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서 한국에만 서식... 그런데 멸종할지도 모르는 슬픈 한국 물고기

2025-04-23 08:38

add remove print link

이름에 상어가 들어가지만 상어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한국 물고기

돌상어 / '딩가딩가 스튜디오' 유튜브
돌상어 / '딩가딩가 스튜디오' 유튜브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강 상류의 하천. 자갈 사이로 민첩하게 움직이는 작은 물고기가 있다. 돌상어. 이름에 ‘상어’가 들어가지만 바다를 누비는 무시무시한 포식자와는 전혀 다른 귀여운 상어다. 돌상어는 한국의 청정 하천에서만 만날 수 있는 민물고기다. 독특한 생김새와 생태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작은 생명체는 사람들의 보호가 절실한 멸종위기종이다. 한때 식탁에 올랐지만 지금은 절대 먹어선 안 되는 존재다. 돌상어의 모든 것을 들여다봤다.

돌상어는 잉어과 꾸구리속에 속하는 민물고기다. 오직 한국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이다. 한강, 임진강, 금강의 상류와 같은 맑고 빠른 여울에서 살아간다. 몸길이는 10~15cm 정도다. 작지만 민첩한 움직임이 돋보이는 물고기다. 몸은 약간 길고 앞부분은 원통형으로 굵지만, 배는 평평하고 뒤로 갈수록 납작해진다. 머리는 위아래로 납작하고 주둥이는 뾰족하게 돌출돼 있다. 체색은 황갈색 또는 옅은 노란색이다. 등 쪽에는 흐릿한 암색 반점이 불분명하게 퍼져 있다. 특히 4쌍의 짧은 입수염과 작은 눈이 머리 중앙보다 약간 위쪽에 위치한 모습은 돌상어의 독특한 매력 포인트다. 가슴지느러미, 등지느러미, 꼬리지느러미에는 무늬가 없어 같은 속의 꾸구리와 구분된다. 꾸구리 지느러미에 무늬와 몸 뒷쪽에 세로 줄무늬가 있지만 돌상어에겐 이런 장식이 없다.

돌상어는 유속이 빠르고 자갈이나 굵은 모래가 깔린 하천 상류를 선호한다. 이곳에서 깔따구, 하루살이, 날도래 같은 수서곤충의 유충을 주로 먹으며 살아간다. 산란기는 4~5월. 자갈 틈에 알을 낳는다. 알에서 부화한 치어는 3년 정도 지나면 10~15cm로 성장해 성어가 된다. 돌상어 몸은 여울 바닥에 밀착하기에 최적화돼 있다. 자갈 사이를 재빠르게 오가며 외부 위협을 피한다. 이런 생태적 특성 덕분에 쉽게 잡히기도 한다.

'생명 공존 프로젝트 '사라져가는 민물고기' / 돌상어'란 제목으로 '딩가딩가 스튜디오' 유튜브 채널에 올라와 있는 영상.

과거 돌상어는 한강, 임진강, 금강의 중상류 지역에 널리 퍼져 있었다. 전북 무주, 충남 금산, 경북 영동 같은 지역에서 특히 흔했다. 이 시기 돌상어는 단순한 물고기가 아니라 지역 문화의 일부였다. 봄꽃, 특히 진달래가 필 무렵 하천 여울에서 많이 잡혔기 때문에 ‘꽃고기’나 ‘꽃괘기’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영동 지방에서는 진달래 철에 잡힌 돌상어가 겨울 동안 먹이를 먹지 않아 배가 비어 있어 회로 먹기에 적합하다고 여겼다. 돌상어를 얇게 썰어 신선한 회로 즐기는 풍습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소박한 별미였다. 이런 식용 문화는 돌상어의 개체수 감소와 함께 점차 사라졌다.

돌상어는 2005년 2월 환경부에 의해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됐다. 돌상어의 서식지가 급격히 줄어들고 개체수가 감소한 현실을 반영한 조치였다. 하천 공사, 댐 건설, 수질오염 같은 인위적 요인으로 서식 환경이 파괴됐다. 특히 하천 정비와 토목공사로 여울 지역이 훼손되면서 돌상어가 숨을 곳과 먹이를 찾을 곳이 줄었다. 현재 돌상어는 임진강, 홍천강, 섬강, 남한강, 금강의 일부 상류 지역에 제한적으로 분포한다. 무주군 무주읍 방우리나 내도리 같은 금강 본류의 여울부에서도 소수의 개체만 관찰된다. 수질오염에 민감한 돌상어는 깨끗한 물에서만 생존할 수 있기에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

돌상어 /     '딩가딩가 스튜디오' 유튜브
돌상어 / '딩가딩가 스튜디오' 유튜브

멸종위기종 지정 이후 돌상어는 법적으로 보호받는다. 허가 없이 포획하면 처벌받을 수 있으다. 돌상어 서식지에선 낚시도 자제해야 한다. 만약 돌상어나 비슷한 물고기를 잡았다면 즉시 방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돌상어가 보호종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환경 보호에 대한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 돌상어는 수조 사육도 어려운 종이다. 빠른 물살과 수서곤충을 먹는 특성 때문에 일반적인 수족관 환경에서는 생존이 힘들다.

돌상어의 이름은 그 기원부터 흥미롭다. 모래무지에서 이름이 비롯됐다. 모래무지는 모랫바닥에서 사는 습성 때문에 ‘사어(沙魚)’로 불렸는데, 조선 시대에는 한자 앞에 이응 발음이 붙어 ‘상어’로 읽혔다. 돌상어는 모래무지와 외형이 비슷하지만 돌이 많은 여울에 산다는 점에서 ‘돌상어’란 이름이 붙었다.

당연하겠지만 돌상어와 관련한 언론 보도는 주로 보존 노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돌상어 같은 고유종의 서식지 복원과 개체수 회복을 위해 연구를 진행 중이다. 환경부가 발간한 ‘한눈에 보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자료에 따르면, 돌상어는 하천공사와 환경 약화로 분포역과 개체수가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다.

돌상어 /  '딩가딩가 스튜디오' 유튜브
돌상어 / '딩가딩가 스튜디오'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