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비쌌는데... 200g에 8만원으로 가격 폭등한 한국 해산물

2025-04-2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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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엔 가격 더욱 폭등할수도’ 말 나오는 한국 식재료

새조개 / 뉴스1
새조개 / 뉴스1

충남 홍성 남당항은 매년 봄이면 새조개로 활기를 띤다. 샤브샤브로 즐기는 새조개의 부드러운 식감과 깊은 바다의 풍미는 미식가들을 끌어당긴다. 하지만 올해 이곳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기후변화로 인한 고수온 여파로 새조개 어획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새조개 / 뉴스1
새조개 / 뉴스1

새조개는 연체동물문 이매패강에 속하는 최고급 조개다. 주로 서해안의 얕은 연안 모래나 갯벌에서 서식한다. 수온 10~15도에서 가장 잘 자라며, 고수온에 취약해 여름철 20도를 넘는 바닷물에서는 생존이 어렵다. 겨울철 저수온 환경에서 단맛과 감칠맛이 강해져 샤브샤브나 찜 요리에 최적이다. 홍성 남당항에서는 신선한 새조개를 즉석에서 손질해 제공하는데, 그 독특한 식감과 풍미 덕분에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남당항 새조개 축제는 매년 40만 명이 찾는 지역 대표 행사다. 2000년대 초반 시작된 이 축제는 신선한 새조개를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어 전국에서 방문객이 몰려든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71일간 이어진 고수온 특보가 새조개 어획량에 치명타를 입혔다. 높은 수온으로 새조개가 집단 폐사하며 어획량이 예년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여름철 바닷물이 뜨거워져 새조개 60% 이상이 폐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획량 감소는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손질 전 새조개 1kg 가격은 8만 원이었지만, 올해는 14만 원으로까지 치솟았다. 포장 판매 가격도 7만 원에서 12만 원으로 5만 원이나 올랐다. 현재 인터넷에서는 남당항 손질 새조개가 200g에 8만 원에 팔리고 있다.

상인들은 새조개 구하기 힘든 적은 처음이라며 물량이 부족해 손님을 돌려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새조개 축제 주최 측은 축제의 위기를 극복하려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새조개 단일 메뉴 대신 다른 해산물과 결합한 세트 메뉴를 내놨다. 축제 이름을 ‘남당항 새조개와 함께하는 수산물 축제’로 바꿔 다른 수산물로 부족한 물량을 채웠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축제는 계획보다 훨씬 짧게 끝났다. 60일간 진행 예정이던 행사는 22일 만에 조기 종료해야 했다. 축제 초반에는 다른 지역보다 저렴한 가격 덕에 방문객이 유지됐지만 지속적인 물량 부족으로 행사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충남 지역 어업인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소비자는 X에 올린 게시물에서 “작년 수온이 너무 높아 수확량이 없고 가격이 두 배 이상 뛰었다”는 상인의 말을 전하며 주문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이는 새조개 어획량 감소가 지역 상인과 소비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후변화는 새조개뿐 아니라 지역 수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고수온으로 새조개 같은 한류성 어종은 점차 줄어드는 반면 오징어 같은 난류성 어종은 어획량이 늘고 있다. 2023년 충남 해역 오징어 어획량은 3800톤으로, 10년 전보다 5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새조개처럼 지역 정체성과 경제를 대표하는 수산물이 사라지는 것은 단순한 어종 변화로 보상할 수 없는 손실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이 계속된다면 새조개 어획량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새조개는 저수온 환경에서 번성하는 생물이기에 지속적인 고수온은 서식지 자체를 위협한다. 전문가들은 서해안 연안의 수온이 1~2도만 더 상승해도 새조개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지난해 여름 40도 폭염을 예측했던 기후학자들은 올해는 여름 수준의 더위가 4월부터 11월까지 이어질 거라고 전망한 바 있다. 실제로 4월 21일 초여름 날씨가 전국에서 계속되는 등 벌써부터 심각한 무더위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이런 기온 상승은 바다 생태계에도 직격탄을 날리며 새조개 같은 지역 특산물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어민 사이에선 내년 새조개 가격은 올해보다 더 높아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아직 새조개 못 드셔본 분들.." 사는법, 먹는법, 가격까지 싹다 정리합니다>란 제목으로 유튜브 채널 '입질의추억TV'에 올라와 있는 영상.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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