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2만명 정도만 본 작품인데…넷플릭스 공개 직후 단숨에 1위 등극한 한국영화

2025-04-25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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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가 재조명한 송재림의 마지막 연기

개봉 당시 극장에서는 철저히 관객들에게 외면받았지만, OTT 진입 이후 그 판세가 180도 바뀐 한국영화가 있다.

영화 '폭락' 스틸컷.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난 배우 고(故) 송재림(오른쪽). / 무암 제공
영화 '폭락' 스틸컷.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난 배우 고(故) 송재림(오른쪽). / 무암 제공

바로 故 배우 송재림 유작이기도한 영화 '폭락'에 대한 이야기다.

올해 1월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 '폭락'은 누적관객 수 2만 2000여명에 그치며 조용히 극장가를 떠났다. 대형 배급사의 홍보도 없었고, 스크린 수 역시 많지 않았으며, 대중적 관심을 끌 만한 유명 프랜차이즈나 스타 파워도 부족했다. 그러나 극장에서는 거의 주목받지 못했던 이 영화가, 넷플릭스 공개 직후 단숨에 한국 영화 부문 1위를 차지하며 '역주행'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폭락'은 2022년 가상화폐 루나·테라 폭락사태를 모티브로 한 범죄 드라마를 그린 작품이다. 50조 원의 피해와 28만 명의 피해자를 낳은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암호화폐를 둘러싼 탐욕과 조작, 청년층의 허망한 욕망, 그 이면에 숨겨진 제도의 맹점 등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 작품은 상업적 자극이나 화려한 액션 대신, 다큐멘터리적 시선과 묵직한 내러티브로 자본주의의 허점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주인공 양도현 역은 송재림이 연기했다. 그는 청년 창업 지원금을 부정 수급하고, 고의 부도와 폐업을 거쳐 가상화폐 개발자로 둔갑한 인물이다. 사회 제도의 허술한 틈새를 이용해 부를 쌓다가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는 양도현의 몰락 과정은, 단순한 개인의 파멸이 아닌 세대 전체가 공유하는 좌절과도 맞닿아 있다. 송재림은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금융 범죄 기사와 암호화폐 커뮤니티를 끊임없이 탐독했고, 작품 내내 복잡한 심리 상태를 절제된 방식으로 표현해냈다.

영화 '폭락' 스틸컷. 고(故) 송재림. / 무암 제공
영화 '폭락' 스틸컷. 고(故) 송재림. / 무암 제공

이 작품은 송재림 유작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11월 자택에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폭락'은 그가 남긴 마지막 연기라는 점에서 더욱 뭉클한 여운을 남긴다. 생전에 이 작품을 홍보할 기회조차 충분히 갖지 못했지만, 넷플릭스를 통해 다시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됐다.

'폭락' 연출을 맡은 현해리 감독은 시사교양 PD 출신으로, 루나 사태의 실제 피해자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현실성 있는 각본을 썼고, 특정 인물을 악마화하거나 영웅화하지 않는 방식으로 균형 잡힌 시선을 유지했다. 감독은 "대부분의 범죄는 거창한 동기보다도 아주 사소한 이익 때문에 시작된다"고 말했고 그 시선은 영화 전반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폭락'의 성공은 최근 이어지고 있는 한국영화의 OTT 역주행 흐름 속에 있다. 앞서 '대가족' '스텔라' '보고타' 등도 극장에서는 10만 명 안팎의 관객을 기록했지만, 넷플릭스 공개 이후 국내 영화 톱10에 오르며 재평가됐다.

영화 '폭락' 포스터. / 무암 제공
영화 '폭락' 포스터. / 무암 제공

극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제한적인 반면, OTT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수많은 시청자에게 도달할 수 있다. 특히 '폭락'처럼 무겁고 현실적인 소재는 OTT에서 오히려 강점을 발휘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환경, 일상 속에서의 소비,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재조명 등 다양한 요소가 작용한다.

또한 OTT는 글로벌 시청자와 동시에 만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폭락'은 영어 자막과 함께 전 세계에 공개됐고, 한국 사회의 코인 열풍과 청년 세대의 고통이라는 소재가 국경을 넘어 공감을 얻을 여지를 제공한다. 이미 일부 해외 영화 커뮤니티에서는 '가상화폐 붕괴의 인간적 뒷면을 그린 작품'이라는 반응이 포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엔 천만 관객이라는 숫자가 영화 성공의 절대적 기준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는 넷플릭스 TOP 10, 시청 시간, 화제성, 리뷰 확산 등이 새로운 척도로 부상하고 있다. '폭락'은 그 변화의 중심에 있는 대표 사례다. 단 2만 명만 봤던 극장 흥행 실패작이 넷플릭스에서 수많은 시청자를 만나며, 배우의 유작이자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유튜브, KoreaFilm 코리아필름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톱 10 영화' 순위(25일 오전 11시 30분 기준)는 다음과 같다.

1. 폭락

2. 스텔라

3. 대가족

4. i호스티지

5. 효자

6.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소방관

7. 임영웅 l 아임히어로 더 스타디움

8. 드림팰리스

9. 신칸센 대폭파

10. 소방관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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