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 적게 쓰고도 커피 맛은 똑같게... 과학자가 제시한 '초간단 방법'
2025-04-2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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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원두 소비 줄일 수 있는 과학적인 방법

기후 변화로 커피 생산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원두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아놀드 마티센(Arnold Mathijssen) 연구팀이 포어오버(pour-over) 커피를 만들 때 원두를 최대 10%까지 덜 써도 풍미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푸어오버 커피는 분쇄된 원두에 물을 붓고 필터로 거르는 방식의 커피 추출 방법이다. 해당 연구는 물리학 저널 ‘유체물리학(Physics of Fluids)’에 최근 게재됐다.
마티센은 “커피 재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앞으로 커피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연구는 원두 사용량을 줄이면서도 커피의 추출 강도를 유지해 같은 맛을 내는 방법을 찾는 데 목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뜨거운 물을 원뿔 모양의 종이 필터에 담긴 커피 가루에 천천히 붓는 포어오버 방식에 초점을 맞췄다.
연구팀이 제시한 방법은 간단하지만 효과적이다. 첫 번째 비결은 물을 천천히 붓는 것이다. 원두가 물에 오래 잠겨 있을수록 더 많은 성분이 추출된다. 하지만 너무 느리게 붓는 것도 문제다. 물을 너무 천천히 부으면 커피 가루가 필터 바닥에 가라앉아 오히려 추출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두 번째 팁은 주전자를 높이 들어 물을 붓는 것이다.
마티센은 “주전자를 높이 들면 중력에 의해 물이 더 강한 에너지를 갖게 된다. 이렇게 하면 커피 가루가 필터 안에서 전체적으로 순환하며 섞인다. 낮은 높이에서 물을 부을 때는 이런 순환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구팀의 실험 결과, 주전자를 필터에서 최대 50cm 높이까지 들어 올리면 커피의 강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다만 주전자를 너무 높이 들면 물줄기가 끊기며 불규칙한 흐름이 생길 수 있다. 이는 커피 가루의 순환을 방해하고 추출 효율을 떨어뜨린다. 게다가 끓는 물을 너무 높은 곳에서 붓는 건 화상 위험도 있다. 마티센은 “합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먼저 천천히 붓는 걸 시도하고, 주전자를 들어 올려 최대한 천천히 부되 물줄기가 끊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방법은 사용하는 커피 종류, 원두 입자 크기, 주전자 종류 등 여러 변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연구팀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이 기술로 원두 사용량을 5~10% 줄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렇게 만든 커피는 용출된 고형물의 양이 기존과 동일해 강도와 풍미가 유지된다.
해당 연구는 커피 애호가들뿐 아니라 커피 산업에서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CNN은 이 기술이 커피 원두 소비를 줄여 비용 절감과 환경 보호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가디언은 기후변화로 커피 재배 지역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런 효율적인 추출법이 커피 문화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BBC는 연구팀의 실험이 실제 카페에서도 적용 가능할 정도로 간단하고 실용적이라고 전했다.
연구팀은 이 방법이 가정에서 커피를 내리는 사람들에게도 쉽게 적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별한 장비 없이도 주전자 높이와 붓는 속도만 조절하면 원두를 아끼면서도 맛있는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커피 가격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해당 기술은 소비자들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을 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