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 26일 엄수…트럼프 부부 등 25만 명 참석할 듯
2025-04-26 07:25
add remove print link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엄수
프란치스코 교황 마지막 여정, 오늘 바티칸서 장례 미사 엄수

오늘(26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5시)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가 거행된다. 지난 21일 선종한 교황의 영면을 위한 이 장례식은 추기경단 단장인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이 주례하며, 전 세계 가톨릭 고위 성직자들이 함께 집전한다.
장례 미사에 앞서 성 베드로 대성전에 안치되어 있던 교황의 소박한 목관은 광장 야외 제단으로 옮겨진다. 미사는 "주여, 영원한 안식을 내리소서"라는 입당송으로 시작해 기도와 성경 강독 순서로 이어진다. 레 추기경은 강론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애와 업적을 회고하며 마지막 축복을 전달할 예정이다. 성찬 전례 후에는 관에 성수를 뿌리고 분향하는 고별 예식으로 장례 미사는 마무리된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은 "장례 미사가 끝나면 수많은 신자가 '즉시 성인으로!'(Santo subito)를 지구가 떠나갈 듯 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마 시내 관통하는 마지막 행렬
장례 미사 후 교황의 관은 그가 생전에 직접 선택한 안식처인 로마 시내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으로 이동한다. 바티칸에서 출발해 베네치아 광장과 콜로세움 등 로마의 유적지를 거치는 약 6km 거리의 이 경로는 중세 시대 교황들이 이용하던 '비아 파팔리스'(Via Papalis, 교황의 길)다. 운구 행렬은 시민들이 교황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도록 사람 걸음 속도로 천천히 진행될 예정이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레푸블리카는 교황의 관이 오후 2시~2시30분경 최종 안치될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도착할 것으로 전망했다.
교황이 바티칸 외부에 안장되는 것은 1903년 레오 13세 교황 이후 122년 만의 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에 "교황직에 오르기 전 주일 아침이면 항상 그곳에 가서 잠시 쉬곤 했다"며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표현한 바 있다. 이 대성전에는 이미 7명의 역대 교황들이 안치되어 있다.
소박함 그대로의 마지막 길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향해 항상 관심을 보였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마지막 모습도 그의 생전 신념을 그대로 반영했다. 지난 23일부터 사흘간 일반인들의 조문이 허용된 동안, 교황의 목관은 역대 교황들처럼 허리 높이의 관대가 아닌 바닥과 가까운 낮은 곳에 안치됐다. 이는 교황이 우러러보이길 거부하고 '낮은 자리'를 자처한 그의 철학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통적인 세 겹의 삼중관 대신 소박한 목관 하나만을 택했으며, 교황청이 공개한 무덤에는 화려한 장식 없이 오직 '프란치스쿠스(Franciscus)'라는 라틴어 이름만 새겨져 있다. 무덤은 교황의 조부모 고향인 이탈리아 북서부 리구리아산 대리석으로 만들어졌으며, 과거 대성전의 촛대 받침을 보관하던 공간에 마련됐다.

트럼프 미 대통령 부부 등 전 세계 지도자들 총집결
장례 미사에는 130여 개국에서 사절단이 참석할 예정이며, 이 중에는 50여 명의 국가 원수와 재위 중인 10명의 군주가 포함된다. 바티칸의 의전 관례에 따르면 스페인의 펠리페 6세 국왕 등 가톨릭 국가의 군주들이 장례 미사의 앞자리를 차지하게 되며, 영국의 윌리엄 왕세자 등 비가톨릭 국가의 군주나 대리 왕족이 2열에 배치된다. 이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이 자리할 예정이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지만, 장례 미사에선 그 존재감만큼 전면에 배치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장례 미사에는 세계 각국의 사절단을 비롯해 최대 25만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9일간의 애도 기간과 차기 교황 선출
장례 미사를 시작으로 다음 달 4일까지 '노벤디알리'라 불리는 9일간의 애도 기간 동안 성 베드로 광장에서는 매일 오전 9시 추모 기도회가 열린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후임자를 뽑는 콘클라베는 다음 달 5~10일 사이에 시작될 예정이다.
콘클라베가 열리면 추기경단은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에 모여 문을 걸어 잠근 채 비밀투표를 통해 차기 교황을 선출한다. 총 252명의 추기경 중 투표권을 가진 80세 미만의 추기경은 135명이며, 건강 등의 이유로 불참하는 2명을 제외한 133명이 투표에 참여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266명의 교황 중 217명이 이탈리아 출신이었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은 라틴아메리카 출신 최초의 교황이자 남반구 출신 최초의 교황이었지만, 혈통적으로는 이탈리아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