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대망신, 그야말로 차원이 달랐다... 상대 감독은 악수도 안 받아줘

2025-04-26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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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이 다른 사우디 초호화군단 알힐랄

알힐랄 선수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알힐랄 선수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8강전에서 광주FC가 사우디아라비아의 강호 알힐랄에 0-7로 완패하며 첫 ACLE 도전을 마무리했다. 이정효 감독은 26일 사우디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에서 열린 경기에서 대패의 아픔을 딛고 선수들의 성장을 위한 소중한 경험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광주는 이번 대회에서 K리그 시·도민구단 최초로 ACLE 8강에 진출하며 역사를 썼다. 리그 스테이지를 4승 2무 1패로 순항하며 16강에 올랐고, 일본의 비셀 고베를 1차전 0-2 패배 후 2차전 3-2 승리로 뒤집으며 8강까지 올랐다. 특히 요코하마 F.마리노스를 7-3으로 꺾은 경기는 광주의 저력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하지만 알힐랄과의 8강전에서는 압도적인 전력 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경기 후 이정효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을 격려하며 "오늘 경기를 자양분 삼아 더 노력했으면 좋겠다. 자기 기량을 의심하지 말고 시간을 투자한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축구는 계획대로 안 될 때가 많다. 0-7이든 0-10이든 배울 점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며 "이번 경기로 나도 오기가 생겼다. 언젠가 강팀을 다시 꺾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어 "선수들에게 기죽지 말라고 전하고 싶다. 부상 없이 경기를 마친 것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이번 대회 여정을 돌아보며 "처음엔 작은 꿈과 의심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확신이 생겼다"고 밝혔다. 하지만 "또 한 번 벽에 부딪히며 확신이 의문으로 바뀔까 걱정이다. 이 의문을 확신으로 바꾸는 숙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을 잘 이끌어 작은 의심도 없게 하겠다. 광주FC와 광주광역시를 알리는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기업이 우리 구단을 후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경기 후 이정효 감독과 알힐랄의 조르제 제주스 감독 사이에 미묘한 장면이 연출됐다. 알힐랄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4회 우승을 자랑하는 강팀으로, 이번 경기에서도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 세르게이 밀린코비치-사비치 등 유럽 무대에서 활약한 선수들의 활약으로 광주를 압도했다. 경기 종료 후 이정효 감독이 인사를 위해 다가가자, 제주스 감독은 손가락을 입에 대며 말을 조심하라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자 이 감독은 악수를 받지 않은 제주스 감독의 등을 가볍게 툭 치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해당 장면은 사우디 현지에서도 화제가 됐다. 사우디 언론은 경기 전 이정효 감독의 발언이 알힐랄을 자극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매체는 이 감독이 알힐랄의 우승 가능성을 의심하거나 그들의 약점을 지적했다는 식으로 해석하며 "도발적"이라고 전했다. 이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알힐랄도 약점이 있다"며 "상대 공격 방법을 분석 중"이라고 말한 것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사우디 언론은 전했다.

사우디 언론은 이정효 감독이 "오해다. 알힐랄을 폄하한 적 없다. 그들은 9번의 ACL 결승에 올라 4번 우승한 역사 깊은 팀이다. 존중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사우디 현지 매체에 따르면, 제주스 감독은 이정효 감독의 경기 전 발언을 자신과 알힐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다. 과거 브라가, 벤피카 등 유럽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지도자인 제주스는 자신의 팀에 대한 비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감독은 제주스 감독의 제스처에 대해 "정확히 무슨 의도인지 모르지만 뭔가 오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다. 어차피 다시 만날 일이 없는 사람이다"라며 담담하게 넘겼다.

광주의 이번 패배로 ACLE 여정은 8강에서 마무리됐지만, 이정효 감독과 선수들은 이번 경험을 발판 삼아 더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감독은 "팬들의 성원이 큰 힘이 됐다"며 "앞으로 한 경기씩 이겨 결승까지 가는 방법을 찾겠다"고 다짐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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