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물고기로 만들었는지 알려주면 다들 놀란다는 '이색 생선회'
2025-04-2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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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볶음만 알고 있었던 사람들 놀라게 하는 요리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부산 기장군 대변항은 은빛 멸치로 물들었다. 제29회 기장멸치축제가 2년 만에 성대하게 열려 전국에서 몰려든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1997년 첫 문을 연 이 축제는 기장의 봄 멸치를 알리며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축제는 끝났지만 기장 멸치의 매력은 여전히 식탁 위에서 빛난다. 멸치 요리를 볶음으로만 알고 있는 이들은 10~15㎝ 크기의 기장 대멸치를 보고 놀랄 수 있다. 대멸치는 지방질이 풍부하고 살이 연해 회, 찌개, 조림 등 다양한 요리로 변신할 수 있다.
기장 멸치는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조선총독부의 ‘한국 수산지’(1910년)에도 기록될 만큼 부산의 대표 해산물로 꼽혀왔다. 대변항은 전국 유자망 멸치 어획량의 약 60%를 차지하며, 봄철 산란기로 알이 꽉 찬 멸치는 맛과 영양이 절정을 이룬다. 축제 기간에는 멸치회 무료 시식회, 미역 채취 체험, 맨손 활어 잡기, 멸치 가요제, 해상불꽃쇼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졌다. 특히 멸치털이 체험은 어민들이 그물을 털며 멸치를 모으는 노동을 재현한 프로그램이다. 힘든 작업임에도 관광객들에겐 흥미로운 놀거리로 자리 잡았다.
기장 멸치는 봄철 3월부터 6월까지 제철을 맞는다. 이때 잡히는 대멸치는 몸길이가 10~15㎝나 된다. 작은 멸치만 봤던 사람들은 대멸치 크기에 놀랄 수 있다. 대멸치는 지방질이 풍부하고 살이 연하다. 산란기를 맞아 알이 차오르면서 맛과 영양이 절정에 달한다. 이런 특성 덕분에 기장 멸치는 젓갈뿐 아니라 다양한 요리로 활용된다.
멸치찌개는 기장 멸치의 풍미를 가장 잘 살리는 요리 중 하나다. 된장을 푼 육수에 시래기를 듬뿍 깔고 어른 손가락보다 길고 두꺼운 기장 생멸치를 얹는다. 여기에 고춧가루, 마늘, 파 같은 양념을 아낌없이 넣고 팔팔 끓이면 얼큰한 별미 찌개가 완성된다. 이 요리는 기장 어민들이 바다에서 돌아와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즐기던 음식에서 유래했다. 멸치의 진한 감칠맛과 시래기의 아삭한 식감, 된장의 구수함이 어우러져 밥 한 공기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멸치의 내장을 제거하고 깨끗이 씻어 비린내를 줄이는 것이 요리 팁이다.
멸치 비빔회는 기장 멸치의 신선함을 극대화한 요리다. 뼈를 발라낸 생멸치를 아삭한 채소 위에 듬뿍 얹고 매콤·새콤·달콤한 양념으로 조물조물 버무린다. 이 요리는 멸치의 부드러운 식감과 양념의 조화가 일품이다. 기장 멸치 비빔회는 축제의 멸치회 무료 시식회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집에서 만들 때는 고추장, 식초, 설탕, 다진 마늘로 양념장을 만들고, 상추나 깻잎 같은 채소를 곁들이면 더욱 맛있다. 회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도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는 메뉴다.
생멸치 조림도 맛있다. 먼저 생멸치 150g을 깨끗하게 손질한다. 내장과 머리를 제거하고 흐르는 물에 씻은 뒤 쌀뜨물에 소주 2숟가락을 넣어 5분간 담가 비린내를 말끔히 제거한다. 다음으로 육수를 준비한다. 냄비에 물 3컵, 무 3조각, 손질한 멸치, 다시마를 넣고 은근하게 끓여 만든다. 함께 넣을 채소들도 정성껏 손질한다. 양파 2분의 1개, 붉은 고추 1개, 깻잎 5장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미리 삶아둔 무도 알맞은 크기로 준비한다. 생멸치 조림의 핵심은 양념장이다. 된장 1숟가락, 고추장 2숟가락, 고춧가루 3숟가락, 다진 마늘 1숟가락, 맛술 2숟가락, 쌀 조청 3숟가락을 넣고 골고루 섞는다. 냄비에 무를 먼저 깐 뒤 손질한 생멸치, 우려낸 육수 1.5컵, 그리고 준비한 양념장을 넣는다. 여기에 고춧가루 1숟가락과 썰어둔 양파, 고추, 대파를 넣고 자작하게 끓여낸다. 마지막으로 후추와 깻잎을 올려 향긋함을 더한다.
생멸치로 만든 튀김도 별미다. 튀김 요리를 하려면 먼저 생멸치 꼬리를 자르고 물에 여러 번 헹궈 물기를 제거한다. 그런 다음 비닐봉투에 전분 2분의 1컵을 넣고 물기를 제거한 멸치를 넣어 흔들어 전분을 골고루 묻힌다. 튀김옷은 볼에 튀김가루 2분의 1컵, 파슬리 가루 1큰술, 얼음을 넣고 물을 약간 걸쭉해질 때까지 잘 섞어 만든다.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가열한 뒤 기름 온도가 적당히 올라가면 전분을 묻힌 멸치를 튀김옷에 담갔다가 노릇하고 바삭해질 때까지 튀긴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장 생멸치 튀김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간식이나 술안주로 훌륭하다.
생멸치는 인터넷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1kg을 기준으로 배송비까지 포함해 무침회로 즐길 수 있는 손질한 생멸치는 2만1000원, 찌개나 쌈밥에 이용할 수 있는 생 통멸치는 1만5000원가량에 구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