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의 진짜 원조? 상상도 못한 곳에서 시작됐다

2025-04-2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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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의 소울푸드가 이렇게 거칠게 시작했다고?

이하 햄버거 자료 사진. / 픽사베이
이하 햄버거 자료 사진. / 픽사베이

갓 구운 고기 패티, 바삭한 번(빵), 치즈 한 장, 그리고 좌르르 흐르는 소스. 맥도날드와 버거킹으로 대표되는 햄버거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미국식 패스트푸드다.

햄버거의 기원은 흔히 19세기 독일 함부르크(Hamburg)에서 유래해 미국으로 건너간 '함부르크 스테이크'에서 찾는다. 이후 미국에서 빵 사이에 고기를 끼운 형태로 진화해 지금의 햄버거가 완성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음식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햄버거의 진짜 조상은 13세기 몽골 기마병들의 음식'이라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미국도 독일도 아닌 몽골이라니, 이 주장의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

13세기, 유라시아 전역을 휩쓴 칭기즈칸의 몽골군은 유례없는 기동력으로 유명했다. 빠르게 전장을 이동해야 했던 기병들은 불을 피워 조리할 여유도, 부피가 큰 식량을 챙길 여유도 없었다. 이들은 얇게 썬 말고기나 양고기 혹은 동물 간을 천으로 싸서 말 안장 아래 넣고 이동했다. 고기가 체온과 안장의 압력으로 반쯤 익고 부드러워지면, 그대로 꺼내 먹었다. 일종의 야전용 생고기 요리였던 셈이다.

이 독특한 식습관은 몽골군이 동유럽까지 진출하면서 유럽 전역에 퍼졌고, 이후 '타르타르(Tartar)'라는 이름으로 전해졌다. 당시 유럽인들은 몽골인들을 '타타르족(Tartars)'이라고 불렀는데, 이들의 고기 먹는 습관에서 유래한 음식이 바로 '타르타르 스테이크'다.

몽골의 생고기 문화는 유럽에서 조금씩 형태를 달리하며 발전했다. 생고기를 다져 먹는 문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고기를 익히는 형태로 변화했고, 19세기 독일 함부르크 지역에서는 다진 쇠고기를 익혀 납작한 패티로 만든 '함부르크 스테이크'가 등장했다.

이 함부르크식 고기 요리는 19세기 독일 이민자들을 통해 미국으로 건너갔고, 미국에서는 '햄버그 스테이크’로 이름을 바꿨다. 빵 사이에 끼워 먹는 ‘햄버거’와 달리, 접시에 담겨 나오는 스테이크 요리였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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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햄버그 스테이크가 오늘날의 모습처럼 위아래 빵과 채소를 끼어서 먹게 된 계기는 190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 박람회장이라고 한다. 박람회를 찾은 손님이 너무 많아 접객이 곤란해진 주방장이 햄버그 스테이크를 둥근 빵에 끼워 팔게 된 것이 오늘날의 햄버거의 기원이 됐다는 것이다. 포크나 접시도 필요 없고 갓 구운 고기와 빵을 뜨거울 때 같이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손님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으며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이후 1940년대 맥도널드 형제가 현대 패스트푸드 식당의 기본 원리인 '스피디 서비스 시스템'을 도입하고, 이 시스템이 대박이라고 생각한 레이 크룩에게 프렌차이즈 권한을 팔았다. 크룩은 이 시스템을 이용해 1955년 일리노이에 첫 매장을 연 후 전 세계로 프랜차이즈를 확장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는 햄버거가 6.25 전쟁 때 알려졌다고 하며, 최초의 햄버거 프랜차이즈 매장은 1979년 선보인 롯데리아 소공동 1로 점이라고 한다. 그 시절엔 햄버거가 600원, 콜라가 300원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9년 뒤인 1988년 맥도날드가 서울 압구정에서 첫 개점했는데 몰린 인파만 무려 3000여 명이라고 한다. 100명이 넘는 직원이 서빙해도 부족했다 하니, 관심이 정말 대단했던 것 같다.

결국 지금 우리가 즐기는 햄버거는, 몽골 기병의 생고기 → 유럽의 타르타르 스테이크 → 독일의 함부르크 스테이크 → 미국식 햄버거라는 긴 여정을 거친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

햄버거는 이제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글로벌 문화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그 기원에는 유럽과 아시아를 넘나드는 몽골 제국의 세계사적 유산이 숨어 있다.

유튜브 채널 'SBS Entertainment'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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