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북송금 담당 재판부, 검찰에 "객관적 사실만 정리해서 달라"
2025-04-2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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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사실에 법률적 평가를 기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날 오전 수원지법 형사11부(송병훈 부장판사)는 이 전 대표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등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및 뇌물공여 등 사건 공판준비기일에서 "공소장에 '피고인들(이재명·이화영)이 무엇무엇을 했다'고 기재된 부분이 눈에 많이 띄는데 두 피고인이 같은 일시에 했다는 것인가. 아니면 달리했다는 것인가"라고 물으며 이같이 말했다.
송 부장판사는 또 "'이화영은 이재명 승인 아래, (이재명이) 승인했다'라는 표현이 많이 등장하는데 승인 방식이 어떻게 했다는 것이냐"고 검찰에 물었다.
검찰은 "직접적 증거가 있다기보다 경기도 내부 진행된 사업의 논의 방식 보고 과정 등에 비춰 그렇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재판장은 "여러 정황에 비춰 이재명이 그 부분을 승인했다는 법률적 평가로 볼 수 있다는 의미냐"며 "공소사실에 법률적 평가를 기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사실관계에 맞춰서 다음 기일까지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공소장이 50쪽 정도 되는데 500만 달러 대북송금 관련해서는 34쪽에 가서야 처음으로 '이로써 (이들이) 공모해 뇌물 공여했다'는 글귀가 나온다. 그 앞 30여쪽은 전제 사실인데 이렇게 (길게) 기재할 필요가 있는지도 검토해달라"고 덧붙였다.
재판장은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인 북한이 뇌물공여 대상인 제3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김 전 회장이 북한 측과 체결한 협약서를 대외적으로 공개해달라고 한 것이 부정한 청탁에 해당하는지 등에 대한 검찰의 법률적 검토 내용 및 의견을 제출해달라고도 요구했다.
아울러 송 부장판사는 이 전 대표 측 변호인에게 "피고인에 대해 송달이 잘 안 되고 있다"며 "송달할 수 있는 주소를 두 개 정도 알려주면 재판부에서 복수로 소환장 보내겠다"고 요구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정치 현안들 때문에, 자택에 자주 없고 국회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국회 주소를 이번 주까지 서면으로 내겠다"고 답했다.
또한 이 전 대표 측은 이날 재판부에 "검찰이 수사 중 생성한 수사보고서 열람 등사를 거부했다"며 "재판부에 이에 대한 허용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미 헌법재판소는 (수사기관) 내부 의견서 등은 피고인의 방어 활동에 관계없고 열람 등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시했다"며 "내부 보고서를 봐야 (공소사실 및 증거에 대한) 의견을 내겠다는 것은 신종 재판 지연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수사보고서 열람등사 허용 신청은) 늦어도 다음 주까지는 판단하겠다"며 "피고인들은 증거 및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간략히라도 밝혀달라"고 했다.
이날 재판은 지난해 12월 13일 이 전 대표가 당시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에 대한 법관기피 신청을 하면서 중단된 지 4개월여 만에 재개됐다. 법관기피란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 피고인이 법관을 교체해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향후 재판절차 등을 논의하는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이 전 대표 등 피고인 3명 모두 이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5월 27일 오후 2시로 지정됐다.
한편, 이 전 대표와 이 전 부지사는 2019년 1월~2020년 1월 경기도지사였던 이 전 대표가 김 전 회장에게 경기도가 북한 측에 지급해야 할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와 도지사 방북비 300만 달러를 대신 내도록 했다는 혐의 등으로 지난해 6월 12일 불구속기소됐다. 김 전 회장은 이미 관련 혐의로 지난해 7월 1심에서 징역 2년 6월의 실형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