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한동훈 일대일 토론] 홍준표 “진짜 방송 그만하고 싶네”
2025-04-26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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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사사건건 대통령에게 깐족” vs 한동훈 “폄하 표현 쓰면 안 돼”
국민의힘 2차 대선 경선에 진출한 홍준표·한동훈 후보가 25일 일대일 맞수 토론에서 3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두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책임, 당원 게시판 논란, 과거 발언 등을 놓고 날선 비판을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서로를 토론 상대로 지목해 각각 1시간 30분씩 주도권을 가진 이날 토론은 감정 격화로 인해 때론 설전으로까지 번졌다.
홍 후보는 토론 초반부터 강하게 나섰다. 그는 "내가 당 대표였으면 계엄도 탄핵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한 후보의 당 대표 시절 행보를 비판했다. "대표라는 사람이 사사건건 대통령에게 시비 걸고 깐족대니까 대통령이 참을 수 있었겠나. 내가 대표였으면 대통령과 협력해 정국을 안정시켰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한 후보는 즉각 반박했다. "홍 후보처럼 대통령 옆에서 아부하며 기분 맞췄던 사람들에게 계엄의 책임이 있다"며 "나는 계엄을 막은 사람이고, 보수 정당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맞섰다.
홍 후보는 한 후보의 주장을 일축하며 "아부했다고?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잘되도록 해야지"라며 "당 대표도 모르는 계엄을 했을 땐 부끄러워해야 한다. 몰랐다는 게 자랑인가"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한 후보는 자꾸 자기가 계엄을 막았다고 하지만, 계엄을 막은 건 야당이고 한 후보는 숟가락만 얹었다"며 "계엄의 중요한 원인을 제공한 사람인데 무슨 염치로 대선에 나오나"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한 후보는 "홍 후보의 독단적인 생각"이라며 "계엄은 나와 18명의 국민의힘 의원이 막은 게 맞다"고 반박했다.
계엄 문제를 둘러싼 공방은 김건희 여사 논란으로 이어졌다. 한 후보는 "김건희 여사 문제, 명태균 문제를 바로잡으려 한 걸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면 홍 후보가 정치를 잘못 보고 있다"며 "계엄을 막아야 보수와 대한민국이 살았다. 그게 나의 민주주의와 공화주의, 보수에 대한 소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홍 후보는 "한 후보는 당 대표 시절 김 여사 특검법 통과를 협박하지 않았나"라며 "김 여사는 해외 순방 때마다 넥타이 2개를 사서 하나는 '동훈이 준다'고 자랑했다. 김 여사를 형수라 부르며 못된 짓하는 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와 똑같다"고 공격했다. 한 후보는 "넥타이를 받으면 계엄을 옹호해야 하나"라며 "홍 후보는 국민이 아니라 누군가 잘해주면 그 사람 위주로 정치를 하나"라고 응수했다.
두 후보는 상대방의 과거 행적과 의혹도 파고들었다. 홍 후보는 한 후보의 당 대표 시절 가족 명의로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 비판 글이 올라와 벌어진 논란을 언급했다. "한 후보의 가족이 범인인가 아닌가. 대답해보라"라고 몰아세웠다.
한 후보는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가 아직도 성역인가. 익명 게시판에 비판하면 안 되나"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한 후보는 홍 후보의 과거 발언을 문제 삼았다. "홍 후보는 여성 최고위원에게 '여자는 밤에만 쓰는 것', '주막집 주모'라고 했고, 여 기자에게 '너 맞는 수가 있다'고 했다"며 "이런 발언은 보수의 품격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성 정치인을 향해 분칠이나 하고 화장이나 하는 최고위원은 뽑으면 안 된다고 했나"라고 따졌다. 홍 후보는 "'주막집 주모'는 말했지만 '여자는 밤에만 쓰는 것'은 안 했다"며 "논리 비약하지 마라. 그래서 대통령이 화나 계엄한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의 단일화를 두고서도 두 후보는 미묘한 입장 차를 드러냈다. 한 권한대행의 출마 시 단일화 여부를 묻는 질문에 둘 다 'O' 팻말을 들었다.
홍 후보는 "이재명 후보와 대적하려면 한 대행뿐 아니라 이준석 후보, 비명계까지 빅텐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후보는 "경선을 통해 국민의힘 후보가 보수 전체를 대표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선 홍 후보가 'O' 팻말을 든 데 반해, 한 후보는 명확한 답을 피하며 "지금 단계에서 얘기하는 건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토론 내내 두 후보는 세세한 부분까지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한 후보는 홍 후보의 "깐족댄다"는 표현을 문제 삼으며 "그런 폄하 표현은 쓰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홍 후보는 "깐족댄다는 표현도 모르고 저래쌌네"라고 대응했다. 한 후보는 "시중에서 홍 후보를 '코박홍'이라 부른다. 코를 박을 정도로 90도로 아부했다는 뜻"이라며 공격했고, 홍 후보는 "대통령이 서문시장 왔을 때 45도로 절한 건 예의"라고 반박했다. 한 후보가 "당 대표였다면 계엄에 반대했겠나, 대통령 편을 들었겠나"라고 묻자 홍 후보는 "내가 대표였으면 이런 혼란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공방은 점점 더 세세한 부분으로 흘렀다. 홍 후보는 "한동훈이 뻔뻔스럽게 대선에 나오나. 우리 당원들이 한 후보 찍으면 진짜 정신 나간 사람들"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한 후보는 "그 말씀 주워 담을 생각 없나. 그렇게 말하면서 당원들에게 선택해달라고 하나"라고 비판했다. 한 후보가 홍 후보의 책에 쓴 가상화폐(암호화페) 현물 ETF 도입 주장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자 홍 후보는 "잘 모르는 부분은 전문가 의견을 존중해 썼다. 자세히 몰랐다고 했으니 넘어가자"라고 답했다. 한 후보가 "'책에 있는 것도 말씀 못 한다"고 지적하자 홍 후보는 "진짜 방송 그만하고 싶네"라고 짜증을 냈다.
3시간에 걸친 치열한 설전 끝에 두 후보는 "마지막은 화해하고 화기애애하게 끝내자" "웃으면서 끝내는 게 좋지 않겠나"라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오는 26일에는 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 후보 4명이 참여하는 합동 토론회가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