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가…갑자기 공사장서 800마리 넘게 발견돼 난리 난 '멸종위기' 동물
2025-04-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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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보고, 숨 막히는 위기의 순간
인천 송도국제도시 개발 예정지에서 멸종위기 생물의 대규모 서식지가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유수지와 수로를 연결하는 대형 도시개발 사업지 한복판에서 무려 800마리가 넘는 '흰발농게'가 발견된 것이다. 도시 개발의 중심에서 멸종위기종이 떼로 발견된 사례는 흔치 않아, 생태계 보전과 개발 사이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송도 워터프런트 1-2단계 사업을 추진 중인 아암유수지 일대에서 흰발농게의 대규모 서식을 확인하고, 보호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흰발농게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이자 해양수산부 지정 해양보호생물로, 서해와 남해 일부 갯벌에서만 드물게 서식하는 희귀 생물이다. 특히 수컷은 몸집보다 큰 흰색 집게발을 갖고 있어 시각적으로도 뚜렷한 특징을 보인다.
인천경제청은 지난해 사후환경영향조사 과정에서 흰발농게가 이 일대에 서식하고 있음을 확인했고, 올해 4월에는 포획과 이주 작업을 위한 정밀 조사를 두 차례 실시했다. 첫 번째 조사에서는 아암유수지 일대 5개 지점에서만 800마리 이상이 발견됐고, 두 번째 조사 결과는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실제 개체 수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인천경제청은 한강유역환경청에 포획 허가를 신청해, 상반기 중 강제 이주 작업을 본격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반발도 거세다. 인천녹색연합은 개발 예정지에서 서식 중인 흰발농게의 강제이주 계획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단 두 차례 조사만으로 성급한 결론을 내리고 한 달 만에 수천 마리를 포획, 이전하려는 계획은 생물학적 고려가 결여된 학살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흰발농게는 작은 몸집에도 불구하고, 갯벌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굴을 파면서 갯벌에 산소를 공급하고, 플랑크톤이나 미세 유기물 등을 섭취하며 해양 환경의 영양 순환에 기여한다. 특히 수컷은 번식기인 여름철, 커다란 흰 집게발을 흔들며 암컷에게 구애하고 굴 입구에 흙더미를 쌓아 번식 신호를 보낸다. 이 모든 행동이 해양 생물의 다양성과 생태계 유지를 뒷받침하는 행위들이다.
흰발농게는 진동과 소음에 매우 민감해, 포획이나 이주 자체가 치명적인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지적도 있다. 인하대학교 김태원 해양과학과 교수는 “이 생물은 포획 자체만으로도 생존에 위협을 받을 수 있는 민감한 종이다. 이주보다는 서식지 자체를 보전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논란의 중심인 송도 워터프런트 사업은 총길이 21.17km, 폭 40~500m 규모로, 아암유수지와 송도 6공구 인공호수를 연결하는 수로 건설이 핵심이다. 총사업비 2522억 원이 투입되며, 공사 완료 후에는 산책로, 전망대, 분수 등을 갖춘 친수 공간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현재 6공구 인공호수 일대에는 대형 준설선이 투입돼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인천시는 2021년 흰발농게를 포함해 점박이물범, 저어새, 금개구리, 대청부채 등 5종을 '인천시 깃대종'으로 선정해 생물 다양성 보전의 상징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 차원에서 상징적으로 채택한 생물의 서식지를 보존하지 않고 강제 이주를 추진하는 건 정책적 모순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흰발농게는 몸길이 1.5~2.5cm로 매우 작지만, 그 생태적 가치는 크다. 개체 수가 급감해 2012년부터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고, 일부 보호구역에선 탐방 제한과 정기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