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발견됐지 신기하네…대낮 공원서 포착된 '길이 2m' 멸종위기 동물
2025-04-2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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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를 타고 오르는 생태계의 숨은 수호자?!
강원도 영월의 한 공원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이자 국내 최대 크기의 파충류인 '구렁이'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 주목받고 있다. 이 구렁이는 2007년 같은 장소에서 출현한 뒤 자취를 감췄다가, 18년 만에 대낮 공공장소에서 시민들 눈에 포착돼 특히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 24일 강원도민일보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강원도민일보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전 영월읍 금강공원에서 산책을 하던 70대 여성 A 씨는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한 주민 3~4명이 소나무 앞에서 웅성대는 모습을 보고 다가가면서 구렁이를 발견해 직접 촬영까지 하게 됐다. A 씨는 "처음에는 뱀이라고 생각도 못 했는데, 소나무 줄기를 타고 올라가고 있는 검은 생명체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 생명체는 다름 아닌 길이 약 2m에 달하는 구렁이였다.
A 씨는 이 모습을 휴대폰으로 촬영했고, 현장에 있던 주민들 사이에서도 이례적인 출현에 놀라움이 번졌다. 일반적으로 구렁이는 4월 말~5월 초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고, 주로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이다. 때론 이동하거나 햇볕을 쬐기 위해 낮에도 종종 움직이지만, 대낮에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공원에 구렁이가 출현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A 씨는 "구렁이가 머리를 아래로 한 채 소나무 줄기를 천천히 기어오르고 있었다"며 "이른 시기 출현에 이상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번이 금강공원에서 구렁이가 포착된 첫 사례는 아니다. 2007년 6월에도 동일한 소나무에서 구렁이가 관찰됐으며, 당시 영월군은 구렁이와 관련한 전설을 소개하는 안내 표지판과 함께 포획금지 및 안전사고 주의 문구를 설치한 바 있다.
구렁이 출현은 단순한 생물학적 목격을 넘어서, 멸종위기종의 실존을 시민이 직접 확인했다는 점에서 생태계 보전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동시에 우리 문화 속에서 오랜 시간 상징성을 지녔던 구렁이가 다시 나타났다는 점에서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묘한 반가움과 경외심이 교차하고 있다.
구렁이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분류돼 있는 종이다. 한국에 서식하는 뱀 중 가장 크며, 몸길이가 최대 2m 이상 자라기도 한다. 개체에 따라 검은색, 황색, 갈색 등 다양한 색을 띠며, 몸통에는 가로무늬와 얼룩무늬가 선명하게 나타난다. 이 종은 독이 없고 온순한 성격으로, 설치류나 조류, 양서류 등을 먹이로 삼아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먹이를 조여 죽인 뒤 통째로 삼키는 습성은 포식자로서의 기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구렁이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발견되지만, 제주도와 울릉도에서는 보고된 바 없다. 산림, 논밭, 하천 주변, 돌담이나 농가 주변 등 다양한 서식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특히 구렁이는 쥐를 잡아먹기 때문에 예로부터 농가에서는 반가운 존재로 여겨졌다. 민속적으로도 '재산과 풍요의 상징' '집안의 수호신' 같은 이미지가 강해, 구렁이가 집에 나타나면 해치지 않고 오히려 길조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생태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구렁이는 남획과 서식지 파괴, 그리고 보신문화에 따른 무분별한 포획으로 개체수가 급감해왔다. 2012년 이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으며, 포획이나 훼손 시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수천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최근에는 인공 증식 및 복원 사업도 일부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인천 강화도, 석모도, 선갑도, 영흥도 등 도서지역에서는 서식이 확인되고 있으며, 치악산 국립공원 등지에서도 서식지 보호 사업이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