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복판서 발견돼 사람들 놀라게 한 '희귀 동물'
2025-04-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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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이자 천연기념물인 동물

3년 전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중랑천에서 뜻밖의 거북이 발견된 적이 있다. 바로 한국의 대표적인 담수 거북 남생이다. 한때 전국의 강과 호수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이 거북은 이제 환경파괴와 남획으로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될 만큼 그 수가 급격히 줄었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둘러싸인 중랑천에서 남생이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도시 한가운데서도 생태계가 살아 숨 쉰다는 희망의 메시지인 동시에 이 귀한 생물을 지키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남생이가 어떤 거북인지 알아봤다.
남생이는 동아시아에 자생하는 거북목 남생이과에 속하는 거북이다. 한국에서는 자라와 함께 대표적인 담수성 거북으로 꼽힌다. 남생이는 하천, 호수, 저수지, 연못 등 유속이 느린 물가에서 주로 서식한다. 물갈퀴가 발달하지 않아 빠른 물살에는 약하다. 대신 단단한 껍데기와 독특한 생존 전략으로 자연의 험난한 환경을 이겨낸다. 껍데기는 주로 갈색이다. 등에는 세 줄의 뚜렷한 용골이 자리 잡고 있다. 성체의 배갑 길이는 보통 20~25cm 정도지만 드물게 30cm가 넘는 큰 개체도 발견된다. 피부는 짙은 녹색이다. 머리 측면에는 밝은 녹색 줄무늬가 불규칙하게 그려져 있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독특한 외모를 자랑한다.
남생이는 잡식성이다. 수초, 작은 어류, 벌레 등을 주로 먹는다. 때로는 쥐 같은 작은 포유류의 새끼를 사냥하거나 동물 사체를 먹는 청소부 역할도 한다. 이들은 동아시아의 뚜렷한 사계절에 적응해 겨울이면 진흙 속에서 동면하고 봄이 오면 다시 활동을 시작한다. 짝짓기는 동면 직전 물속에서 이뤄진다. 암컷은 늦봄에서 여름 사이 하천 주변의 모래나 부드러운 흙 속에 5~15개의 알을 낳는다. 새끼는 부화 후 바로 나올 수도 있지만, 땅속에서 동면을 한 뒤 이듬해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제주도와 일부 섬 지역을 제외한 한반도 전역에 남생이가 분포한다. 특히 경상도와 전라도 같은 남부 지방에서 발견 빈도가 높다. 중국에서는 남부 장강 하류와 남동 해안 지역이 남생이의 기원지로 추정되며, 현재는 서부와 동북부를 제외한 중국 본토 대부분에 퍼져 있다. 중국의 많은 지역에서는 식용이나 약용으로 유통된다. 일본의 경우 18세기 말 조선에서 남생이가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북미 지역에서 남생이는 외래종이자 생태계 교란종 취급을 받는다.
남생이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이자 천연기념물 제453호로 보호받는다. 전 세계적으로도 그 수가 줄어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EN(위기) 등급에 등록됐으며, CITES 부속서 Ⅱ에 등재돼 야생 개체의 거래가 규제된다. 한때 한국의 강과 하천, 농수로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서식지 파괴, 약재용 남획, 애완용 포획, 붉은귀거북 같은 외래종과의 경쟁으로 개체 수가 급감했다.
그런 측면에서 중랑천에서 남생이가 발견된 것은 의미가 크다. 중랑천은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하천이다. 과거에는 오염과 개발로 생태계가 크게 훼손됐지만 복원 사업을 통해 수질이 개선되고 생물 다양성이 회복되고 있다. 남생이의 출현은 이러한 노력의 결실을 보여주는 사례인 동시에 도심 하천의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함을 일깨운다. 남생이는 육지 이동이 잦아 도로를 건너다 로드킬 당하는 일이 빈번한데, 중랑천 주변의 도로와 인프라가 이들에게 또 다른 위협이 될 수 있다.
남생이의 단단한 껍데기는 수달이나 왜가리 같은 포식자의 공격으로부터 방패 역할을 한다. 위협을 느끼면 겨드랑이의 취선에서 악취를 뿜어 천적을 쫓아내는 독특한 방어 전략도 갖췄다. 하지만 이런 방어 체계도 자동차나 인간의 개발 앞에서는 무력하다. 남생이를 지키기 위해선 서식지 보전과 함께 불법 포획, 방생된 외래종 관리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사실 남생이는 한국에서도 식용으로 사용한 거북이다. 용봉탕 재료로 자라 대신 남생이가 쓰였다. 1970~80년대에는 전통시장에서 고무 대야에 담겨 팔리거나 방생 행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등 친숙한 동물이었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보호종으로 지정돼 식용 및 약용이 전면 금지됐다. 이를 위반하면 벌금이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남생이는 한국 문화에서도 깊은 뿌리를 지닌다. 강강술래의 여흥놀이인 전남의 ‘남생이놀이’는 남생이 동작을 흉내내며 노는 전통 놀이다. 이 놀이와 함께 부르는 ‘남생아 놀아라’ 전래동요는 한때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적이 잇다. 남생이를 소재로 한 대표적인 이야기인 ‘말하는 남생이’ 전래동화는 이 거북이 민족적 상징성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