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만 서식, 잡으면 최대 벌금 3000만원... ‘멸종’ 문턱에 있는 슬픈 동물

2025-04-2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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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달의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선정

염주알다슬기 /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염주알다슬기 /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하천 상류. 자갈과 모래가 깔린 강바닥에서 오돌토돌한 껍데기를 지닌 작은 생명체가 조용히 살아간다. 바로 염주알다슬기다. 이 작은 연체동물은 전 세계에서 오직 한국의 맑은 하천에서만 만날 수 있는 고유종이다. 독특한 외모와 생태를 자랑하는 이 귀여운 생명체는 이제 멸종의 문턱에 서 있다. 4월 이달의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선정된 염주알다슬기에 대해 알아봤다.

염주알다슬기 /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염주알다슬기 /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염주알다슬기는 연체동물문 복족강 흡강목 다슬기과에 속하는 작은 민물 달팽이다. 크기는 작아도 그 모습은 단번에 눈에 띈다. 껍데기 높이는 11~14mm, 지름은 약 13mm 정도로 손톱만 한 크기다. 껍데기 표면에는 염주 알처럼 둥글고 오돌토돌한 돌기가 나 있다. 이 돌기는 가로로 5줄, 세로로 11줄 정도 나 있어 마치 염주를 연상케 한다. 그래서 이름이 염주알다슬기다. 북한에서는 이 생물을 ‘염주토질골뱅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껍데기 색깔은 서식지에 따라 황록색, 흑갈색, 적갈색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 돌기와 색깔 덕분에 다른 다슬기류와 쉽게 구별된다. 염주알다슬기의 발은 다른 다슬기에 비해 거의 두 배로 넓어 빠른 물살 속에서도 단단히 바닥에 붙어 있을 수 있다. 거친 하천 환경에 완벽히 적응한 결과다.

염주알다슬기는 한국 중·북부 지역의 맑은 하천에서 주로 발견된다. 남한강, 임진강, 한탄강, 동강 같은 곳이 대표적인 서식지다. 이들은 수질이 깨끗하고, 수심이 다소 깊으며, 유속이 빠른 하천 상류를 선호한다. 하천 바닥은 모래와 크고 작은 자갈로 이뤄져 있어야 한다. 이런 환경은 염주알다슬기가 단단히 붙어서 살아가기에 최적이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 돌기가 없는 개체나 굵은 주름만 있는 개체도 관찰된다. 자웅이체다. 암컷은 오른쪽 두족 부분에 산란홈이 있어 알을 낳는다. 난생 방식으로 번식한다. 반복생식을 통해 연중 여러 번 알을 낳는다. 수컷의 주요 교미 시기는 3월과 6~9월 사이다.

염주알다슬기 /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염주알다슬기 /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염주알다슬기는 하천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천 바닥의 미생물이나 유기물을 먹으며 물을 정화하는 데 기여한다. 하지만 이런 소중한 생물이 지금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될 만큼 위협받고 있다. 환경부는 염주알다슬기를 2012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고, 현재 국가적색목록에서 위기(EN) 등급으로 평가한다. 4월 이달의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선정된 것도 이 생물의 심각한 상황을 알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최대 300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이유는 서식지 파괴, 수질 오염, 그리고 남획 때문이다. 하천에 댐이나 보가 건설되면서 물의 흐름이 바뀌고 서식지가 파괴됐다. 농약 사용과 하천 오염은 물을 탁하게 만들었고, 염주알다슬기가 살아갈 수 있는 깨끗한 환경을 앗아갔다. 게다가 식용이나 약용으로 다슬기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무분별한 남획이 이뤄졌다. 예로부터 다슬기는 간질환에 좋다고 알려져 ‘동의보감’에도 소화불량과 위통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기록이 있다. 이런 인기 때문에 염주알다슬기는 더 큰 위협을 받았다.

염주알다슬기는 유속이 빠르고 하천 바닥이 자갈과 모래로 이뤄진 곳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런 환경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댐과 보 건설은 하천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막아 염주알다슬기의 생존을 어렵게 했다. 한국패류학회지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남·북한강 하천에서 염주알다슬기의 분포가 확인됐지만 이후 개체수가 계속 감소했다. 2022년 ‘생태와 환경’에 실린 논문에서는 염주알다슬기의 물리적 서식지 특성을 분석해 유속, 수심, 하천 바닥 재질이 생존에 결정적임을 밝혔다. 하지만 이런 연구에도 불구하고 보호 노력은 아직 부족하다.

염주알다슬기 /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염주알다슬기 /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제발~아무 다슬기나 잡지 마세요! 그러다 큰일 납니다'란 제목으로 준벅TV 유튜브 채널에 올라와 있는 영상.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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