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회로 먹으면 안 돼요... 정부가 가장 기겁하며 말리는 한국 물고기

2025-04-2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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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기면 맛이 좋지만 회로 먹으면 절대 안 되는 물고기

맑은 물에 뛰어노는 민물고기의 싱싱함에 이끌려 회로 즐기고 싶은 유혹이 드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순간의 식도락이 평생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결정이 될 수 있다. 질병관리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연산 민물고기를 날것으로 섭취할 경우 간암까지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기생충에 감염될 수 있다.

돌고기 / 경상북도교육청과학원 유튜브 영상 캡처
돌고기 / 경상북도교육청과학원 유튜브 영상 캡처

질병관리청은 장내기생충 감염병 관리를 위해 5대강 주변 유행지역 39개 시·군 주민 2만 4000명을 대상으로 간흡충 등 장내기생충 감염 실태를 조사한다고 지난달 밝힌 바 있다. 이번 조사는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등 수계 인접 민물고기 생식 문화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오는 10월까지 진행된다. 결과는 12월에 발표될 예정이다.

국내 장내기생충 감염병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간흡충은 주로 자연산 민물고기를 생식할 때 감염된다. 간흡충은 만성적 담도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심한 경우 담관암을 유발할 수 있는 생물학적 발암원인체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간흡충을 생물학적 발암원인체 1군으로 분류하고 있을 정도로 그 위험성이 크다.

질병관리청은 2005년부터 간흡충 유행지역을 중심으로 장내기생충 감염 실태 조사 및 치료지원 사업을 수행해 오고 있다. 지난해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간흡충 감염률은 2005년 9.1%에서 2024년 2.3%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나, 일부 유행 빈발 지역 중심으로 여전히 5% 이상의 높은 감염률을 보여 경각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자연산 민물고기 중에서도 간흡충 감염 위험이 높은 종류가 있다. 질병관리청의 자료에 따르면, 간흡충 감염 우선순위 10종의 민물고기 중 1위는 돌고기다. 이어서 긴몰개(2위), 몰개(3위), 참붕어(4위), 중고기(5위), 모래무지(6위), 칼납자루(7위), 피라미(8위), 납지리(9위), 납자루(10위) 순으로 감염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돌고기 / '즐거운 암환자' 유튜브 영상 캡처
돌고기 / '즐거운 암환자' 유튜브 영상 캡처

간흡충 감염 위험이 가장 높은 돌고기는 잉어목 모래무지과에 속하는 민물고기다. 한국과 일본 등지에 서식한다. 몸길이는 10~15cm. 길고 납작한 원통형 몸체를 가진다. 등은 진한 갈색, 배는 연한 노란색이다. 주둥이부터 꼬리지느러미 앞까지는 흑갈색 줄무늬가 뚜렷하다. 입 주변에는 짧은 수염 한 쌍이 있다.

맑은 물과 느린 유속을 선호한다. 강 상류의 자갈바닥에서 산다. 주로 바위에 붙은 조류와 수생곤충을 먹는다. 산란기는 5~6월로, 바위 틈이나 자갈 많은 곳에 알을 낳는다. 새끼(가사리, 충청도 방언 ‘쭉비’)는 무리를 지어 수면 표층을 헤엄친다.

이름은 돼지처럼 뭉툭한 주둥이와 먹성에서 유래해 ‘돈고기’로 불리다 ‘돌고기’로 바뀌었다. 튀기면 맛이 좋아 경상도 사투리로 ‘지지미’라 불린다. 수수한 외형으로 관상어로 인기 있지만 성장하면 외모가 변하는 특징이 있다.

전남에선 잡으면 안 된다. 전남도가 보호종으로 지정했다. 비슷한 종인 가는돌고기와 감돌고기는 한반도 고유종으로, 각각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과 I급에 속한다. 이들은 물살 빠른 돌밭에 서식하나, 하천 정비로 서식지가 급감해 금강과 만경강에서만 발견된다. 감돌고기는 특히 멸종 위기며, 외형이 돌고기와 유사해(지느러미·꼬리 검은 줄무늬, 등 전체 검은색) 구별이 어렵다. 일반 돌고기와 섞여 포획·식용되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들 종은 법적 보호를 받으므로 포획 시 처벌받을 수 있다.

돌고기는 고기가 단단하고 맛이 좋아 매운탕의 재료로 인기를 끌었다. 문제는 일부 지역에서 돌고기를 회로 즐겨 먹는다는 점이다.

간흡충의 감염 과정은 다음과 같다. 간흡충에 감염된 사람의 분변을 통해 배출된 충란이 물속에서 부화해 제1중간숙주인 쇠우렁이에 침입한다. 쇠우렁이 체내에서 발육한 유충은 물속으로 빠져나와 돌고기 등 제2중간숙주인 민물고기에 침입해 근육 속에 피낭을 형성한다. 이 민물고기를 날것으로 먹게 되면 인체 내에서 피낭이 녹아 유충이 나와 간담도로 이동해 성충으로 자라게 된다.

돌고기 / '낚시캠핑TV' 유튜브 영상 캡처
돌고기 / '낚시캠핑TV' 유튜브 영상 캡처

성인 간흡충은 길이 8~15mm, 폭 1.5~4mm 크기로 몸 앞쪽은 뾰족하고 뒤쪽은 넓다. 간흡충은 담관 내에서 20~30년간 기생하면서 만성적인 간염과 담관염을 일으킨다. 특히 장기간 감염되면 담관이 증식되고 간이 섬유화되는 담관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초기 감염 시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감염 사실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복통, 소화불량, 설사, 복부 불편감, 황달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심한 경우 간경화나 담관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이런 심각한 합병증은 한번 감염되면 완전한 치료가 어려워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간흡충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민물고기를 반드시 충분히 익혀 먹어야 한다. 간흡충 유충은 열에 약해 60℃ 이상에서 5분 이상 가열하면 사멸한다. 또한 급속 냉동(영하 20도에서 7일 이상)으로도 사멸시킬 수 있다. 소금이나 식초에 담그는 것만으로는 완전히 사멸시키기 어렵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감염 의심 증상이 있거나 자연산 민물고기를 생식한 적이 있다면 지역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검사 결과 양성으로 판정되면 약물치료를 통해 기생충을 제거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간흡충 양성자관리시스템(Clo-Net)을 통해 감염이 확인된 사람들에게 투약 및 재검사 등 감염자 관리 서비스를 지원한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여전히 일부 지역에서 간흡충이 높은 감염률을 보이는 만큼 자연산 민물고기는 반드시 익혀 먹는 것이 중요하다"라면서 "감염이 의심되면 각 지역 보건소에서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아 줄 것"을 당부했다.

<여름피서낚시 매운탕용 일급수 강하천에서 에서 서식하는 '돌고기'>란 제목으로 '낚시캠핑TV' 유튜브 채널에 올라와 있는 영상.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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