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고급 식재료로 분류되지만…실제로 보면 다들 기겁하는 '수산물'
2025-04-2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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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은 다소 충격적이지만 맛은 최고라는 해산물
고급 일식집 오마카세 메뉴나 산지 수산시장 한켠에 등장하는 '코끼리조개'는 단맛과 감칠맛이 뛰어난 고급 식재료로 알려져 있다. 두툼한 살집과 묵직한 식감 덕분에 회, 숙회, 초밥, 샤브샤브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겨울부터 초봄 사이 미식가들이 가장 찾는 제철 해산물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이 조개를 처음 마주한 사람들의 반응은 대개 고급 식재료를 대할 때의 경외감보다는, 놀라움이나 당혹감에 가깝다. 이유는 단순하다. 바로 외형 때문이다.

코끼리조개라는 이름은 단순한 은유가 아니다. 이 조개의 가장 큰 특징은 껍데기보다 훨씬 길고 굵게 뻗은 수관(입출수관)이다. 이 수관은 일반 조개들과 달리 패각으로 완전히 덮이지 않으며, 두툼한 살덩어리가 그대로 밖으로 노출된다. 형태와 질감이 지나치게 사실적인 데다, 반투명한 막에 싸인 모습은 웬만한 비위로도 버티기 어려울 정도다. 그래서일까. 아무리 고급 식재료로 이름나 있어도 실물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움찔하거나 얼굴을 찡그리는 경우가 많다.
코끼리조개는 족사부착쇄조개과에 속하는 대형 조개다. 동해안 남부에서 남해 동부, 일본, 북미 태평양 연안 등 차가운 모래 해역에 서식한다. 국내에서는 주로 거제도 해역과 동해 일부 지역이 산지인데, 수심 깊은 모래밭 속에 숨어 있어 잠수부들이 직접 들어가 채취해야 한다. 머구리 작업 특성상 채취량이 적은 데다 남획과 해양 환경 변화로 2000년대 이후 자연산 개체가 급감하면서 점차 희소성이 높아졌다. 최근엔 국립수산과학원이 양식기술을 확보해 일부 공급이 늘었지만, 여전히 시장에서는 귀하고 비싼 조개로 취급된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코끼리조개의 일반적인 크기는 10~13cm, 무게 500~600g 수준이지만, 북미 지역에서는 최대 길이 1m, 무게 10~15kg에 이르는 초대형 개체도 존재한다. 수관의 길이가 특히 길어 패각보다 훨씬 밖으로 노출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성체까지 자라는 데 10~15년이 걸리며, 수명이 100년이 넘는 장수 조개로 알려져 있다. 타우린 등 영양소도 풍부해 건강식으로도 주목받는다.
수관은 조리 전 반투명한 막을 벗겨내야 하며, 회, 숙회, 찜, 샐러드 등 다양한 형태로 섭취된다. 내장과 생식소는 국이나 찌개로도 사용된다. 고소한 향과 깊은 감칠맛으로 미식가들 사이에선 매우 높은 평가를 받지만, 외형에 대한 충격은 여전하다. 고급 식재료임에도 조개가 아닌 ‘무언가 다른 것’을 연상시키는 그 생김새는,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당혹감을 안기기 충분하다.

코끼리조개는 종종 왕우럭조개나 우럭조개와 혼동되기도 한다. 왕우럭조개는 수관이 더 거칠고 검은색이며, 껍데기에도 해조류가 붙는 경우가 많다. 주산지도 코끼리조개가 동해안 위주인 반면 왕우럭조개는 남해가 중심이다. 이름과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종이다. 일반적인 우럭조개도 같은 과에 속하긴 하지만 흔하게 서식하며 크기도 상대적으로 작고, 가격도 저렴해 구별이 가능하다.
외형은 충격적이지만, 그 속에 담긴 맛과 영양, 그리고 희소성 덕분에 코끼리조개는 여전히 국내 고급 수산물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평범한 조개와는 확연히 다른 외형이 오히려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한번 맛본 이들 사이에선 '외형과 맛이 정반대인 조개'라는 평을 얻고 있는 코끼리조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