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g에 17만원... 티끌만큼 작은데 몸값은 금값인 한국 수산물
2025-04-25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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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겨 먹으면 새우깡 그 자체라는 한국 수산물

깊은 산골 계곡. 맑디맑은 1급수가 흐르는 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작은 생명체가 있다. 새끼손가락 마디만 한 크기지만 그 맛과 가치는 결코 작지 않다. 한국의 민물새우 토하(土蝦)다. 이 작은 새우는 남도의 한정식 밥상 위에서 귀한 진미로 대접받는다. 때로는 이끼 제거를 돕는 어항의 일꾼으로, 때로는 화려한 관상용 새우로 사람들의 삶에 스며든 새우다. 환경파괴로 상당수 개체가 자취를 감췄다가 양식을 통해 다시 돌아온 토하에 대해 알아본다.
한국의 대표적인 토하엔 생이와 새뱅이가 있다. 생이의 몸길이는 약 25mm로, 흰색에 가까운 불투명한 몸에 가로줄무늬가 거의 없다. 갑각에는 눈윗가시가 있으며, 이마뿔은 수평에 가깝고 윗가장자리에 12~19개의 이가 있다. 반면 새뱅이는 암갈색 몸에 등뼈 모양의 얼룩무늬가 특징이며, 눈윗가시가 없고 이마뿔이 곧게 뻗는다. 새뱅이의 윗가장자리에는 10~20개의 이가 있으며, 3~4개는 갑각 위에 위치한다. 두 종 모두 연못, 하천, 호수의 수초 주변에서 서식하한다.
토하는 1급수 환경에서만 살아남는다. 농약이나 오염물질이 조금이라도 섞인 물에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깊은 산속 맑은 계곡이나 논두렁 물웅덩이가 이들의 안식처다.
전남 강진군 옴천면은 토하 양식의 중심지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이어서 외부 오염원이 유입되지 않는 청정 지역이다. 양식이라기엔 먹이를 따로 주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환경에서 자라게 하는 방식이기에 ‘관리’라는 표현이 보다 어울린다. 강진 외에도 나주시 세지면에서도 토하를 키운다.
토하 양식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환경파괴로 20세기 중반 토하가 자취를 감췄던 시기를 지나 정부와 지역 주민의 노력으로 2000년대 들어 개체 수가 회복됐다. 옴천면의 경우 십수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토하를 키우기 시작한 농가가 생겨났다. 논을 개량해 물이 흐르는 서식지를 만들고 대나무 가지를 넣어 토하가 모여 살도록 했다. 시행착오 끝에 효율적인 채취법을 개발했다. 과거 바구니로 잡던 방식 대신 그물을 이용해 쉽게 토하를 수확한다. 토하는 쏠쏠한 돈벌이 수산물이다. 현재 인터넷에선 1kg 기준 생물 토하가 17만원, 냉동 토하가 5만원에 팔리고 있다.
원재료가 비싼 만큼 토하젓 등 토하로 만든 음식도 비싸다. 가격도 비싸고 대중적이지도 않지만 그 독특한 풍미로 인해 ‘밥도둑’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에는 토하 알만 모아 담근 ‘토하 알젓’이 대지주들의 진미로 묘사되기도 했다.
토하는 젓갈 외에도 다양한 요리로 즐길 수 있다. 새우탕, 튀김, 찌개 등으로 조리되며, 특히 새우탕은 바다새우보다 강렬한 풍미를 자랑한다. 튀기면 ‘새우깡’처럼 진한 새우향이 난다. 바다새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미가 대단하다.
바다새우처럼 속살을 발라 먹을 순 없다. 크기가 작기 때문이다. 충청북도에서는 새뱅이찌개를 만들어 먹고, 강진에서는 토하젓을 곁들인 수육이나 생고기 요리가 인기다. 토하젓은 염장 후 1년 숙성하고, 고춧가루, 마늘, 생강, 찹쌀죽을 넣어 만든다. 맛은 비린내 없이 달고 고소하다. 뜨거운 밥에 얹어 먹으면 다른 반찬이 없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토하는 식용뿐 아니라 관상용과 생태 관리용으로도 사랑받는다. 어항에서 이끼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온순한 성격과 강한 적응력 덕에 초보자도 쉽게 기를 수 있다.
토하를 어항에 넣을 때는 수초 같은 은신처가 필수다. 은신처가 없으면 탈피 중 물고기에게 먹히거나 알이 사라진다. 토종 생이와 화려한 품종을 합사하면 교잡으로 평범한 후손이 태어날 수 있기에 관상용으로는 따로 키우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