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사들이 해냈다. 매우 간단히 '치매' 일찍 알아내는 방법
2025-04-22 14:13
add remove print link
혈액 한 방울로 치매의 비밀을 풀다
유전자 발현으로 밝혀낸 알츠하이머의 조기 신호
생각만 해도 무서운 치매, 이제 좀 더 빨리 알아챌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내 연구진이 알츠하이머병의 조기 진단 가능성을 제시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박영호 교수 연구팀은 혈액 속 유전자 발현 패턴을 분석해,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알츠하이머병을 조기에 판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알츠하이머병은 기억력 감퇴와 판단력 저하, 행동 장애 등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이다.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적으로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알츠하이머병 환자 수 또한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많은 환자들이 병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에야 진단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조기 진단이 어려워 치료 개입의 적기를 놓치는 사례가 빈번하다.

알츠하이머병은 아직 완치법이 없는 만큼, 예방과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 연구는 보다 정확하고 접근성 높은 조기 진단법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며, 국내 의료계뿐 아니라 글로벌 치매 연구 분야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로 평가된다.
현재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진단 방법으로는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검사나 뇌척수액 분석이 사용된다. 하지만 이들 방식은 고가이며, 침습적이거나 전문 장비를 필요로 해 일상적인 검진 도구로 활용하기엔 제약이 크다. 이에 따라 간편하고 접근성 높은 진단 기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박 교수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환자 523명의 혈액 샘플을 수집해 유전자 발현 변화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특히 조기 발병군과 후기 발병군으로 나눠 각각의 유전자 발현 양상을 비교함으로써 질환의 발병 시점에 따른 생물학적 차이를 규명하고자 했다.
분석 결과, 조기 발병 알츠하이머 환자에게서는 총 18개의 유전자가 정상인과 다른 패턴을 보였으며, 후기 발병 환자에게서는 88개의 유전자가 차이를 나타냈다. 특히 후기 발병군에서 ‘SMOX’와 ‘PLVAP’ 유전자의 활성도가 정상인에 비해 현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후기 발병군에서는 뇌세포의 에너지 조절 기능, 손상된 단백질 제거 기전, 세포 내 자가포식(autophagy)과 같은 ‘청소 시스템’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향이 확인됐다. 이는 알츠하이머병의 병리적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있어 새로운 단서를 제공할 수 있는 결과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 진단 패러다임의 전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혈액이라는 간편한 샘플을 통해 질병 발병 여부를 조기에 파악할 수 있다면, 치료 시작 시기를 앞당기고 더 나아가 개인별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에도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영호 교수는 “혈액 기반 유전자 발현 정보를 통해 알츠하이머병의 진행과 관련된 생물학적 경로를 규명하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질환의 조기 진단뿐만 아니라, 향후 치료 타깃 발굴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향후 대규모 임상 검증과 함께 실제 진단 기술로의 적용 가능성을 면밀히 살펴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