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무덤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언 공개됐다
2025-04-2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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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에 장식 없이 간소한 곳에 묻어달라”
AP통신과 AFP통신의 이날 보도에 따르면,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2년 6월 29일 작성한 유언에서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 지하에 장식 없는 무덤에 안장되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유언에서 교황은 “나의 세속적 삶의 일몰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영원한 삶에 대한 희망과 함께 매장 장소에 대해 유언을 남긴다”며 “나의 육신이 부활의 날을 기다리며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서 쉬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뉴욕타임스는 교황이 유언에서 무덤의 위치를 구체적으로 지정했으며, 도표를 첨부해 이를 명확히 했다고 보도했다. 교황은 무덤이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 내 폴린 예배당 근처에 위치해야 하며, ‘로마 시민의 구원자(Salus Populi Romani)’ 성모 마리아 성화와 가깝기를 원했다. 무덤은 지하에 있어야 하며, 화려한 장식 없이 라틴어 교황명 ‘Franciscus’만 비문에 새겨져야 한다고 요청했다. 교황은 장례 비용이 익명의 후원자를 통해 마련됐다고 밝혔다.
교황은 유언에서 “나를 사랑하고 나를 위해 기도할 이들에게 보상을 주시기를” 주에게 요청했다. 교황청은 21일 저녁, 바티칸 내 산타 마르타의 집 예배당에서 케빈 파렐 추기경이 주재한 입관식이 거행됐다고 발표했다. 교황의 시신은 백색 카사크와 주교관을 착용한 채 목관에 안치됐다. 이르면 오는 23일 오전 성베드로 대성당으로 옮겨져 일반 조문이 시작된다.
교회 관례에 따르면, 교황의 장례는 선종 후 4~6일 이내에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치러진다. 교황청 대변인은 장례식이 4월 25~27일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장례는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조문 후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으로 시신이 옮겨져 안장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22일 추기경단 회의에서 장례와 콘클라베(차기 교황 선출 비밀회의) 준비가 논의된다.
BBC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100여 년 만에 바티칸 외부에 안장되는 첫 교황이며,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안장되는 것은 1669년 클레멘스 9세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 성당은 교황이 깊이 사랑한 곳으로, 2013년 즉위 직후 방문해 성모 마리아 성화 앞에서 기도했으며, 사도적 순방 전후로 이곳을 찾았다.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교황이 생전 이 성당을 “영적 안식처”로 여겼다고 보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장례와 안장 규정을 개정했다. 올해 승인된 ‘로마 교황 장례 전례서’는 시신을 삼중관(목재, 납, 목재) 대신 아연 안감이 있는 단일 목관에 안치하며, 공개 전시를 생략하고 관 뚜껑을 연 상태로 조문을 받도록 했다. 라 레푸블리카는 이를 교황의 간소한 장례 철학을 반영한 조치라고 보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전 88세로 선종했다. 교황청은 사인을 뇌졸중과 회복 불가능한 심부전으로 발표했다. 교황은 지난 2월 14일부터 로마 젬멜리 병원에서 폐렴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으며, 지난달 23일 퇴원해 활동을 재개했다. 선종 전날 부활절 미사에서 성베드로 광장에 휠체어로 나타나 신자들에게 축복을 전했다. 안젤로 코마스트리 추기경이 대독한 메시지에서 교황은 가자지구 전쟁의 휴전과 인질 석방을 촉구했다.
이날 오후 7시 30분(한국시각 22일 오전 2시 30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마우로 감베티 추기경이 주도한 묵주기도가 열렸다. LA타임스는 교황이 이민자, 성소수자, 가난한 이들을 포용하며 교회를 열린 공동체로 만들려 했다고 전했다. 안사 통신은 교황의 선종에 아르헨티나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가 7일간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