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레 우리 곁 떠났던 배우의 '유작'…오늘(23일) 넷플릭스 공개됐다

2025-04-23 12:26

제도의 맹점을 파고든 청년 사업가의 비극 다룬 작품

배우 송재림의 마지막 출연작이자 유작인 영화 '폭락'이 23일 넷플릭스를 통해 새롭게 공개됐다.

영화 '폭락' 스틸컷.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난 배우 고(故) 송재림. / 무암 제공

지난해 11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고(故) 송재림은 생전 이 작품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했으며, 촬영 당시 가상화폐와 관련된 뉴스에 대해 누구보다 해박한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같이 대본을 검토하고 대사 수정을 제안할 정도로 몰입해 온 작품이자 그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영화라는 점에서 더욱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폭락'은 실화를 기반으로 한 픽션이다. 2022년 실제로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렸던 루나·테라 코인 사태를 모티브로 한 한국 최초의 가상화폐 폭락 영화다. 영화는 막대한 시세 조작과 무분별한 투자가 만들어낸 대참사의 본질을 파고들며, 스타트업 투자와 한탕주의에 물든 젊은 세대의 현실을 날카롭게 비춘다. 특히'청년 사업가인가, 사기꾼인가'라는 경계에 선 인물을 중심으로 도덕적 딜레마와 추락의 과정을 그려낸다.

송재림이 연기한 주인공 양도현은 대치동으로 위장전입한 흙수저 출신으로, 정부 창업지원 제도의 맹점을 파고들어 고의 부도와 폐업을 반복하며 돈을 벌기 시작한다. '나랏돈은 망해보라고 주는 눈먼 돈'이라는 대사처럼, 그는 제도의 허점을 정확히 읽어내고 악용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이어간다. 그러던 중 양도현은 직접 가상화폐 '마미'를 개발하고, 수익의 중독성과 권력의 유혹 속에 점점 깊이 빠져든다. 그가 어떤 방식으로 무너지고, 또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는 영화의 핵심 서사다.

영화 속 양도현 캐릭터는 현실 속 루나 사태 핵심 인물인 권도형 씨를 연상케 하지만, 제작진은 "실제 인물과는 무관한 창작 캐릭터"라고 선을 그었다. 설정상 출생지, 학벌, 가족 관계 등이 다르게 구성돼 있으며, '권도형 평전'이 아닌 제도적 맹점과 개인 탐욕의 결합을 다룬 사회 고발물에 가깝다. 실제 권 씨는 대원외고를 졸업하고 스탠퍼드 대학에서 컴퓨터 과학을 전공한 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한국으로 돌아와 회사를 창업했다. 현재 미국 법원은 그에게 증권·통신사기 등 총 8개 혐의로 최고 130년형까지 가능한 중범죄를 적용하고 있다.

송재림 외에도 여러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약해 온 안우연, 민성욱, 소희정, 차정원 등이 '폭락'에 출연했다. 감독은 시사교양 PD 출신 현해리로, 드라마 '계약직만 9번한 여자'로 칸 드라마 페스티벌에서 주목받았던 연출가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하되, 인물의 심리와 감정을 중심으로 풀어내는 방식으로 서사를 구축했다.

'폭락'은 자본 흐름이 어떻게 신념을 집어삼키고, 제도가 어떻게 탐욕의 통로로 변질되는지를 정면으로 그린다. 송재림은 작품 속에서 단순한 탐욕가가 아니라, 점차 무너져가는 인간 양도현의 복합적인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특히 양도현이라는 캐릭터는 '마미' 코인 출시 이후, 자신이 만든 허상이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자괴와 광기의 경계를 넘나 드는 모습을 신랄하게 보여줘 소름을 유발한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실화 모티브나 시사성 때문이 아니다. 송재림이라는 배우의 마지막 연기가 온전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는 생전 이 캐릭터를 준비하며 실제 코인 뉴스, 금융 사기 관련 사례를 탐독했고, 누구보다 캐릭터에 밀착된 태도를 유지했다. 제작진은 "그가 아니었다면 양도현이란 인물은 이토록 입체적으로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폭락'은 현실을 반영한 픽션이자, 송재림의 배우로서의 마지막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한 편의 기록이다. 비록 그는 떠났지만, 그가 남긴 질문과 연기는 스크린을 통해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다.

'폭락'은 지금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