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는...
2025-04-27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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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공휴일 지정하면 오히려...' 판단한 듯
다음달 1일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3일부터 어린이날, 석가탄신일, 대체공휴일이 이어지면서 나흘간의 연휴가 생긴다. 2일 하루만 휴가를 내면 최대 엿새 동안 쉴 수 있기에 직장인과 여행객들의 기대가 높아진 상황이다.
실제로 여행사 예약 인원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남아, 일본, 중국 등 근거리 지역 중심으로 패키지 예약이 급증했고, 주요 여행지 항공권과 좌석은 이미 대부분 소진된 상태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연휴가 내수 활성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보고 임시공휴일 추가 지정에 신중한 입장을 취한 바 있다. 지난 설 연휴 기간에도 중간에 낀 월요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엿새간의 긴 연휴가 만들어졌지만 기대했던 내수 진작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해외 출국자 수만 증가했다. 지난 1월 해외로 나간 우리 국민은 297만명. 이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7.3% 증가한 것이자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달보다도 2.1% 많은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추가 임시공휴일 지정이 오히려 국내 소비 위축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휴가 길어지면서 국내보다는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내수는 별다른 개선을 보이지 않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연휴 기간 국내 오피스상권 자영업자들의 어려움도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직장인 수요에 의존하는 음식점과 카페들은 연휴 내내 매출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광화문, 강남 등 직장인 밀집 지역의 음식점들은 평소와는 달리 텅 빈 거리를 마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매장은 아예 휴업을 선택하거나, 최소 인력으로 문을 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샐러드, 샌드위치 매장처럼 점심 수요에 의존하는 업종은 인건비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문을 닫겠다는 곳도 있다.
자영업자들은 황금연휴가 오히려 '황금'이 아니라 '공백'으로 다가온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국내 소비는 줄고, 도심 상권은 공동화 현상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임시공휴일 지정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일부 자영업자들은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여전히 경기 침체 속에 기대할 곳 없는 현실에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백화점과 아웃렛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황금연휴를 맞아 다양한 행사와 즐길 거리를 마련해 고객 유치에 나서지만 기대만큼의 매출 증가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통계청 나우캐스트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 전후인 1월 24일부터 31일까지 국내 신용카드 사용액은 전주 대비 34% 감소했고, 4주 전과 비교해도 8% 줄었다. 이는 연휴 기간 동안 소비가 오히려 줄어든다는 점을 보여주는 수치다.
대형쇼핑몰도 연휴 기간 고객 유입은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제 매출 증가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나들이를 겸해 쇼핑몰을 방문하더라도 식음료 매장만 이용하고 쇼핑은 하지 않는 소비패턴이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계부채 부담과 고물가로 인해 지출을 줄이려는 경향이 강해져 연휴 특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추가 임시공휴일 지정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은 단순히 휴일을 늘리는 것만으로 내수를 살리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소비 진작을 위해서는 임시공휴일 지정과 함께 소비 쿠폰 지급 등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 상황에선 추가 지원책 없이 연휴만 길어진다면 오히려 내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긴 연휴가 모든 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다시 확인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