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논객 조갑제가 이재명을 만나고 온 다음날에 올린 글 (전문)
2025-04-24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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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끼리 소통하면 의외로 일치되는 점 발견”
이 전 대표의 초청으로 이뤄진 비공개 회동이었던 해당 만남에 대해 조 대표는 "대화는 솔직했다"고 전했다.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끼리 소통하면 의외로 일치되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는 소회도 덧붙였다.
조 대표는 이 자리에서 세종시로의 수도 이전에 대한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수도를 남쪽으로 옮긴 고구려와 백제가 내분을 겪고 망했다는 점,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신행정수도 건설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좌절된 점, 남북한 대결의 핵심은 평양정권과 서울정권의 정통성 싸움인데 세종시로 수도를 옮기면 불리해진다는 점, 그리고 내륙도시에 정치인과 관료가 모이면 세상 돌아가는 것과 멀어져 기득권 센터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설명했다.
이에 이 전 대표는 "당선되면 일단 용산 집무실로 들어갔다가 청와대로 복귀한 뒤 세종시로 수도를 옮기는 문제 등을 검토할 생각"이라면서도 "개헌의 필요성, 국민갈등 등으로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고 초기에 그런 문제로 힘을 뺄 필요가 있을까"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조 대표는 전했다. 조 대표는 이 전 대표가 무리하게 천도를 밀어붙이진 않을 것이란 인상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조 대표는 이날 만남에서 이 전 대표의 표정이 밝았고 대화도 거침없이 흘러갔다고 전했다. 이에 조 대표는 "이재명이란 한자 이름에 그런 성격이 깃들어 있는 것 같다"며 "밝음(明)이 있으라는(在) 염원을 담아 지어준 이름"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한 한자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이 전 대표가 이에 동감을 표했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이 전 대표가 "이념을 기준으로 하는 갈등은 너무나 비용이 비싸졌다"며 작년 총선을 계기로 민주당에서 종북적 영향력을 줄인 것이 자신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전 대표가 "이념적 동지성보다는 유능한 사람 위주로 써야 한다"며 "친하다고 무능한 사람을 써 봐야 고맙게 생각하지도 않고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전 대표가 '능력위주의 실용정책'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계엄 선포에 관한 예측에 대해서는 이 전 대표가 마키아벨리를 언급하며 "지도자가 몰리면 요새 안으로 피해 결사항전을 하는데 계엄 직전의 윤석열 전 대통령을 보니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고 있더라"고 말했다고 조 대표는 전했다. 이 전 대표는 "몇 사람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인사, 북한에 대한 위험한 행동을 보면서 뭔가 준비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지난여름부터 비상계엄령 선포설을 공개적으로 주장했던 이유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다는 점을 알려 막아보자는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조 대표는 최보식 전 조선일보 사회부장의 평가를 인용해 이 전 대표가 "말과 글이 되는 정치인"이라고 언급했다. 최 전 부장이 "어떻게 그렇게 말을 잘 하나?"라고 물었을 때 이 전 대표는 "젊은 날 세일즈맨과 관련된 책을 많이 봤고 외판원도 좀 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또한 조 대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말과 글이 되는 인물"이라고 평하며, 현재 이 전 대표와 대척점에 있다고 덧붙였다.
조 대표는 이날 자리에서 김종필·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을 오랫동안 취재한 경험과 인물평을 공유했다고 밝히며 "세 사람은 정치적 입장은 달라도 인간을 대하는 교양을 유지했던 분들"이라고 평가했다. 조 대표는 "기자의 특권이자 의무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만나는 일"이라며 자신이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가장 비판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가장 자주 만났던 사람이 김 전 대통령이었다고 언급했다.
<조갑제 대표가 올린 글>
지난 21일 밤 서울 광화문 지역에 있는 한 식당에서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 정규재 TV 대표와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李 전 대표 초청으로 이뤄진 비공개 회동이었다. 기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대화는 솔직했다.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끼리 소통하면 의외로 일치되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선거판에서 공론이 되고 있는 세종시로의 수도이전에 대하여 반대론을 폈다. 역사적으로 수도를 남쪽으로 옮긴 고구려 백제가 내분을 겪고 망하는 길로 갔다는 점, 노무현 대통령이 2004년에 신행정수도 건설로 위장한 사실상의 遷都를 밀어붙이다가 이명박 서울시장의 반대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좌절되었던 사실, 남북한 대결의 핵심은 평양정권과 서울정권의 정통성 싸움인데, 세종시로 수도를 옮기면 불리해진다는 점, 그리고 내륙도시에 정치인과 관료가 모이면 세상 돌아가는 것과 멀어져 기득권 센터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당선되면 일단 용산 집무실로 들어갔다가 청와대로 복귀한 뒤 세종시로 수도를 옮기는 문제 등을 검토할 생각이라면서 개헌의 필요성, 국민갈등 등으로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고 초기에 그런 문제로 힘을 뺄 필요가 있을까라는 반응이었다. 무리하게 遷都를 밀어붙이진 않을 것이란 인상을 받았다.
이재명 대표는 요사이 높은 지지율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표정이 밝았고 대화도 거침 없이 흘러갔다. 그는 천성이 낙천적인 듯했다. 나는 李在明이란 漢字 이름에 그런 성격이 깃들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밝음(明)이 있으라는(在) 염원을 담아 지어준 이름이니 명함이나 署名 때 한자 本名을 써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漢字교육의 필요성을 설명했더니 동감을 표시했다. 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기 전에 초등학교 교과과정에 한자 병기(倂記)교육을 하기로 결단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들어서자마자 이를 폐기한 것은 정치적 신념을 떠나 미래 세대를 위해서 나쁜 짓을 한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보수가 윤석열의 계엄을 편들면서 약해졌고 자신들이 보수가 된 것 같다는 농담을 했다. 그는 이념을 기준으로 하는 갈등은 너무나 비용이 비싸졌다면서 작년 총선을 계기로 민주당에서 종북적 영향력을 줄인 것이 자신이라고 했다. 이념적 동지성보다는 유능한 사람 위주로 써야 한다는 말도 했다. 친하다고 무능한 사람을 써 보아야 고맙게 생각하지도 않고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능력위주의 실용정책'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가 2022년 3월10일 새벽 아직 개표가 다 끝나지 않았는데도 표차가 적었는데도 패배 승복 선언을 미리 한 것은 근사하게 보였는데 선거와 관련된 법적 문제에 대하여 서로 정리하고 넘어가자는 뜻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라고 물었더니 수긍했다. 이재명 전 대표와 소통하는 몇 안 되는 보수적 기자 중 한 사람인 최보식 전 조선일보 사회부장에 따르면 그날 李 후보는 아크로비스타로 윤석열 후보를 찾아갔는데 윤 당선인이 그 뒤로는 안 만나주었다고 한다(5월호 월간조선).
이재명 전 대표는 민주당이 일하고 공부하는 효율적 정당으로 바뀌었다고 자랑했다. 아침마다 공부모임 같은 것이 있는데 의원들 참여율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백낙청 교수는 지난 대선 패배 후 이재명은 김대중 이후 최고 정치지도자라는 평을 했는데 최보식 기자는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살아남아 거대야당의 황제적 대표를 지낸 건 김대중도 못한 일이다. 아무리 공천권을 갖고 있어도 이건 거의 불가능하다. 보수진영이 악마 프레임에 갇혀 있지 말고 이런 관점에서 이재명을 볼 필요가 있다."
최 기자는 계엄 후 이재명 전 대표가 자신에게 "큰일이다. 나라가 반으로 쪼개졌다. 민주당이 정권을 가져온다 해도 똑 같이 되는 거다. 사람들이 왜 나를 무서워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어떻게 계엄선포를 예측했느냐는 질문에 李 전 대표는 마키아벨리 이야기를 꺼냈다. 지도자가 몰리면 요새 안으로 피하여 결사항전을 하는데 계엄 직전의 윤석열 대통령을 보니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고 있더라는 것이다. 몇 사람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人事, 북한에 대한 위험한 행동을 보면서 뭔가 준비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다'는 점을 알려 막아보자는 차원에서 지난 여름부터 비상계엄령 선포설을 공개적으로 주장했다는 것이다.
최보식 기자의 평에 따르면 이재명 전 대표는 말과 글이 되는 정치인이다. "어떻게 그렇게 말을 잘 하나?"라고 물었더니 "젊은 날 세일즈맨과 관련된 책을 많이 봤고 외판원도 좀 했다"고 하더란 것이다. 말과 글이 되는 또 다른 두 사람 한동훈 전 대표, 이준석 의원은 지금 이재명 전 대표와 대척점에 있다.
나는 저녁 자리에서 3金씨, 김종필 김영삼 김대중을 오랫동안 취재한 경험과 인물평을 했는대 세 사람은 정치적 입장은 달라도 인간을 대하는 교양을 유지했던 분들이다. 3김씨는 1920년대생, 이재명 전 대표는 1960년대생, 나는 1940년대생이다. 기자의 특권이자 의무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만나는 일이다. 나는 3김씨 중 김대중에 대하여 가장 비판적인 걸로 알려져 있는데 가장 자주 만났던 사람은 김대중이다. 그런 점에서 李 전 대표와의 만남은 늦은 감이 있는데 이 만남이 뉴스가 되었다. 이게 진짜 뉴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