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는 약'으로 유명한 위고비보다 더 강력하다는데…새로운 약의 정체는?
2025-04-21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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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 없이 끝내는 당뇨와 비만 치료
먹는 약으로 바뀌는 체중 관리의 미래
비만과 당뇨를 함께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경구용 치료제가 개발되며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가 개발 중인 ‘오포글리프론’(Orforglipron)은 최근 3상 임상시험에서 유의미한 체중 감소와 혈당 조절 효과를 입증하며, 향후 비만 치료의 새로운 대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일라이 릴리는 지난 17일(현지시각) 오포글리프론의 3상 임상시험 ‘ACHIEVE-1’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이 약물은 2형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40주간의 투약 시험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입증했다. 오포글리프론은 기존의 주사형 GLP-1 계열 치료제인 위고비(Wegovy), 젭바운드(Zepbound)와 같은 효과를 보이면서도, 먹는 형태로 개발되어 보다 편리한 대체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GLP-1(Glucagon-Like Peptide-1)은 혈당 조절에 관여하는 호르몬으로, 식후 소장에서 분비되어 인슐린 분비를 돕고 식욕을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본래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되던 이 성분은, 최근 식욕 억제 및 체중 감소 효과가 밝혀지며 비만 치료제로서의 가능성도 주목받아 왔다. 오포글리프론은 이 GLP-1 수용체에 작용하는 저분자 경구용 약물로, 주사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던 환자들에게 보다 쉽게 접근 가능한 치료 대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임상시험에서는 총 559명의 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오포글리프론을 하루 한 번씩, 3㎎, 12㎎, 36㎎의 세 가지 용량으로 복용하도록 했으며, 위약(가짜 약) 그룹도 함께 비교군으로 설정되었다. 40주간의 투약 결과, 가장 높은 용량을 복용한 그룹은 평균 7.3㎏, 즉 체중의 7.9%를 감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12㎎ 복용군과 3㎎ 복용군에서도 각각 평균 6.1%, 4.7%의 체중 감소가 관찰되었다. 반면 위약 그룹은 평균 1.3㎏, 즉 1.6%의 체중만 감소하는 데 그쳤다.
혈당 조절 효과 또한 뚜렷했다. 당화혈색소(A1C) 수치는 오포글리프론 복용군에서 1.3~1.6% 감소한 반면, 위약군에서는 0.1%의 감소에 불과했다. 이는 통계적으로도 명확한 차이를 보여, 해당 치료제가 혈당 조절에도 탁월한 효능을 지녔음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 주사형 비만 치료제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경쟁사인 화이자와 암젠이 경구용 GLP-1 치료제 개발을 중단한 상황에서, 오포글리프론의 긍정적인 임상 결과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의료계에서는 경구 투약의 편의성 덕분에 복약 순응도가 높아지고, 장기적인 체중 관리에도 유리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먹는 형태의 GLP-1 계열 치료제는 당뇨병 치료제인 노보 노디스크의 ‘리벨서스’만이 허가된 상태다. 비만 치료 목적으로 허가된 경구용 약물은 없기 때문에, 오포글리프론이 만약 승인받게 된다면 최초의 경구용 비만 치료제로 시장에 등장하는 셈이다.
일라이 릴리는 올해 말까지 오포글리프론을 체중 감량 목적으로 허가 신청할 예정이며, 이후 당뇨병 치료제 허가도 순차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오포글리프론이 오는 2026년 이후 본격적인 시장 진입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단순한 약물 효과를 넘어, 비만 치료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읽히고 있다. 장기적으로 비만과 당뇨의 이중 치료가 가능한 먹는 약물이 상용화된다면, 보다 많은 환자들이 부담 없이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