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필터 강연 논란으로 "죄송하다" 고개 숙인 이국종, 다시 소신 발언
2025-04-24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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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의 잘하는 부분들을 활용하면서 점점 경계를 없애야”
최근 군의관 후보생들을 위한 강연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한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이 이번에도 대한민국 의료 체계에 대한 소신 발언을 이어 나갔다.

이 병원장은 지난 21일 유튜브에 공개된 한국국방연구원 채널 영상에서 "의사가 됐으면 당연히 군인 장교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저희 부대만 해도 의사 선생님들이 이병으로 들어온다"라며 "그러면 의사 업무를 시키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까다로운 법규나 규정들 때문에 병사들에게는 많은 책임을 지울 수가 없고 이들 또한 빨리 복무를 마치고 나갈 테니 단순 업무를 달라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선진국과 같은 예비역 제도를 제안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나를 가르친 교수님은 4번이나 파병됐다"라며 "항공모함뿐 아니라 전방 작전기까지 헬기 타고 이동해서 다친 군인들을 살려냈다"라고 회상했다.
또 "'군 의료'라고 하면 다른 것 같지만, 일반인이나 군인 치료하는 프로토콜이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라며 "군 의료의 고도화는 민간 의료와는 연계로 가능하다. 민간의 잘하는 부분들을 활용하면서 점점 경계를 없애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인구 감소로 현장에 당장 투입돼야 할 인력이 줄어드는 세태에 대해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한국은 지금 인구 소멸 위기다. 병사뿐 아니라 장교 자원, 조종사 자원, 의사 자원, 간호사 자원이 다 없어진다"라며 "효율적으로 운영할 생각을 해야 한다. 군 의료와 민간 의료로 갈라지고 정부 각 부처마다 병원 따로 만들면 관리가 어렵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어디로든 달려가는 군의 특별 그룹을 제외하고는 국가 전체 의료 자원의 틀로 봐야지 군 의료만 따로 발전시키기는 어렵다. 의료라는 자산을 냉정하게 큰 틀에서 봐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이 병원장은 충북 괴산의 한 훈련소에서 군의관 후보생들을 대상으로 열린 강연에서 한국 사회를 향한 날 선 비판을 여과 없이 늘어놔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파장이 커지자 지난 21일 이 병원장은 국방부 담당자에게 "군의관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한 말이지만 결과적으로 죄송하다"는 취지로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병원장은 아주대 외상외과 교수 시절부터 한국 의료 체계를 꾸준히 비판해 왔다. 그는 중증외상 분야의 구조적 한계와 정부의 지원 부족, 과중한 업무와 의료진의 희생을 비롯한 시스템 개선의 부재, 의료수가 체계와 필수의료 붕괴에 대한 경고, 정치권과 행정의 무책임으로 인한 실질적 변화의 부재 등을 언급해 왔다.
그는 2017년 아주대 교수회 소식지 '탁류청론'에 기고문을 통해 저수가와 심평원 삭감 등 중증외상 환자를 구하고 치료할수록 손해 보는 한국 의료시스템을 꼬집었다.
2018년엔 중앙시사매거진을 통해 의료계 실상에 대해 "곳곳에 치부가 있다. 의료수가도 문제고 선진국의 절반밖에 안 되는 병원의 의료인력 고용도 문제다. 지금 대형 병원의 젊은 의사들은 도무지 쉴 틈이 없다"라며 "의료인력 충원에 써야 할 돈을 건물 치장하는 데 투자한 것이다. 국민들이 그걸 좋아한다는 명분을 들이대면서 그렇게 한다"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또 "직급이 높고 나이가 많은 의사는 고단한 수술실에 잘 들어가지 않으려고 한다. 인정받는 자리에서 존경받고자 하는 심리가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하느냐. 그 아래 의사들이 대리 수술을 한다. 우리나라 어느 병원은 의사 한 명이 암 수술을 연간 1000건 넘게 한다고 홍보한다. 그게 자랑할 일이냐. 그건 정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간호사들은 또 어떤가. 1년 안에 그만두는 간호사가 35% 이상이다. 언론에서 '태움 문화'가 문제라고 지적하는데 구조를 봐야 한다. 지금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밀려드는 환자를 제때 치료할 수 없는 현실이다. 태움으로 간호사들을 윽박질러야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전근대적인 구조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병원들은 바닥에 대리석을 까는 데 돈을 쓰고 있다. 악순환이다. 병원의 외관만 화려하면 뭐 하나. 의료계 내부는 아직도 평화시장 시대, 전태일 시대를 살고 있는데"라고 한탄했다.
특히 "정부 담당자도 국민을 위해 정부가, 병원이, 의사가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걸 다 알고 있다. 그런데 알면서도 고쳐주지 않는다. 수십 년째 그렇다. 정부는 환자가 넘치는 대형 병원과 화려한 민간병원들의 겉모습에 기대를 거는 것 같다. 정부가 제도를 만들어 개선해도 현장까지 도달하지도 않는다.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은 지금까지 다 헛돌았다. 그러다 무슨 사고가 터지거나 문제가 생기면 상황이 그 정도로 심각한 줄은 전혀 몰랐다는 듯이 딴청을 피운다"라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