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은 일품인데... 멸종위기 관심 대상인 '한국에만 사는 물고기'

2025-04-26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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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절대 회로 먹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는 한국 물고기

투망 자료사진 / 뉴스1
투망 자료사진 / 뉴스1

한국의 맑은 저수지에서 은빛 비늘을 반짝이며 떼 지어 헤엄치는 물고기가 있다. 긴몰개. 이 작은 물고기는 한국의 하천과 저수지를 대표하는 한반도 고유종이다. 맛이 좋기로 잘 알려져 있지만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긴몰개에 대해 알아봤다.

긴몰개 /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긴몰개 /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긴몰개는 유속이 느린 중ㆍ상류 하천에 사는 잉엇과의 일종이다. 몸길이는 7~10cm. 몸은 길고 원통형에 가까우나 옆으로 약간 납작하다. 주둥이는 뾰족하고 그 아래에 입이 있다. 아래턱은 위턱보다 약간 짧고 위턱 후단은 후비공 아래에 이른다. 입 가장자리에는 가느다란 수염이 1쌍 있다. 머리와 몸통의 등쪽에 불규칙한 작은 흑점이 흩어져 있다. 서해와 남해로 흐르는 각 강과 하천에 분포하는 한국 고유종이다.

서해와 남해로 흐르는 하천(고창, 부안, 완주, 청평, 양평, 원주, 예산, 강경, 장성, 진안, 순천, 진주, 안동, 김천, 밀양, 평해, 벽동, 개천)에 널리 분포한다. 북한의 대동강과 압록강에 분포한다. 유속이 완만한 하천이나 저수지에 살고 수초가 우거진 곳에 무리 지어 서식한다,

긴몰개는 주로 유속이 느린 저수지나 하천의 정수역에서 산다. 수초가 무성한 곳을 선호하며, 물의 표층이나 중간층을 떼 지어 헤엄친다. 갑각류, 수서곤충, 실지렁이 같은 작은 생물을 먹으며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서식지 파괴로 인해 개체가 사라지는 데다 일부 지역에서는 긴몰개와 다른 종 간의 잡종화가 일어나 보호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멸종위기 관심대상으로 분류돼 있다.

긴몰개의 맛은 많은 이들에게 매력적이다. 살이 단단하고 담백한 맛을 내는 긴몰개는 특히 매운탕으로 요리했을 때 그 진가가 드러난다. 얼큰한 양념과 함께 끓여낸 매운탕은 긴몰개의 부드러운 식감과 깊은 감칠맛을 살려내며 한국인 입맛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이 맛있는 물고기를 회로 먹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긴몰개는 간흡충 감염의 주요 매개체 중 하나다.

긴몰개 /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긴몰개 /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간흡충은 민물고기를 통해 인간에게 전파되는 기생충이다. 주로 간과 담관에 기생한다. 이 기생충은 담관염, 담낭염, 담석 같은 만성 질환을 일으키며, 심한 경우 담관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간흡충을 생물학적 발암원인체 1군으로 분류할 만큼 그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긴몰개는 간흡충 감염 위험이 돌고기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민물고기다. 참붕어, 피라미, 모래무지 등 다른 민물고기들보다 간흡충 감염 위험이 크다. 이는 서식하는 환경과 먹이 습성이 간흡충의 중간숙주인 쇠우렁이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간흡충은 쇠우렁이를 첫 번째 중간숙주로 삼아 성장한 뒤 긴몰개 같은 민물고기의 근육 속으로 침투해 피낭 유충 형태로 잠복한다. 사람이 이 유충이 든 민물고기를 날로 먹으면, 유충이 인체 내에서 성충으로 자라 담관에 기생하며 문제를 일으킨다.

긴몰개 /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긴몰개 /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간흡충 감염은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어 위험성을 간과하기 쉽다. 하지만 감염이 오래되거나 기생충 수가 많아지면 소화불량, 상복부 통증, 설사, 피로감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만성 감염은 담관을 자극해 염증을 일으키고, 담즙 흐름을 막아 담석이나 황달을 유발한다. 최악의 경우, 만성 염증이 담관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면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실제로 낙동강 유역 같은 간흡충 유행 지역에서는 과거 담관암 발생률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민물고기 회 섭취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긴몰개를 안전하게 즐기려면 매운탕이나 구이, 튀김 같은 요리법으로 조리해야 한다. 민물고기를 손질한 칼이나 도마는 뜨거운 물로 소독해 교차 오염을 막아야 한다. 양식 민물고기는 자연산에 비해 간흡충 감염 위험이 낮다고 알려져 있지만, 100%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으니 역시 익혀 먹는 것이 최선이다.

긴몰개 / '퐁당파닥'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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