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붕괴...신규 개업 1000명 아래로 떨어졌다는 '국민 자격증'
2025-04-2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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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처음으로 1000명 아래로 추락
부동산 거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한때 ‘국민 자격증’으로 불리던 공인중개사 시장 전반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특히 올해 3월 신규 개업 공인중개사 수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처음으로 1000명 아래로 떨어지며 이른바 '붕괴' 수준의 감소세를 보였다.

22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새롭게 개업한 공인중개사는 총 92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공인중개사 개업자 수를 월별로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3월 개업자가 1000명 미만으로 내려간 사례다.
통상 3월은 봄철 이사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로, 신규 중개사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성수기’로 간주돼 왔다. 그러나 올해는 부동산 거래 부진이 이어지면서 개업 수요조차 예년과 비교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3월 누적 기준으로 신규 개업 공인중개사 수는 총 2720명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3000명 선이 무너졌다. 매년 같은 기간 4000명 이상이 개업에 나섰지만, 지난해(3837명) 처음으로 4000명 아래로 떨어졌다.
개업보다 폐업이 많아지며 전체 개업 중개사 수 역시 감소세가 뚜렷하다. 지난달 기준 전국의 개업 공인중개사 수는 11만 1613명으로, 2023년 2월 이후 25개월 연속 전월 대비 감소를 기록 중이다.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응시자 수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시험에는 15만 4669명이 응시했는데, 8년 만에 가장 적은 수치다. 응시자 수가 20만 명 미만으로 내려간 것은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자격증 자체에 대한 선호도도 뚜렷이 하락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 같은 감소세의 핵심 배경에는 부동산 시장의 장기 불황이 자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부동산 거래량은 총 100만 6019건으로, 전년 110만 2854건 대비 8.8% 감소했다. 이는 국토부가 실거래가 통계를 집계한 2006년 이후 가장 낮은 연간 거래량이다.

뉴스1에 따르면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대출 규제도 지속되고 있는 데다,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전반적인 부동산 거래량이 크게 줄었다”며 “임대차 시장 역시 공급 물량 부족으로 인해 중개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금 이 상가에 있는 부동산 숫자보다 거래가 더 적은 수준”이라며 “한 달 내내 단 한 건의 계약도 못 하는 중개사도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폐업을 고려하고도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해 자리를 유지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지난해 12월에는 1472명이 공인중개업을 폐업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폐업 수치마저 낮아졌다. 1월 852명, 2월 956명, 3월 1028명으로 매달 폐업 규모가 1000명 안팎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협회 측은 “폐업을 원해도 사무실이 나가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버티는 경우가 많다”며 “대출 문제, 세제 환경, 경기 전반의 침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단기적인 처방으로는 해결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은 한때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40~50대 은퇴자들과 부업을 원하는 직장인들에게 가장 선호되는 국가자격증 중 하나였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전반의 유동성이 축소되면서 진입 수요뿐 아니라 생존 가능성까지 불확실해진 현실이, 자격증의 미래를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