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5억인데 대이변…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1위 찍은 한국 영화
2025-04-26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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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넷플릭스 공개 직후 역주행 중인 한국 영화
고(故) 송재림의 유작 영화 '폭락'이 넷플릭스에 공개된 지 단 하루 만에 기적 같은 성과를 거뒀다. 현해리 감독의 작품인 '폭락'은 지난 23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후 불과 하루 만인 24일에 '오늘 대한민국의 톱10 영화' 1위를 차지했다. 25일에도 정상을 유지하며 2일 연속 1위 자리를 지켜가고 있다.

제작비 5억 원에 불과한 이 작품은, 지난 1월 극장 개봉 당시에는 겨우 2만 2386명의 관객을 모으는데 그쳤으나, OTT 플랫폼에서는 예상을 뛰어넘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현재 '스텔라', 'i호스티지', '대가족' 등 쟁쟁한 작품들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폭락'은 50조 원의 증발로 전 세계를 뒤흔든 가상화폐 대폭락 사태를 모티브로 한 범죄 드라마다. 특히 국내에서만 28만 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루나·테라 코인 대폭락 사태를 소재로 삼았다. 영화는 자칭타칭 사업천재라 불리는 가상화폐 'MOMMY' 개발자 양도현(송재림 분)이 한순간에 몰락하는 과정을 통해 스타트업 투자의 이면과 코인 한탕주의에 중독된 젊은이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영화는 청년 창업 지원금의 허점을 악용해 창업과 폐업을 반복하던 양도현이 투자자 케빈의 도움으로 'MOMMY' 코인을 개발해 성공가도를 달리다가, 금융 당국의 감시와 시장 붕괴로 추락하는 과정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암호화폐를 둘러싼 탐욕, 조작, 청년층의 허망한 욕망, 그리고 제도의 맹점 등을 날카롭게 그려내며 현실을 반영했다.

이 작품은 시사교양 PD 출신인 현해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안우연, 민성욱, 소희정, 차정원 등이 함께 출연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현 감독 본인이 실제 루나 코인 사태의 피해자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 1월 6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저는 사실 루나 코인의 피해자"라며 "영화를 만들면서 중립적이고 다각적인 시각으로 연출하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현 감독은 당시 코인 투자 열풍을 "2022년 초, 제 또래에 루나 코인을 안 사면 바보 소리를 들었다"며 "당시에는 (코인을) 사면 무조건 오른다는 희망으로 부푼 시절이었다. 그러나 결국은 폭락했다"고 회상했다.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그만큼 리얼리티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장 큰 화제는 단연 고(故) 송재림의 열연이다. 지난해 11월 39세의 나이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그의 유작인 만큼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해리 감독은 송재림에 대해 "주식과 코인에 대해 매우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며 "기획 단계에서부터 아이디어도 많이 주시고 너무 따뜻한 사람"이라고 회상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민성욱은 송재림에 대해 "촬영하면서 이렇게까지 표현하는 배우였구나 싶었다"며 "너무 과소평가 되어 있던 건 아닌가 싶다. (송재림의) 필모그래피에서 최고의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고 극찬했다. 또한 "차가운 이미지와는 달리 연기에 매우 진심인 친구"라며 "마지막 장면 속 눈빛 연기는 정말 대단했다. 송재림 배우 최고의 작품 같다. 많이 보고싶다"고 그리움을 표현했다.
안우연도 "(송재림을) 5년 전 '라디오스타'에서 만났다. 오가다 안면만 있어서 성격은 잘 몰랐다"며 "사교성이 없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영화를 하면서 형이 정말 잘 해줬다. 배려가 있고, 장난기 많은 순수한 사람"이라고 그를 추억했다.
이 저예산 독립영화는 포털 사이트 네이버 등의 실관람객 평점에서 8.04점(10점 만점)을 기록하며 "저예산 영화임에도 신선하고 현실적", "몰입도와 메시지가 좋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송재림 배우의 진정성 있는 연기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고 있어, 그의 유작으로서 더욱 의미가 크다.
영화 속에서 송재림은 가상화폐 개발자 양도현 역을 맡아 성공한 청년 사업가가 순식간에 몰락하는 과정을 섬세하고 밀도 있게 표현해냈다. 영화의 모티프가 된 루나 코인 사태는 실제로 많은 투자자들이 한순간에 자산을 잃는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현 감독은 "루나 코인 사태가 터지고 실제 주인공을 찾아보니 스펙이 좋은 사람이 갑작스럽게 가상 화폐를 만든 부분이 흥미로웠다"며 "루나 코인의 범죄 무게가 무겁다는 생각이 들어 죄를 덜거나 피해자 이야기를 깊게 담지는 않았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한편, 4월 26일 오전 기준,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톱 10 영화' 순위에서 '폭락'은 1위를 지키고 있으며, 그 뒤를 '스텔라', 'i호스티지', '대가족', '신칸센 대폭파' 등이 따르고 있다. '폭락'은 극장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넷플릭스를 통해 역주행하면서 대중적인 재평가를 받는 중이다.
아래는 26일 오전(25일 기준)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톱 10 영화' 순위이다.
1위 '폭락'
2위 '스텔라'
3위 'i호스티지'
4위 '대가족'
5위 '신칸센 대폭파'
6위 '효자'
7위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8위 '임영웅 l 아임히어로 더 스타디움'
9위 '드림팰리스'
10위 '소방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