흔히 나타난다. 예를 들어, 영양 부족, 스트레스, 서식지 오염 등은 감염 가능성을 높인다. 치료는 항기생충제와 소염제를 사용해 이뤄진다. 야생 동물의 경우 구조와 치료가 쉽지 않다.

정동혁 충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영상 자료를 보고 개선충 감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확한 진단을 위해선 피부 샘플 채취와 현미경 검사가 필요하지만, 털 빠짐과 피부 상태로 미뤄 개선충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는 개선충이 너구리에서 흔한 질병이라며, 밀접하게 접촉하는 너구리 무리 내에선 전염 속도가 빠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사람이나 다른 포유류로의 전파는 직접 접촉이 없으면 드물다고 했다.

송도 도심 공원에 너구리가 출몰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연수구는 과거에도 개선충에 감염된 너구리가 발견됐다는 신고를 받고 구조했다고 밝혔다. 당시 구조된 너구리는 인천시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로 보내졌다. 연수구는 도심 공원으로 너구리가 유입된 이유를 기존 서식지 파괴로 보고 있다. 송도의 급격한 도시 개발로 농경지와 산림지가 줄어들면서 너구리가 공원과 하천 주변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천시설공단은 센트럴파크 등지에 "야생 너구리 출몰 주의" 현수막을 설치했다. 현수막은 너구리와 가까이 접촉하면 상해를 입을 수 있으니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무시하며 지나가라고 안내한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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