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 때는 관저에서 물 더 많이 썼다"

2025-04-2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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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관계자 주장... 상주인원 등 고려 안 한 단순 비교?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모습. / 뉴스1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모습. / 뉴스1

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로부터 파면을 선고받은 지난 4일부터 일주일간 관저에 머물며 수돗물을 228톤 넘게 사용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용량이 과다하다는 지적이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이는 2인 가구 사용량의 70배가 넘는 금액인데, 일 평균 사용량을 비교하면 오히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관저 수돗물 사용량이 윤 전 대통령 때 보다 많다는 반론이 나왔다. 하지만 이는 청와대와 현 대통령 관저의 규모, 상주 인원 등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단순 비교라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지난 16일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서초동 사저로 거처를 옮기기 전 일주일(4월 4~10일)간 한남동 관저 수돗물 사용량이 228.36톤(t)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하루 평균 사용량은 32t 정도다. 김 의원은 서울시 서울아리수본부 자료를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일부 언론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2인 가구 평균 하루 수도 사용량(0.43t)의 75배를 썼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2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남동) 관저에 작은 수영장이 하나 있는데, 이 물을 완전히 갈지 않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정도로 많은 물”이라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 4일 탄핵당한 뒤 관저에 머문 며칠 동안 수영장 물을 교체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해석됐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하루 평균 32t으로 집계된 4~10일 관저 수돗물 사용량은 윤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관저 평균 수돗물 사용량(25~32t)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 내외가 거주한 청와대 관저 물 사용량(하루 40~50톤)보다 적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관저는 여러 대통령경호처 경호 인력과 시설 관리 인력이 24시간 상주하며 근무하는 공간”이라며 “수돗물은 생활용수일 뿐 아니라 조경수(造景樹)에 물을 주거나 관저 경내, 주변을 청소할 때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한남동 관저 상주 인력은 40여 명이고, 근무 인력까지 합하면 100여 명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윤건영 의원이 거론한 관저 내 수영장과 관련해서도 “관저를 방문하는 외빈을 위해 조경용으로 꾸민 작은 수경공간으로 깊이가 성인 무릎 정도로 얕다”며 “민주당에서 의혹을 제기한 4~10일에는 수경공간 물을 갈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매체에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 내외가 거주한 청와대 관저 물 사용량은 하루 40~50t에 이른 것으로 안다”고 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매체에 "(관련 보도가) 마치 윤 전 대통령 내외가 물을 흥청망청 썼다는 인상을 주려는 것 아닌지 의아하다”고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12월 기준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를 포함한 청와대의 정원은 약 98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수치 비교만으로 물 사용의 적절성을 판단할 게 아니라 관저의 운영 방식과 상주 인원 등 전체적인 맥락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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