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묻힐 뻔한 곡인데…조용필을 지금의 국민가수로 만든 뜻밖의 '노래'
2025-04-2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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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의 숨겨진 명곡, 탄생 비화
KBO 리그 단독 2위를 질주 중인 한화 이글스와 더불어, 시즌 초반 가장 뜨거운 상승세를 보이는 팀이 있다. 바로 '부산 갈매기'의 팀 롯데 자이언츠다. 최근 10경기에서 8승 2패라는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며 부산 야구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롯데는 선수단의 기량, 벤치의 전략 그리고 팬들의 열정까지 삼박자가 어우러진 팀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롯데 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것이 있다. 바로 응원가다. 그중에서도 팬들의 뜨거운 목소리로 울려 퍼지는 대표적인 노래는 단연 '돌아와요 부산항에'다.

젊은 팬들 중 많은 이들이 이 노래를 경기장에서 목청껏 따라 부르지만, 이 곡이 가왕 조용필을 국민가수 자리에 올려놓은 결정적 노래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오늘날 부산을 상징하는 곡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이 노래가 한때 조용히 묻힐 뻔했던 운명을 뒤집고 기적처럼 다시 태어난 곡이라는 반전 사실을 아는 이도 그리 많지 않다.
1969년 작곡가 황선우가 만든 원곡은 원래 '돌아와요 부산항에'였다. 하지만 충무 출신 가수 지망생 김해일의 제안으로, 지역의 문화 지원을 기대하며 제목은 '돌아와요 충무항에'로 바뀌었고, 김해일 본인이 가사를 써서 직접 불러 음반으로 발표됐다. 하지만 이 곡은 세상에 거의 알려지지 못했고, 김해일은 이후 군 입대 중 휴가를 나왔다가 대연각 호텔 화재 참사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당시 유족들은 김해일의 음반을 회수했고 그렇게 이 곡 역시 함께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몇 년 후 황선우 등의 노력을 통해 이 곡은 다시 세상에 나오게 된다. 황선우는 좋은 곡이 그렇게 묻히는 것이 안타까워 다시 꺼내 들었고, 김트리오 멤버였던 무명 시절의 조용필에게 곡을 맡긴다. 원래 제목이었던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되돌리고 일부 가사를 손본 뒤 1972년 조용필의 목소리로 발표됐지만, 이 역시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 시기 버전은 '돌아와요 해운대에'로 불리기도 하는데, 가사에 해운대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진짜 반전은 1976년에 일어났다. 조용필이 곡을 빠른 템포로 재편곡하고, 독집 앨범에 수록하며 다시 발표한 이 버전이 전국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특히 당시 재일교포들의 모국 방문이 한창이던 시기와 곡의 정서가 맞물리면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감정을 자극했다. 사랑 노래였던 곡은 그 순간부터 한국인의 집단 정서를 담은 노래로 탈바꿈했다.
다만 이 곡에는 법적 논란도 뒤따랐다. 2004년 '스펀지'를 통해 이 곡에 대한 이야기가 방송에 나간 후 유족이 가사 표절 소송을 제기했다. 이 곡은 황선우가 작곡 겸 작사가로 기재돼 있지만, 가사 일부분은 과거 김해일이 작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서부지법은 일부 표절을 인정해 황선우가 유족에게 3천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고, 이후 양측 합의로 사건은 마무리됐다. 작사자 이름은 지금도 황선우 단독으로 남아 있지만, 이 곡에는 김해일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러한 논란과는 별개로 조용필은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통해 비로소 대중 앞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확실하다. 미8군 무대에서 음악 인생을 시작한 조용필이었지만 이 곡을 통해 히트곡 가수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1980년 발표한 정규 1집 '창밖의 여자'로 또 한 번 대중적 신드롬을 일으키긴 했지만, 그 이전에 이미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전국적인 인기를 얻으며 확고한 입지를 다진 조용필이다.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그렇게 다시 '돌아와' 조용필을 바꾸고, 한국 가요사를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은 '돌아와요 부산항에' 가사 전문이다.
꽃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형제떠난 부산항에 갈매기만 슬피우네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마다
목메어 불러봐도 대답없는 내 형제여
돌아와요 부산항에 그리운 내 형제여
가고파 목이메어 부르던 이 거리는
그리워서 헤메이던 긴긴날의 꿈이였지
언제나 말이없는 저 물결들도
부딪쳐 슬퍼하며 가는길을 막아섰지
돌아왔다 부산항에 그리운 내 형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