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 단위... 구글이 매년 엄청난 거액을 삼성전자에 지급하는 이유
2025-04-22 11:09
add remove print link
구글 반독점 재판에서 드러난 사실

구글이 삼성전자 기기에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를 탑재하기 위해 삼성에 상당한 금액을 지급하고 있다는 사실이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 진행된 반독점 재판에서 드러났다.
구글의 인터넷 검색 시장 독점 행위를 조사하는 미 법무부의 소송의 일환으로 21일(현지시각) 열린 재판에서 미 법무부는 구글이 제미나이를 통해 검색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미 법무부는 구글이 삼성전자에 매달 ‘막대한 금액’을 지급해 갤럭시폰 등 삼성 기기에 제미나이를 사전 설치하도록 유도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구글의 이런 행위가 AI 기술을 활용해 검색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전략의 일부라고 봤다. 구체적인 지급 금액은 재판에서 공개되지 않았지만, 법무부는 구글의 재정적 지원 규모가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구글 플랫폼 및 기기 파트너십 부사장인 피터 피츠제럴드는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삼성전자와의 계약 내용을 밝혔다. 그는 구글이 지난 1월부터 삼성 기기에 제미나이를 탑재하기 위해 비용을 지급하기 시작했다고 확인했다. 이 계약은 최소 2년간 유효하며 2028년까지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 피츠제럴드는 계약 조건에 따라 제미나이가 설치된 각 기기에 대해 매달 고정 금액을 지급하고, 제미나이 앱 내 광고 수익의 일정 비율을 삼성에 배분한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구글의 이런 설치 비용 지급 관행이 이미 두 차례 불법으로 판결받았다고 지적했다. 2023년 에픽게임즈가 제기한 소송에서 구글은 삼성 기기에 구글 검색 엔진과 플레이스토어를 기본 설치하기 위해 4년간 80억 달러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법원은 구글의 행위가 반독점법을 위반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지난해 검색 시장 반독점 소송에서도 미 법원은 구글이 삼성에 기본 검색 엔진 설정을 위해 비용을 지급한 관행이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삼성전자와 구글의 협력은 제미나이 탑재를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8일 삼성전자 글로벌 뉴스룸은 구글 클라우드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삼성의 가정용 AI 로봇 발리(Ballie)에 제미나이를 통합한다고 발표했다. 발리는 제미나이의 다중 모달 기능을 활용해 음성, 영상,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며, 사용자에게 맞춤형 응답을 제공한다. 삼성은 지난해 1월 갤럭시 S24 시리즈에 제미나이 프로와 이미지 생성 모델인 이마젠(Imagen) 2를 도입하며 구글과의 AI 협력을 강화한 바 있다.
구체적인 지급 금액은 비공개지만, 업계 추정에 따르면 구글의 삼성에 대한 연간 지급액은 수십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 2023년 에픽게임즈 소송에서 밝혀진 80억 달러(4년 기준, 연간 약 20억 달러)를 바탕으로, 제미나이 관련 계약도 비슷하거나 더 큰 규모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비즈니스 타임스는 구글의 지급 방식이 기기당 고정 금액과 광고 수익 공유를 결합한 구조라고 전했다.
구글은 법무부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며, AI를 통한 시장 지배력 확대 의혹은 이번 소송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주장했다. 구글 측은 제미나이 탑재가 소비자에게 더 나은 AI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협력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구글의 재정적 지원이 삼성과 같은 주요 제조사와의 독점적 파트너십을 유지해 경쟁을 제한한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제미나이 외에도 자체 AI 모델인 가우스(Gauss)를 갤럭시 AI 기능에 통합하며 구글과의 협력을 보완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폴리스는 갤럭시 AI가 제미나이 프로와 가우스를 결합해 사용자에게 유연한 AI 경험을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5 시리즈에서도 제미나이를 기본 AI로 유지하며, 전원 버튼을 길게 눌러 제미나이를 호출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구글의 제미나이 전략은 삼성 외 다른 제조사로도 확장되고 있다. 구글 블로그는 지난해 8월 제미나이가 45개 언어와 200개 이상 국가에서 지원되며, 삼성전자의 갤럭시 Z 폴드6와 모토로라 레이저+ 등 다양한 안드로이드 기기에 통합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7일 머니컨트롤은 모토로라가 퍼플렉시티 AI와 파트너십을 맺고 제미나이를 대체할 가능성을 보도하며, 삼성전자도 퍼플렉시티와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미 법무부는 구글의 AI 중심 전략이 검색 시장뿐 아니라 AI 시장에서도 경쟁을 억제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