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국민 식재료인데… 해외에선 골칫거리로 원망받는 '해산물'

2025-04-28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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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히면 다른 어종을 망가뜨리거나 그물을 찢는 '해산물'

한국에서는 국민 식재료지만, 해외에서는 골칫거리로 원망받는 해산물이 있다. 최대 3m까지 자라는 이 바다 생물은 어부들의 조업을 망치는 주범이기도 하다. 해산물의 정체는 '훔볼트오징어'다.

훔볼트오징어 조업 현장. / 유튜브 'EBSDocumentary (EBS 다큐)'
훔볼트오징어 조업 현장. / 유튜브 'EBSDocumentary (EBS 다큐)'

훔볼트오징어는 Dosidicus gigas로 알려진 두족류 연체동물이다. 대왕오징어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큰 오징어 종 중 하나로 꼽힌다. 몸길이는 최대 3m까지 자라고, 피부는 환경에 따라 색을 바꿀 수 있다. 특히 촉수 끝에 달린 갈고리 같은 흡판은 먹이를 단단히 붙잡는 무기다.

이 오징어는 주로 남극해, 남태평양, 남대서양의 깊은 바다에 산다. 수심 300~800m를 선호하고, 남극 주변의 춥고 산소가 풍부한 해역에서 자주 발견된다. 이 지역은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가 관리하는 보호구역이다. 워낙 깊은 바다에 숨어 있어 사람이 직접 마주칠 일은 드물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간혹 조업 그물에 걸리기도 하는데, 어부들에게는 골칫거리다. 그물에 걸린 훔볼트오징어가 다른 어종을 망가뜨리거나, 그물을 찢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사나운 성질과 강한 촉수로 인해 포획 과정에서도 어부들에게 위험을 초래한다.

유튜브 '입질의추억TV jiminTV'

한국 해양에서는 이 오징어를 거의 볼 수 없다. 남극해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고, 한국 근해의 수온과 환경이 이 오징어의 생존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주요 오징어 어종은 살오징어나 창오징어로, 훔볼트오징어처럼 거대한 종은 거의 서식하지 않는다.

의외로 이 오징어는 일상 곳곳에서 소비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분식집에서 판매하는 대왕오징어 튀김이 바로 이 훔볼트오징어로 만들어진다. 오징어젓갈 역시 중국산 원료를 사용하는 경우, 대부분은 훔볼트오징어다. 진미채도 예외는 아니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조미 오징어 다리나 몸통 제품 역시 대부분 훔볼트오징어로 만든다. 식당에서 판매되는 오징어볶음, 해물짬뽕 등 여러 해산물 요리에도 많이 쓰인다.

해산물 믹스에 오징어가 포함돼 있다면, 훔볼트오징어일 가능성이 높다. 오징어 특유의 푹 꺼지는 질감을 느꼈다면, 훔볼트오징어를 떠올려볼 만하다. 많은 식당이 국내산 오징어 생산량 감소와 높은 단가로 인해 대체제로 선택하고 있다.

훔볼트오징어. / 유튜브 'EBSDocumentary (EBS 다큐)'
훔볼트오징어. / 유튜브 'EBSDocumentary (EBS 다큐)'

현재 시판 제품 포장에는 '오징어 99%'처럼 단순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훔볼트오징어와 일반 오징어를 구분해 표시할 의무가 없어 소비자들은 이를 구별하지 못한 채 자연스레 섭취하고 있다.

과거에는 다리가 많은 대형 오징어를 '몬스터'로 여겨 거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북미와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문어나 오징어처럼 다리가 많은 해산물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고 있다. 북미권에서도 훔볼트오징어를 튀겨 먹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다만, 훔볼트오징어는 체내에 암모늄 이온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세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암모니아 냄새가 날 수 있다. 이를 제거하기 위해 가공 단계에서 표백제를 쓰기도 한다. 가정이나 식당에서는 쌀뜨물에 여러 번 문질러 세척할 수 있다.

이처럼 까다로운 처리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오징어 소비가 많은 국내에서는 훔볼트오징어의 수요가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home 조정현 기자 view0408@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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