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지, 너무 셔서 못 먹겠다면…이렇게만 하면 '밥도둑' 요리된다

2025-04-20 12:12

add remove print link

묵은지의 다양한 활용 요리법

냉장고 안에서 몇 달을 버틴 묵은 김치. 뚜껑을 열자 강한 시큼한 냄새가 퍼지고, 한 입 베어 물면 혀끝이 오그라들 정도로 새콤하다. 대부분 이럴 땐 그대로 버릴까 고민하게 된다.

묵은지를 활용한 요리  / SUNG MIN-shutterstock.com
묵은지를 활용한 요리 / SUNG MIN-shutterstock.com

하지만 시어도 지나치게 익은 김치일수록 감칠맛은 오히려 진해져 요리 재료로는 훨씬 좋다. 아래 소개하는 세 가지 요리는 누구나 좋아하는 익숙한 음식이면서도, 묵은 김치를 메인 재료로 활용해 색다른 맛을 낼 수 있다. 시어서 그대로 먹긴 어려운 묵은지를 맛있게 소화할 수 있는 활용법이다.

◈ 묵은지 참치 김밥

묵은지로 김밥을 말면, 따로 반찬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맛이 깊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김치의 산미를 잡아주는 조리과정이다. 묵은지는 속을 털고 물에 한 번 헹궈 물기를 꼭 짜낸 후, 잘게 썰어 기름 두른 팬에 달달 볶는다. 이때 들기름과 약간의 설탕을 넣어주면 신맛이 눌러지고 고소하면서도 단짠단짠한 밸런스가 맞춰진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김밥의 사진 / mnimage-shutterstock.com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김밥의 사진 / mnimage-shutterstock.com

볶은 묵은지는 김밥 속재료로 넣어 함께 말아주면 되는데, 참치나 계란, 치즈 등 고소한 재료들과 잘 어울린다. 김의 바삭함과 밥의 포슬함, 묵은지의 짭조름한 맛이 어우러져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다. 시큼한 김치를 제대로 활용해 김밥에 넣으면 절임류 특유의 식감까지 더해져 별다른 반찬 없이도 완성도 높은 메뉴가 된다.

◈ 묵은지 볶음밥

묵은지는 잘게 썰어 볶기만 해도 깊은 맛을 낼 수 있다. 묵은지 볶음밥은 만들기도 쉬우면서 실패 확률도 낮은 기본 중의 기본 활용법이다. 묵은지를 잘게 썬 뒤, 기름을 두른 팬에 대파와 함께 볶아 향을 먼저 낸다. 여기에 김치를 넣고 충분히 볶아 시큼한 맛을 날려준다.

볶는 과정에서 간장 약간과 참치, 혹은 다진 돼지고기를 넣으면 단백질 보충도 되고 감칠맛도 배가된다. 김치가 잘 볶아졌다면 밥을 넣고 강불에서 한 번에 볶아내는 것이 포인트다. 밥은 뜨거운 것보다는 차갑게 식힌 밥이 더 고슬고슬하게 볶인다. 마지막에 참기름과 깨를 뿌려 마무리하면 완성이다. 묵은지의 산미는 고온의 팬에서 눌리듯 익혀지며 밥알 사이사이로 감칠맛을 채워 넣는다. 매번 하던 볶음밥과는 확실히 다른 깊은 맛이 느껴진다.

◈ 묵은지 김치찜

묵은지 요리의 진정한 정석은 역시 김치찜이다. 시큼한 김치를 부드럽게 풀어내려면 오래 천천히 익히는 게 가장 좋다. 특히 돼지고기와의 조합은 말할 것도 없이 환상적이다.

묵은지 김치찜  / mnimage-shutterstock.com
묵은지 김치찜 / mnimage-shutterstock.com

준비된 묵은지는 통으로 사용하거나 2~3등분으로 자른다. 바닥이 두꺼운 냄비에 묵은지를 깔고, 그 위에 돼지고기 목살이나 앞다리살을 겹쳐 넣는다. 다진 마늘, 고춧가루, 간장, 설탕, 생강 약간을 넣고 육수를 부은 뒤 뚜껑을 닫고 약한 불에서 오랫동안 끓인다. 고기가 부드럽게 익고 김치가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푹 익히는 것이 핵심이다. 이렇게 끓인 묵은지 김치찜은 따로 국물을 떠먹지 않아도 될 정도로 양념이 잘 배어 있다. 자극적인 산미는 오랜 조리과정 속에서 부드러운 감칠맛으로 바뀌고, 고기의 고소한 육즙과 어우러져 한층 깊은 맛을 낸다. 남은 찜 국물은 밥에 비벼 먹기 딱 좋다.

묵은 김치는 시다고만 생각하면 요리하기 어렵지만, 오히려 조리용으로는 신선한 김치보다 훨씬 활용도가 높다. 간단한 김밥부터 밥 반찬, 깊은 맛의 찜 요리까지, 손질과 조리법만 제대로 알면 냉장고 속 남은 묵은지도 훌륭한 재료로 다시 태어난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NewsChat