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평양가는 게 낫겠다” 한국인 관광객, 필리핀 한인타운서 강도 총격에 사망
2025-04-21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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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빼앗으려는 강도와 실랑이 벌이다 총에 맞아

필리핀에서 한국인 교민과 관광객을 노린 강력 사건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한국인이 많이 찾는 유명 관광지에서 한국인 관광객이 현지 강도가 쏜 총에 맞아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대낮 한인타운 한복판에서 발생한 총격 사망 사건에 필리핀 교민 사회도 발칵 뒤집혔다.
21일(현지 시각) 외교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쯤 필리핀 앙헬레스시 코리아타운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오토바이를 탄 2인조 강도에게 습격당했다.
피해자는 자기 가방을 빼앗으려는 강도에게 저항하다가 총을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는 행인들의 신고로 사건 발생 약 30분이 지난 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 등 각종 소셜미디어(SNS)에는 사건 당시 보안카메라(CCTV) 영상과 사진, 목격담이 줄줄이 올라왔다. 이런 자료들에 따르면 피해자가 크게 저항하지도 않았는데 범인은 망설임 없이 총을 2방 쏴버렸다고 한다.
현지 교민과 한국인 관광객들이 회원인 앙헬레스 전문 인터넷 카페에는 "한국인이 범죄의 표적인 듯", "가방 준다고 안 죽인다는 보장 없다", "차라리 평양 가는 게 나을 듯", "필리핀에 오만정이 떨어진다"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주필리핀 한국 대사관은 현지 경찰에 신속한 수사를 요청하는 한편 피해자의 신원과 정확한 사건 경위 등을 확인하고 있다.
대사관은 긴급 안전 공지를 통해 “5월 필리핀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갈등이 심화하면서 필리핀 내 치안이 몹시 불안정한 상황”이라며 “주요 강력 사건들이 교민 밀집 지역이나 밤늦은 시간에만 한정돼 발생하는 것이 아닌 상황인 만큼 안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치안이 그리 좋지 않은 필리핀에서는 한국인 교민과 관광객 등을 상대로 한 살인·강도 등 강력 사건이 다른 국가보다 자주 벌어지고 있다. 앞서 이달 4일에는 한국인 1명이 필리핀 자택에서 강도들에게 납치된 지 20일 만에 풀려났다.
또한 지난달에는 한국인 1명이 수도 마닐라의 번화가에서 강도들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피해자는 소매치기하려는 강도들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강도 2명이 쏜 총에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부터 작년 상반기까지 필리핀에서 발생한 한인 피살 사건 희생자는 총 38명으로, 전체 아시아·태평양 국가 희생자 86명의 약 44%에 달했다. 강도 사건 피해자 수도 필리핀이 102명으로 중국(19명), 일본(3명)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