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쓰나미…전국 흔들던 '빵지순례 성지들' 잊히는데 아랑곳 않고 성장한 곳들
2025-04-23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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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지역 대표 빵집으로서 전국 관광객 끌어모으던 곳들마저 하락세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동 제약이 풀리자 각 지역에 참신한 콘셉트의 신상 빵집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전국의 빵 맛집을 찾아다니는 '빵지순례' 관광객의 수도 잇따라 증가했다. 그 전부터 유명했던 성심당과 전북 군산의 이성당에는 기다렸다는 듯 손님이 끊이질 않았고 날이 갈수록 번창했다. 이 열기를 이어받아 여러 빵집이 저마다의 콘셉트를 가지고 호기롭게 창업에 도전했지만 과부화된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금방 사라지기도 했다. 그중에는 샛별처럼 나타나 순식간에 화제를 모으고 전국에 가맹점을 낸 빵집들도 여럿 있었다. 하지만 이들마저도 최근에는 천천히 저물어가는 모양이다.

최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랜 시간 부산 지역의 대표 빵집으로 명성을 떨친 '옵스'의 지난해 매출은 299여억 원으로 전년(305여억 원) 대비 다소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통옥수수빵으로 유명한 대구의 삼송빵집도 2023년 매출은 189여억 원이었으나 지난해 180여억 원으로 소폭 떨어졌다.
몇 년 전 서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도넛 브랜드 '노티드'도 2023년 매출은 670여억 원이었으나 지난해 매출은 630여억 원으로 다소 떨어졌다.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오픈런을 하고 매번 웨이팅을 해야만 먹을 수 있었던 '노티드'의 전성기 시절에 비하면 관심이 많이 식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꾸준히 매출을 올리고 있는 빵집도 있다. 충남 천안의 '뚜쥬루'와 성심당, 이성당이 바로 그 예다. 뚜쥬루는 지난해 매출이 126% 증가해 253여억 원에 달했으며 영업이익도 273% 급증한 21억 원에 이르렀다. 돌을 데운 열기로 빵을 굽는 뚜쥬루만의 독특한 빵 제조 방식이 확실한 차별점으로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성심당과 이성당도 마찬가지다. 성심당의 지난해 매출은 55% 급증해 1937여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매출은 1243여억 원이었다. 이성당 매출도 2023년 266여억 원에서 6.7% 늘어난 284여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서울 기준으로 한 해 동안 새로 생긴 빵집은 714곳이다. 서울이 전국의 약 20%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전국적으로 수천 곳의 빵집이 개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인기 빵집과 카페 포화 상태인 서울에서 700여 곳이 넘는 빵집이 개업했다는 점은 앞으로 경쟁이 더욱 심화할 뿐만 아니라 폐업하는 곳도 많아질 거라는 것을 의미한다.
심지어 올해 기준 전국 영업 중인 빵집 수는 1만 9430곳이다. 최근 1년 사이 새로 문을 연 곳만 2142곳에 달한다. 전년 동기 신규 빵집 1711곳보다 25.1% 증가한 수치다. 빵집 수요보다 공급이 과도한 셈이다.

하지만 무자비하게 늘어나는 빵집 수에도 실상은 처참하다.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이 공개한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 분석 결과 지난해 전국적으로 문을 닫은 빵집은 3591곳이다. 이는 최근 5년 중 최대치다. 빵집은 2020년 이후 해마다 2000곳 이상이 폐업했다. 2020년 2101년, 2021년 2162곳, 2022년 2721곳이 폐업했다. 2023년에는 3120곳이 문을 닫았다.
심지어 지난달에만 전국의 빵집 182곳이 폐업했다. 빵집 폐업률은 4년 연속 상승하고 있다. 2020년 11.1%였던 빵집 폐업률은 2022년 13.8%, 2023년 15.9%, 지난해 18.5%까지 치솟았다.
그렇다면 빵집이 이렇게 극단적이고 빠르게 폐업하는 이유가 뭘까. 크게 6가지로 나누자면 ▲원자재·재료비 상승 ▲인건비 부담 ▲임차료와 대출 이자 부담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 ▲경쟁 심화 ▲프랜차이즈의 비주류화다.
밀가루와 계란, 우유 등 빵을 만드는 데 필수 재료 가격이 크게 올라 이익률이 급감한 것이 빵집 상인들에게 가장 큰 타격을 입혔다. 실제로 지난해 농축수산물은 농산물(10.4%), 수산물(1.6%), 축산물(0.7%)이 모두 올라 전체 5.9% 상승하는 등 원재료 부담이 커졌다.
최저시급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올해 최저시급은 시간당 1만 30원으로, 전년 최저시급인 9860원 대비 170원 인상됐다. 임대료와 대출 상환 부담이 계속 커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자영업자 1인당 평균 대출금은 1억 2000만 원, 월평균 이자는 84만 3000원에 달한다. 1억 원 이상의 대출을 안고 있는 자영업자도 38.4%에 이른다.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도 무시할 수 없다. 장기 불황과 내수 부진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히면서 매출이 줄었고 소매·판매도 전년 대비 2.2%나 감소했다. 더불어 경쟁 심화로 진입 장벽이 낮은 빵집이라는 업종 특성상 신규 빵집과 프랜차이즈, 저가 빵집 등과 경쟁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프랜차이즈도 예외는 아니다.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의 매장 폐업도 빠르게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