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논에도 흔했는데... 지금은 1마리에 8000원인 최고급 한국 식재료

2025-04-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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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미국에서는 생태계 교란종으로 악명 떨치는 한국 식재료

낙동강에 방류되는 어린 참게. / 뉴스1 자료사진
낙동강에 방류되는 어린 참게. / 뉴스1 자료사진

예로부터 미식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민물 갑각류가 있다. 톡톡 터지는 알과 녹진한 내장의 풍미, 쫄깃한 살점까지 버릴 것 하나 없는 진미. 바로 참게다. 참게는 한국과 중국의 강과 하천에 사는 민물 갑각류 참게에 대해 알아봤다.

참게 / 연합뉴스
참게 / 연합뉴스

참게는 둥근 사각형의 갑각을 가진 게다. 크기는 그리 크지 않다. 갑각 길이는 약 63mm, 너비는 약 70mm 정도다. 갑각 윗면은 약간 볼록하고, H자 모양의 홈이 뚜렷하다. 이마에는 납작한 삼각형 돌기가 네 개, 옆 가장자리에도 뾰족한 돌기가 네 개가 자리 잡고 있다. 참게를 참게답게 만드는 건 뭐니뭐니해도 역시 집게다리에 있는 털 다발이다. 이 연한 털은 참게를 다른 게와 구분 짓는 가장 큰 특징이다. 걷는다리는 가늘고 길며, 암수 모두 배는 일곱 마디로 이뤄졌다. 잡식성인 참게는 벌레, 조개, 달팽이, 작은 물고기, 심지어 사체까지 닥치는 대로 먹는다. 수명은 7, 8년. 자연 속에서 제법 오래 살아가는 편이다.

참게의 고향은 주로 중국과 한국의 하천이다. 중국에서는 양쯔강과 서해로 이어지는 하천 수역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한강, 임진강, 섬진강 같은 서해로 흘러드는 하천에서 주로 서식한다. 특히 한강은 참게의 주요 서식지다. 수질 개선 덕분에 최근 참게 개체수가 늘어나 서울 도심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특히 잠실대교 근처 잠실수중보에서는 참게가 발에 채일 정도로 많다. 산책하다 조심하지 않으면 밟을 수도 있다. 방화대교 인근 생태공원 옆 자전거길에서도 참게가 종종 튀어나온다. 밤에 자전거를 탈 때 로드킬을 피하려면 바닥을 잘 살펴야 한다. 한강에서 참게를 잡는 건 불법이다. 걸리면 벌금을 내야 하니 눈으로만 즐기는 게 현명하다.

참게장 / 연합뉴스
참게장 / 연합뉴스

참게의 생태는 독특하다. 가을이 되면 하천에 살던 참게는 바다로 내려가 이듬해 알을 낳는다. 해변에서 산란과 부화를 마친 유생은 다시 민물로 올라와 성장한다. 이 이동 습성은 조선시대 문학에도 녹아들었다. 황희가 지었다는 시조에는 “벼 뷘 그르헤 게는 어이 ᄂᆞ리ᄂᆞᆫ고”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는 추수철 논에서 바다로 내려가는 참게의 모습을 생생히 그린 것이다. 과거에는 참게가 꽃게보다 더 익숙한 게였다. 풍속화와 시에서도 참게는 단골 소재로 등장했다. ‘참’이라는 이름이 붙은 데서 알 수 있듯이 그 위상이 드높았다.

참게는 단순히 생태학적 존재로만 머무르지 않는다. 오랜 세월 식재료로 사랑받아왔다. 한국에서는 ‘동국여지승람’에 강원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참게가 토산물로 기록됐다. ‘자산어보’에는 참게의 형태와 생태, 잡는 법이 상세히 적혔다. ‘규합총서’에는 게젓 담그는 법, 굽는 법, 찜 요리법까지 실려 있다.

한국에서는 참게로 간장게장, 튀김, 매운탕을 만들어 먹는다. 특히 임진강과 한강 주변, 예를 들어 파주나 고양 같은 지역에서는 참게 매운탕이 지역 명물로 자리 잡았다. 참게 매운탕은 동자개나 쏘가리 같은 민물고기와 함께 끓인다. 수제비나 라면 사리를 넣어 먹으면 깊은 국물 맛이 일품이다. 밥 위에 참게 살을 얹고 국물을 곁들이면 미다. 참게는 꽃게보다 몸집이 작아 살이 적은 편이라 아쉬움을 느낄 수 있지만 그 맛은 독보적이다. 귀한 만큼 값이 비싸다. 현재 식당에서 민물 매운탕에 참게 한 마리를 추가하려면 최소 4000원에서 최대 8000원까지 내야 한다.

참게 / '한탄강 청년어부' 유튜브
참게 / '한탄강 청년어부' 유튜브

참게는 예전만큼 흔하지 않다. 환경오염과 서식지 파괴로 개체가 줄어들며 대중적인 식재료에서 점점 멀어졌다. 5cm 미만의 작은 참게는 잡아선 안 되고, 여러 지자체가 금어기를 정해 보호하고 있다. 최근에는 재래식 양식을 통해 개체 수를 늘리려는 시도가 이어진다. 자연산 참게는 가격이 시가로 매겨질 정도로 귀하다. 일부 식당에서는 북한산 참게를 중국을 통해 수입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내놓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참게가 상하이의 대표 요리로 꼽힌다. ‘상하이 대갑해’는 통째로 쪄서 먹는 방식이 기본이며, 살과 알을 발라 딤섬 속재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중국산 참게는 한국산보다 훨씬 크기가 커서 먹을 살이 많다. 상하이에 가면 참게 요리는 필수 코스다. 가을에 참게 축제가 열릴 정도로 상하이에선 지역 문화에 깊이 뿌리내린 식재료다.

참게를 먹을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민물 생물인 만큼 기생충이 들어 있다. 특히 폐흡충의 중간 숙주인 까닭에 생으로 먹으면 위험하다. 매운탕은 푹 익혀야 하고 게장은 충분히 숙성해야 안전하다. 전문가에 따르면 참게 게장을 보름 이상 숙성하면 폐흡충이 죽어 안전하다. 따라서 참게장을 만들 때는 숙성 기간을 철저히 지키거나, 경험 많은 이들의 조언을 따르는 게 좋다. 꽃게장에 비해 참게장은 살은 적지만 장의 감칠맛이 더 깊은 까닭에 사랑받는다.

참게는 유럽과 북미에서 생태계 교란종으로 악명을 떨친다. 20세기 초 배의 물탱크를 통해 유럽으로 유입된 참게는 오데르강을 시작으로 네덜란드, 프랑스까지 퍼졌다. 결국 IUCN(he 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은 참게를 세계 100대 침입외래종으로 지정했다. 유럽과 미국은 살아있는 참게의 사육과 거래를 금지했다.

흥미롭게도 참게는 농업에도 쓰인다. 친환경 농법의 일환으로 논에 참게를 풀어 해충을 잡아먹게 하는 방식이 시도된다. 농약 사용을 줄이고 생태계를 살리는 데 기여하는 농법이다.

참게는 한강에서도 볼 수 있다. / '오브리더'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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