큼지막하고 의외로 맛있다는데 한국인들은 거들떠도 안 보는 물고기

2025-04-22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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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를 떠서 튀겨 먹으면 비린내도 없고 맛있다는 한국 물고기

누치 / '견지낚시 수달TV' 유튜브 영상 캡처
누치 / '견지낚시 수달TV' 유튜브 영상 캡처

맑은 강물이 자갈 위를 굽이치며 흐르는 한강 상류. 그 속에서 은빛 비늘을 반짝이며 헤엄치는 물고기가 있다. 누치. ‘눈치’라는 별칭으로 더 친숙한 누치는 한국의 강과 호수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토종 어종이다. 잉어과에 속하지만 잉어보다 날렵한 이 물고기는 맛이 나쁘지 않음에도 한국인의 식탁에서 좀처럼 주인공이 되지 못한다. 누치의 모든 것을 파헤쳐본다.

누치 / '견지낚시 수달TV' 유튜브 영상 캡처
누치 / '견지낚시 수달TV' 유튜브 영상 캡처

누치는 척삭동물문 조기강 잉어목 잉어과 누치속에 속하는 민물고기다. 몸길이는 보통 20~30cm지만, 큰 개체는 50cm, 심지어 70cm까지 자란다. 몸은 길고 뒤쪽으로 갈수록 옆으로 납작하며, 머리는 뾰족하다. 은백색 바탕에 등은 암갈색, 배는 회색빛을 띤다. 특히 어린 누치는 몸 양쪽에 검은 반점이 뚜렷하지만 성장하면서 이 반점은 흐려진다. 입술은 두껍다. 입가에 한 쌍의 수염이 달려 있다. 등지느러미에는 단단한 가시가 있어 다룰 때 조심해야 한다. 빛을 받으면 반짝이는 반사띠가 희미하게 드러나는 덕분에 관상어로도 잠재력이 있다.

누치는 한국의 거의 모든 강과 호수에 서식한다. 한강, 금강, 낙동강, 섬진강 등 큰 하천뿐 아니라 내린천 같은 상류 계곡에서도 흔히 발견된다. 모래나 자갈이 깔린 맑은 물을 좋아하며, 주로 바닥 근처에서 헤엄친다. 상류의 깨끗한 환경을 선호하긴 하지만 수질 변화에 적응력이 강해 한강 하류처럼 수질이 다소 나쁜 곳에서도 낚시에 걸려들곤 한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중국, 베트남의 민물에서도 서식한다. 육식성에 가까운 잡식성이다. 물속 곤충, 실지렁이, 갑각류를 주로 먹지만 돌에 붙은 미생물도 뜯어먹는다. 이런 식성은 누치의 머리와 주둥이 모양에도 반영된다. 윗턱이 아랫턱보다 길고, 머리는 쟁기처럼 납작해 바닥을 뒤지며 먹이를 찾기에 적합하다.

누치는 5월쯤 산란기를 맞는다. 암컷 한 마리가 모래나 자갈 바닥에 알을 낳으면 여러 수컷이 소란스럽게 따라다니며 수정한다. 알은 피라미, 갈겨니, 끄리 같은 다른 물고기들에게 쉽게 먹히곤 한다. 살아남은 알은 수온 23도에서 67~95시간 만에 부화한다. 새끼는 8mm 정도로 작다. 부화 5일 후 난황을 흡수하고, 70mm 정도로 자라면 성어와 비슷한 모습을 갖춘다. 어린 누치는 왜가리나 백로에게, 성체는 물수리나 수달에게 먹히는 등 천적도 많다. 그럼에도 누치는 강한 생존력으로 한국 강의 주요 어종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울산 태화강 상류에서 연어의 알을 먹어치우는 물고기로도 잘 알려졌다.

누치는 예로부터 식용으로 사용됐다. 특히 한강에서의 배견지 낚시는 유명하다. 배를 타고 깻묵 가루가 든 밑밥 주머니를 물속에 담그거나, 강 상류에서 물속에 들어가 채비를 흘리며 누치를 낚는다. 훌치기 낚시도 인기 있는 방법이다.

누치의 맛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낚시꾼들 사이에서 누치는 제법 맛있는 물고기로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비린내가 심하고 맛이 없다는 사람도 많다. 이렇게 평가가 엇갈리는 까닭인지 요리로 즐기는 이는 많지 않다. 가시 때문이다. 누치는 가시가 많아 손질이 까다롭다. 이로 인해 구이, 찜 같은 일반적인 생선 요리로는 잘 쓰이지 않는다. 매운탕으로 끓여도 맛이 썩 좋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맛이 나쁘지 않음에도 이 같은 이유로 누치는 대중적인 식재료로 이용되지 못하고 있다.

어죽으로 요리하면 가시 문제를 어느 정도 피할 수 있기에 주로 어죽으로 조리된다. 어죽은 누치의 담백한 맛을 잘 살려준다. 포를 떠서 튀김가루를 발라 튀기면 맥주 안주로도 제법 훌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네티즌은 “어머니 말씀으론 소금을 뿌려서 숙성하면 살에서 물기가 빠져서 살이 탄탄해져서 먹기 좋다고 하더라. 소금의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잡내랑 비린내가 전혀 없어서 가시만 조심해서 먹으면 좋을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한 누리꾼은 다음과 같은 요리 후기를 올리기도 했다.

“내장을 제거한 누치를 세 등분한 후 칼집을 넣고 굵은 소금을 뿌려 락앤락 통에 넣고 냉장고에서 숙성해 약 6일 후에 조림으로 먹었습니다. 가시가 사람 인(人)자 모양으로 많긴 했지만 살이 많고 의외로 비린내가 하나도 없어서 먹을 만했습니다. 식감은 고등어 등부위 살이랑 비슷합니다. 담백하고 느끼하지 않고 따로 잡내가 없습니다. 여자친구에게도 3마리 중에 1.5마리 정도 분량을 소금간을 해서 보냈는데 맛있게 잘 먹었다고 하더군요.”

겨울에 잡힌 누치는 회로도 먹긴 한다. 맛은 숭어회와 비슷하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누치를 생으로 먹는 것은 위험하다. 누치는 간디스토마라는 기생충의 숙주다. 자연산 담수어 중 감염률이 거의 100%에 달한다. 간디스토마는 인체에 심각한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기에 생식은 절대 피해야 한다.

누치는 수조 사육에도 적합한 어종이다. 초보자도 쉽게 기를 수 있다. 일주일 정도 적응 기간을 거치면 다양한 먹이를 잘 먹는다. 바닥 근처에서 활동하며, 수면 위로 올라와 먹이를 낚아채는 일은 드물다. 따라서 다른 어종과 함께 기를 때는 먹이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수조에서는 성장 속도가 느려 부담이 적다. 은빛 비늘과 큰 눈, 온순한 성격으로 인해 관상어로도 매력적이다.

'맛 없다고 소문나 아무도 먹지 않는 생선 누치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란 제목으로 '채니아빠'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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