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팔이 등장까지…주류 판도 싹 뒤집었던 박재범 '원소주' 충격 근황
2025-04-2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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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MZ 사이에서 품절 대란·오픈런 일으켰던 '원소주'
가수 박재범이 론칭해 한때 전국적으로 품절 대란을 일으켰던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원소주'의 매출이 점차 감소하며 시장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지난 25일 뉴스1에 따르면 원소주 제조사 '원스피리츠'는 "올해는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매체에 밝혔다. 이유는 매출 급감으로 보인다.
감사보고서는 기업의 재무제표가 회계 기준에 따라 작성됐는지 외부 감사를 받은 뒤 해당 내용을 표명하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의미한다. 비상장사의 경우 매출·영업이익 등 분기 실적 발표와 관련해 발표 의무는 없다. 하지만 일정 기준을 충족할 시 외부 감사 대상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스피리츠가 매출 감소로 감사보고서 제출 대상에서 제외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 업체 측은 "비상장사의 외부 감사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감사보고서 제출을 진행하지 않게 됐다"라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만큼 더 큰 도약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준비 중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023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132억 원으로 엄청난 품귀 현상이 발생했던 2022년 대비 2023년 한 해 매출은 52.6%나 줄었다. 영업이익도 5억 원으로 전년 대비 95% 감소했다. 자산 총계도 104억 원으로 전년 대비 50.9% 줄었다.

원스피리츠는 박재범 대표이사가 43%, 컬처앤커머스 36%, TA벤쳐서 I LLC가 11%, 김수혁이 10% 나눠 가진 주식회사 농업회사법인이다. 2022년 국내 양조장과 협업해 증류식 소주인 원소주를 출시하며 화제를 모았다.
사실 원소주 오리지널은 품질이나 가격에 앞서 유명 연예인이 기획·생산에 직접 참여했다는 점 덕분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100% 국내산 쌀을 사용하고 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은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라는 점이 알려지며 기존 소주와 차별화된 점이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소주 패키지와 달리 원소주만의 세련된 패키지도 젊은 층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한몫했다.
결국 원소주의 전략은 젊은 층에 제대로 먹혔다. 원소주는 2022년 2월 '원소주 오리지널'이 출시되자마자 팝업 스토어에서 제품 구매를 위한 오픈런 대란이 벌어지는가 하면 품귀 현상으로 인해 소비자 간 제품을 원래 값보다 비싸게 재거래하는 등 리셀 현상까지 일으켰다. 원소주 가격대는 한 병당 종류별로 오리지널은 1만 4900원, 스피릿은 1만 2900원, 클래식은 2만 1900원이었다. 한 병에 보통 2000원 수준인 일반 희석식 소주와 비교하면 최대 10배 비싼 값이었지만 코로나19 이후 혼술·홈술 트렌드가 확산하며 비싼 값에도 기꺼이 구매하는 MZ세대가 급증해 매출도 대박을 터트렸다.
원소주 스피릿을 당시 구매한 고객 연령대는 20·30대가 주를 이뤘으며 이는 70.5%에 달했다. 기존 '아재 술'로 인식되던 증류식 소주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한 원소주는 단숨에 소주 매출 비중을 2%에서 25%로 끌어올리며 소주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는 역할까지 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당시 원소주는 편의점 GS25 판매를 통해 출시 두 달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병을 돌파했다. 원소주 판매로 GS25의 그해 7~8월 증류식 소주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81%나 폭증했다. 전체 소주 매출에서 약 2%에 불과했던 증류식 소주 매출 비중이 25.2%나 치솟은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출시 5개월 만에 GS25에서만 누적 300만 병 판매고를 올려 모두를 놀라게 했다. 당시 GS25는 원소주 스피릿 단독 오프라인 판매처였다. 이에 GS25 내부에서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참이슬'과 '처음처럼'을 위협하는 소주 제품이 탄생했다는 극찬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따라 초도 물량 20만 병은 일주일 만에 완판됐으며 이후에도 몰려드는 수요에 GS25는 급기야 하루 2~4병까지만 발주하도록 제한하기도 했다.
이에 원소주 측은 생산 설비를 증설하고 원소주 오리지널 생산량을 약 5배 늘리면서 한 달에만 10만 병 이상 추가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후 대형마트와 백화점, SSG닷컴, 마켓컬리, 편의점 등 국내를 비롯해 미국과 홍콩, 태국 등 해외까지 점령하며 그 인기를 입증했다.

하지만 박재범이 당시 연예인으로서 주류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화제성을 독점한 것과 달리 현재는 연예계 대표 주당인 가수 성시경과 신동엽, 래퍼 최자, 가수 효민 등 여럿이 주류 사업에 잇따라 뛰어드는 상황이다. 이런 변화도 '원소주' 매출 감소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