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험서 컨닝해 자퇴한 이정인씨, 자기가 만든 컨닝 도구로 '떼돈'
2025-04-23 09:48
add remove print link
'부정행위 AI'로 스타트업 설립한 미국 한인 화제
22일(현지시간) IT 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AI 스타트업 '클루엘리(Cluely)'는 최근 530만 달러(약 75억 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이 스타트업은 시험, 면접, 영업, 전화 통화 등 다양한 상황에서 상대방을 속일 수 있도록 설계된 '클루엘리'라는 AI 도구를 제공한다. 이 도구는 사용자가 브라우저에 띄운 보이지 않는 창을 통해 실시간으로 질문에 대한 답변이나 요약 정보를 받을 수 있게 해준다. 이 창은 상대방에게 노출되지 않아 면접관이나 시험 감독관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부정행위를 가능하게 한다. 특히 이 도구는 음성을 인식하고 상황을 분석해 즉각적인 답변을 생성하며,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클루엘리는 21세 한인 로이 리(한국명 이정인)와 닐 샨무감이 공동 창업했다. 이들은 컬럼비아대 2학년이던 지난 2월 이 AI 도구를 사용한 부정행위로 학교로부터 1년 정학 처분을 받고 자퇴했다. 정학 사유는 이들이 AI 도구를 활용해 학내 코딩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시험 중 클루엘리를 사용해 실시간으로 코딩 문제를 해결하고 답변을 작성했다. 이는 대학의 학사 규정을 위반한 행위로, 교수진이 이를 적발해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징계위원회는 이들의 행위가 학문적 정직성을 심각히 훼손했다고 판단해 정학을 결정했다.
클루엘리는 원래 '인터뷰 코더(Interview Coder)'라는 이름의 AI 도구로 개발됐다. 이 도구는 글로벌 IT 기업의 코딩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 설계된 것으로, 복잡한 알고리즘 문제를 실시간으로 풀어주는 기능을 갖췄다. 로이 리는 이 도구를 활용해 아마존, 메타, 구글 등 주요 기술 기업의 개발자 인턴십 면접을 성공적으로 통과하며 여러 곳에서 오퍼를 받았다. 그는 이 도구가 "화면을 보고 오디오를 들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실시간으로 도움을 주는 완전히 탐지 불가능한 AI"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아마존 면접에서 이 도구를 사용하는 모습을 촬영해 공개했는데, 이 영상은 소셜미디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영상에는 그가 면접관의 질문을 듣고 클루엘리가 제공하는 답변을 자연스럽게 말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러나 아마존은 이 영상을 확인한 뒤 그의 부정행위를 문제 삼아 컬럼비아대에 징계를 요구했고, 이는 결국 그의 정학으로 이어졌다.
정학 처분을 받은 로이 리는 대학을 그만두고 클루엘리를 본격적으로 창업했다. 그는 인터뷰 코더를 시험과 면접뿐 아니라 영업, 회의, 일상 대화 등 다양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도록 기능을 확장했다. 예를 들어, 이 도구는 영업 사원이 고객과 통화하면서 제품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 자연스럽게 설명하거나, 회의 중 전문 용어를 즉석에서 학습해 대화에 활용할 수 있게 한다. 리는 지난 2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에 "클루엘리가 출시됐다"며 "모든 것을 속이자(cheat on everything)"라는 문구를 올려 도발적인 마케팅을 이어갔다.
그는 또 다른 영상에서 레스토랑에서 이 AI 도구를 사용해 나이와 예술 지식에 대해 거짓말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그는 자신만 볼 수 있는 창을 통해 AI가 제공하는 실시간 정보를 바탕으로 상대방과 자연스럽게 대화했다. 예술사에 대해 전혀 모르면서도 AI가 제공한 유명 화가와 작품 정보를 활용해 전문가처럼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영상 역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클루엘리는 자사 AI 도구를 두고 "계산기나 맞춤법 검사기처럼 처음에는 부정행위로 여겨졌지만 결국 보편적인 도구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이 도구가 단순히 부정행위를 넘어 생산성을 높이는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학문적 정직성과 직업 윤리를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해당 도구가 면접이나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조장하고, 나아가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기술적으론 뛰어나더라도 그 사용 목적이 윤리적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로이 리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클루엘리의 잠재력을 믿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그는 최근 투자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이 도구가 교육, 비즈니스, 개인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