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반 고기 반일 정도로 많지만... 사람들이 안 잡는 한국 물고기 (영상)
2025-04-2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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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어과 중 유일하게 바다에서 살 수 있는 한국 물고기
황어는 잉어목 황어과에 속한다. 잉어과 어종 중 유일하게 바다에서 주로 생활한다. 강에서 태어나 바다로 나가 일생을 보내다가 산란기인 3월에서 6월 사이 강으로 돌아와 알을 낳는다. 연어와 달리 산란 후에도 대부분 살아남아 바다로 복귀하는 점이 독특하다. 몸은 옆으로 납작하고 길다. 성어는 평균 40~50cm로 제법 큰 편이다. 성어가 되면 몸통에 세 줄의 선명한 황금색 줄무늬가 나타난다. 산란기에는 수컷의 배에 붉은 띠와 주황빛 지느러미가 혼인색으로 빛난다. 이 황금빛 외형 덕에 황어라는 이름이 붙었다. 잡식성인 황어는 수온이 낮을 때는 강바닥의 수생곤충을, 수온이 높아지면 육지에서 흘러온 지렁이 등을 먹는다. 잉어처럼 위가 없고 창자만 있어서 소화 과정이 단순하다.
황어는 주로 동해안과 남해안으로 흐르는 하천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동해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강릉이나 양양 같은 지역에서는 그 수가 많아 아침저녁으로 물 위를 펄떡이는 모습을 쉽게 마주친다. 모래해변만 있는 해수욕장에서도 새끼 황어들이 헤엄치는 광경이 펼쳐진다. 외형상 농어 새끼와 비슷해 혼동될 때가 있지만 윗턱이 긴 날렵한 얼굴로 구분할 수 있다. 농어가 두툼한 아랫턱으로 우직한 인상을 준다면, 황어는 상대적으로 섬세한 외모를 뽐낸다.
황어의 산란기는 자연의 장관을 연출한다. 암컷 한 마리에 수십 마리의 수컷이 뒤따르며 강을 거슬러 오른다. 자갈이나 모래에 알을 붙이는 잉어과의 특성상 황어는 얕은 자갈밭에서 집단으로 알을 낳는다. 수백 마리가 뒤엉켜 격렬하게 움직이며 물보라를 일으킨다. 산란 후 하천 바닥은 노란 황어알로 가득 찬다. 봄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한국에서 황어는 식용으로 널리 사랑받는 물고기는 아니다. 잉어과 특유의 잔뼈가 많은 데다 살이 물러 식감이 떨어진다. 게다가 기름기가 적고 비린내가 강해 맛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듣는다. 광어 같은 넙치류를 낚을 때 잡어로 걸려들기도 한다. 크기와 손맛은 좋지만 맛이 없어 낚시꾼들에게 성가신 존재로 여겨진다. 다만 초봄에는 살이 올라 회로 먹을 만하다고 알려졌다.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는 황어를 수년간 삭혀 액젓으로 만들어 김장 재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2000년대 이후로는 매운탕이나 물회, 회덮밥으로도 활용된다. 황어 전문 음식점이 강원도에 몇 곳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회의 품질이 덜 중요한 회덮밥이나 물회의 재료로 쓰이기도 한다.
황어를 요리할 때는 주의할 점이 있다. 황어는 저서성 생물을 먹는 잡식성이라 뱃속에 보툴리눔 독소를 가진 균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끓여도 사라지지 않기에 식중독 위험이 있다. 따라서 내장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내장을 감싸는 검은 막도 배탈을 일으킬 수 있으니 깨끗이 없애야 한다. 등에 칼집을 넣고 버터와 허브를 곁들여 바싹 구우면 먹을 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잔뼈를 싫어하는 사람은 황어를 피하는 게 낫다.
봄이면 강원도 양양군 바닷가에 있는 사찰 휴휴암은 관광 명소가 된다. 황어 떼가 바닷가에 몰려들어 장관을 이루기 때문이다. 황어 떼가 물 반 고기 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다.
황어의 적응력은 놀랍다. 일본 오소레산의 강산성 칼데라호나 다자와호 같은 산성 수역에서도 황어가 살아남는다. 아가미에 특수 세포를 진화시켜 극한 환경에 적응한 결과다. 코엑스 아쿠아리움에서는 황어를 심해어들과 같은 수조에 넣는 이색적인 전시를 선보이기도 한다.
한국의 역사 기록에서도 황어는 등장한다. 세종 12년(1430)에는 강변에서 황어를 잡아 진헌하면 후한 상을 주라는 기록이 있고, 정조 14년(1790)에는 황어와 여항어를 말리기 위해 봉진 시기에 잡아야 한다고 남았다. 다만 당시 황어는 조기나 부세를 뜻하는 경우가 많아 오늘날의 황어와는 다를 수 있다.
황어는 맛보다는 생태적 가치와 독특한 생명력으로 주목받는다. 강원도 하천에서 수달의 먹이가 될 정도로 흔하다. 액젓 외의 새로운 식용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